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용 컨테이너가 널리 쓰이는 건 값이 싸고 설치가 쉽기 때문입니다. 조그만 집을 지으려도 공사가 필요하지만, 이 컨테이너는 그냥 뚝딱 실어다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되거든요. 값도 크기와 재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중고 컨테이너는 백만원도 안되는 가격에도 구할 수 있습니다. 몇 십만원으로 뚝딱, 집이 한 채 생기는거죠. 전기와 가스도 들여다놓고, 장판도 깔고 하면 꽤 쓸만한 집이 됩니다.
싸고 금방 짓는 집. 당연히 돈없고 갈 곳없는 사람들이 주로 삽니다. 공장에 일하러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나 농어촌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주거 취약계층, 곧 저소득층입니다.
문제는 이 주거용 컨테이너가 화재에는 매우 취약하다는 겁니다. 첫째 불이 나기도 쉽고, 둘째 불이 났을 때 끄기도 어렵습니다. 샌드위치 패널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소재는 철판 안쪽에 스티로폼이 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불이 붙으면 금방 활활 타버립니다. 그렇게 불이 나면 또 꺼야 되는데, 구조상 그게 잘 안됩니다. 바깥면이 철판으로 되어있어 밖에서 물을 쏴도 철판이 물을 막아 버립니다. 소방관들이 안으로 들어가 철판을 뜯어내거나 해야만 불을 끌 수 있어 진화도 오래 걸립니다. 안으로 들어갔다 무너지면 큰일나는 겁니다. 얼마 전 순직하신 포천의 고 윤영수 소방관님도 안에서 진화하다 샌드위치 패널이 무너져 사고를 당하셨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무 일도 없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3일에는 이런 컨테이너 기숙사에 불이 나 2명이 죽었습니다. 한 명은 자다가 빠져나오지 못해서, 한 명은 위로 쌓아놓은 컨테이너가 무너지면서. 어찌나 불이 빨리 번졌던지 이십 분만에 컨테이너 4동이 다 타 없어졌습니다. 작년에는 스리랑카에서 온 부부가 비슷한 화재로 숨졌습니다.
임시로 가져다 쓰는 집이다 보니 관련 규정도 없고, 통계도 잡히지 않습니다. 면적을 기준으로 하는 현행 소방법에서는 따로 어떻게 대비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소화기 비치해라, 권고 정도 할 수 있다지만 제가 다녀본 현장에 소화기는 없었습니다. 소화기가 있어도 외국인 근로자들은 막상 이용할 줄도 모르고 심지어 119 신고도 잘 할 줄 몰라 불이 커지는 경우도 많답니다. 공장 지대가 인적드문 산이나 들에 있어 소방차가 접근하기 오래 걸린다는 것도 문젭니다.
개인적으로는 돈없고, 힘없고, 모르는 사람들이 화재에 가장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게 제일 안타깝습니다. 그렇게 위험하고 살기도 불편하지만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들은 서로 못살아서 안달입니다. 돈 때문입니다. 작은 방을 얻어도 2~30만원을 내야하는데 컨테이너 기숙사는 공장주들이 적은 돈만 받거나 그냥 재워주는 곳도 있습니다. 번 돈의 8~90%를 고향의 가족에게 송금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집입니다. 하지만 사고에는 예고와 예외가 없죠. 해마다 사고가 나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죽고 다치는 이들이 생깁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의 말처럼, 수 천 수 만개에 달하는 주거용 컨테이너를 일일이 파악하고 규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속 사고가 난다면 개선의 노력은 필요합니다. 소화기를 가져다놓고, 화재감지기를 비치해놓고, 예방점검도 하고. 화재에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 잘 쓰지 않는 불연 컨테이너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권장 규정과 감독, 필요하다고 봅니다. “위험하지 않아요?” 묻는 말에 “공짜니까,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는 외국인 근로자분에게는 참, 미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