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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등산용 스틱, 꼭 유명 브랜드 써야하나

[취재파일] 등산용 스틱, 꼭 유명 브랜드 써야하나
등산이 대세입니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산을 찾는 발걸음은 끊이질 않습니다. 등산인구 천8백만명. 국민 3명 중 1명은 한달에 한번 이상 산에 오른다는 통계도 있는데요, 특히 요즘은 등산에 대한 관심이 워낙 높다보니, 등산용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정말 제대로 장비를 갖추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말 많은 종류의 장비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게 등산용 스틱이죠. 불과 5년 전만 해도 등산용 스틱 쓰시는 분들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요, 요즘은 등산객들 손마다 스틱 한두개 씩은 거의 쥐어져 있는 게 기본입니다.

스틱 쓰시는 분들 주로 어디 제품 사용하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유명 브랜드 제품 사용하실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북한산에 취재갔을 때 만난 분들 중 절반 이상은 유명 브랜드 스틱을 사용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유명 브랜드 제품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등산용 스틱은 소재가 얼마나 가볍고 탄탄하느냐에 따라 또 3단으로 늘어나느냐 4단으로 늘어나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데, 유명 제품의 경우 가장 싼 축에 속하는 3단 알루미늄 스틱도 5 내지 6만원을 호가합니다. 무게가 가벼운 카본 재질 스틱의 경우엔 15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반면 중소기업 제품들은 같은 종류, 같은 재질이더라도 2 내지 3만원 정도에 불과하죠. 가격 차이가 많이 나도 스틱은 안전과 직결되는 용품인만큼, 좀 더 비싸게 주고 사더라도 유명 제품 쓰고 싶은 게 많은 분들의 심정일 겁니다.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 좀 황당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명 제품이나 중소기업 제품이나 성능과 재질 면에선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국내 유명 브랜드 중 스틱을 직접 만드는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모두 중소기업에 주문을 맡겨 납품받아 파는 OEM 방식이었습니다. 실제 유명 브랜드에서 직접 만드는 건 스틱에 붙이는 상표나 도색 디자인 정도였는데요, 그 외 스틱의 설계나 디자인, 재질, 성능 등 모든 부분을 국내 중소기업 4개사가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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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과 유명 브랜드 양측이 인정한 사실입니다. 이쯤되면 사실상 중소기업 제품과 차이가 없는데 왜 가격 차이는 많이 나는 걸까요? 이 질문에 유명 브랜드측은 중소기업으로부터 그냥 납품받는 게 아니라, 자체 성능 시험도 하고 간단한 부가 기능도 추가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는데요, 하지만 제품의 핵심 기능은 모두 중소기업이 만드는데, 가격 차이가 많게는 5~6배까지 난다는 건 쉽게 납득이 안됐습니다. 물론 유명 브랜드로서 광고 같은 마케팅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갈테고, 매장 개점 비용이나 백화점 입점 비용 등도 모두 고려해야겠지만, 그래도 좀 과하다는 생각입니다.

관련 보도가 나가자, 많은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일단 해당 중소기업 제품이 어디 것이냐는 질문이 가장 많았습니다. 답변을 해드리고 싶지만, 제가 그 제품을 말씀드리면 간접광고 논란이 있을 것 같아 밝히지 못했습니다. 여기서도 그 부분은 역시 밝히진 못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많은 분들이 고가의 유명 브랜드 제품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셨습니다. 아깝기도 하고 조금은 황당하시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몇 분들은 여전히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현하셨는데요, 이 분들은 유명 브랜드 제품에 대해 여전히 굳은 믿음을 보여주셨습니다. 물론 이분들 말씀대로 전반적으로 유명 브랜드 제품이 더 믿을만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대로된 중소기업 스틱과 비교한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정체불명의 이른바 '짝퉁' 제품 또는 믿을 수 없기로 유명한 특정 국가의 불량 제품이 아니라면 다를 게 없습니다. 오히려 더 저렴한 장점이 있죠.

이번 건을 취재하면서 가격 폭리 논란이 비단 스틱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사실상 의류와 신발을 제외하곤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직접 만드는 제품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장갑, 모자 같은 다른 제품들은 대부분 스틱처럼 OEM 방식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역시 유명 브랜드 상표가 붙었다는 이유로 가격이 배 이상 뛰는 경우도 많았고요.

자, 어떠신가요? 이래도 비싼 유명 브랜드만 고집하실 건가요? 실속을 택할 것인지, 유명 브랜드를 통한 만족을 택할 것인지, 선택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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