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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없는자들의 집 '컨테이너', 위험!

주거용 컨테이너…소방 설비 규정 없고 화재 취약하지만 값싸 저소득층이 애용

[취재파일] 없는자들의 집 '컨테이너', 위험!
가로 3미터, 세로 6미터. 약간 큰 방 정도 크기의 이 공간이 어떤 이들에게는 한 채의 집입니다. 먹고 씻고 자고, 거의 모든 걸 이 안에서 해결합니다. 그것도 서너 명, 많게는 대 여섯명이서. 주거용 컨테이너 얘깁니다. 제가 가 본 경기도 화성에만 2천 5백개가 넘는 주거용 컨테이너가 있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따로 통계를 잡고 있지 않지만 전국적으로는 수십 만 개가 넘을 거라고 컨테이너 업자들은 말합니다.    
   
주거용 컨테이너가 널리 쓰이는 건 값이 싸고 설치가 쉽기 때문입니다. 조그만 집을 지으려도 공사가 필요하지만, 이 컨테이너는 그냥 뚝딱 실어다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되거든요. 값도 크기와 재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중고 컨테이너는 백만원도 안되는 가격에도 구할 수 있습니다. 몇 십만원으로 뚝딱, 집이 한 채 생기는거죠. 전기와 가스도 들여다놓고, 장판도 깔고 하면 꽤 쓸만한 집이 됩니다.

싸고 금방 짓는 집. 당연히 돈없고 갈 곳없는 사람들이 주로 삽니다. 공장에 일하러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나 농어촌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주거 취약계층, 곧 저소득층입니다.

문제는 이 주거용 컨테이너가 화재에는 매우 취약하다는 겁니다. 첫째 불이 나기도 쉽고, 둘째 불이 났을 때 끄기도 어렵습니다. 샌드위치 패널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소재는 철판 안쪽에 스티로폼이 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불이 붙으면 금방 활활 타버립니다. 그렇게 불이 나면 또 꺼야 되는데, 구조상 그게 잘 안됩니다. 바깥면이 철판으로 되어있어 밖에서 물을 쏴도 철판이 물을 막아 버립니다. 소방관들이 안으로 들어가 철판을 뜯어내거나 해야만 불을 끌 수 있어 진화도 오래 걸립니다. 안으로 들어갔다 무너지면 큰일나는 겁니다. 얼마 전 순직하신 포천의 고 윤영수 소방관님도 안에서 진화하다 샌드위치 패널이 무너져 사고를 당하셨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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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불조심이라도 해야 할텐데, 현장을 가보니 ‘무장해제’ 수준입니다. 먼지구더기 속에 전기 콘센트가 빼곡이 꽂힌 멀티탭, 주방 안에 아예 들여다놓은 가스통, 컨테이너는 추위나 더위에 약하니까 당연히 전열기도 최소 한 방에 두 개 씩입니다. 게다가 구조상 여러 컨테이너가 다닥다닥 붙어있기까지 합니다. 제가 찾은 한 컨테이너 숙소는 바람을 막으려고 컨테이너 4개를 ‘ㄷ’자로 붙여놓고 통로를 좁게 해놨습니다. 한쪽 벽면은 공장 건물이구요. 대부분의 주거용 컨테이너,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는 컨테이너 기숙사가 이렇습니다.

아무 일도 없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3일에는 이런 컨테이너 기숙사에 불이 나 2명이 죽었습니다. 한 명은 자다가 빠져나오지 못해서, 한 명은 위로 쌓아놓은 컨테이너가 무너지면서. 어찌나 불이 빨리 번졌던지 이십 분만에 컨테이너 4동이 다 타 없어졌습니다. 작년에는 스리랑카에서 온 부부가 비슷한 화재로 숨졌습니다.

임시로 가져다 쓰는 집이다 보니 관련 규정도 없고, 통계도 잡히지 않습니다. 면적을 기준으로 하는 현행 소방법에서는 따로 어떻게 대비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소화기 비치해라, 권고 정도 할 수 있다지만 제가 다녀본 현장에 소화기는 없었습니다. 소화기가 있어도 외국인 근로자들은 막상 이용할 줄도 모르고 심지어 119 신고도 잘 할 줄 몰라 불이 커지는 경우도 많답니다. 공장 지대가 인적드문 산이나 들에 있어 소방차가 접근하기 오래 걸린다는 것도 문젭니다.

개인적으로는 돈없고, 힘없고, 모르는 사람들이 화재에 가장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게 제일 안타깝습니다. 그렇게 위험하고 살기도 불편하지만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들은 서로 못살아서 안달입니다. 돈 때문입니다. 작은 방을 얻어도 2~30만원을 내야하는데 컨테이너 기숙사는 공장주들이 적은 돈만 받거나 그냥 재워주는 곳도 있습니다. 번 돈의 8~90%를 고향의 가족에게 송금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집입니다. 하지만 사고에는 예고와 예외가 없죠. 해마다 사고가 나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죽고 다치는 이들이 생깁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의 말처럼, 수 천 수 만개에 달하는 주거용 컨테이너를 일일이 파악하고 규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속 사고가 난다면 개선의 노력은 필요합니다. 소화기를 가져다놓고, 화재감지기를 비치해놓고, 예방점검도 하고. 화재에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 잘 쓰지 않는 불연 컨테이너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권장 규정과 감독, 필요하다고 봅니다. “위험하지 않아요?” 묻는 말에 “공짜니까,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는 외국인 근로자분에게는 참, 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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