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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경기 속 보험도 다이어트 열풍…군살 뺀 상품 봇물

[취재파일] 불경기 속 보험도 다이어트 열풍…군살 뺀 상품 봇물
보험사가 알려주지 않는 해약환급금의 비밀

불시에 닥칠 위기에 대비해 각 가정에 보험 1~2개씩은 들고 계실겁니다.  보험은 크게 상해나 질병, 사망 등을 대비한 보장성 보험과 연금보험 처럼 자산을 불리기 위한 저축성 보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최근 경기 상황이 어려워지자 보험 해약이 늘면서 가입자들의 볼멘 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환급금이 너무 적다는 얘기입니다.  보장성 보험이 경우 가입후 2년 이내에 해약하면 환급금이 거의 없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서 보험료를 거둬 특정 가입자에게 거액을 돌려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험료는 적립되지 않고 소멸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1년 3개월 전 모 생명회사의 변액종신보험에 가입한 박모씨도 지금까지 5백만 원을 넣었지만 해약환급금이 불과 8만3천원, 1%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저축성 보험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장기 계약의 특성상 1년 이내에 해약하면 낸 보험료의 절반 정도 밖에 돌려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장기 계약이라 해도 해약 환급금이 적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설계사들에게 지급하는 수당 때문입니다.  보통 보험 계약 1건을 성사하면 보험사들은 설계사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데 금액이 월 보험료의 3배~7배에 달합니다.  외국 보험사의 경우 고액 보험을 유치하면 수당이 10배를 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수당을 보험 계약이 유지되는 기간 동안 나눠서 지급하는게 아니라 1년 동안 몰아서 준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월10만 원 짜리  보험을 10년간 납입한다고 할 때 원금은 1,200만원입니다.  이 때 보험사들은 매달 들어오는 월 보험료의 일정 액수를 10년간 수당으로 지급하는 게 아니라, 1년간 몰아서 주기 때문에 계약이 1년 이내에 해지되면 가입자들에게 돌려주는 금액이 거의 없어지는 겁니다. 

초기 환급률 높인 보험 속속 출시

그런데 최근 미래에셋생명이 초기 환급률을 90%까지 높인 보험을 출시해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구조는 간단합니다.  설계사들에게 주는 수당을 1년에 몰아서 주는게 아니라 7년간 나눠서 지급하도록 구조를 바꿨습니다.  또 보험계약 유지 및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도 절반 가량 낮췄습니다.  어찌보면 간단하지만 이 구조를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당을 7년간 나눠주면 설계사들이 일시금으로 받는 돈이 적어지기 때문에 설계사 영업력으로 움직이는 보험사들로서는 능력있는 설계사들의 반발에 직면하게 됩니다.  미래에셋생명도 이런 반발을 감안해 회사 임원이 전국 지점을 돌아다니며 설계사들을 일일이 설득했다는 뒷 얘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보험업계의 관행을 고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이런 모험을 감행한 속내에는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업계 내부의 고민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동안 보험의 장점만 부각시켜 계약을 유치하고 높은 사업비를 떼어 가는 방식이었기때문에 연금보험저축 등의 수익률이 저조했던 게 사실입니다.  업계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린 측면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이 최고조에 이른 겁니다.  특히 조직망이 탄탄한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보다는 중소형 보험사들의 고민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험도 트렌드다?  업계의 마케팅에 따라 대표 상품 변해

2003년경 모 외국계 생보사의 종신보험에 가입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만 해도 가장이 죽어도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한다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물론 그 분위기는 보험사들의 대대적인 마케팅도 한몫 했습니다.  종신보험이 인기를 끌고 많은 사람들이 가입하자 업계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보험이 변액보험입니다.  변액보험은 운용 성과에 따라 내는 월 보험료가 줄어들고 받는 금액도 많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은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주식시장이 앞으로 대세 상승에 진입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변액보험에 가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수익률은 예상보다 신통치 않았습니다.  아무리 운용을 잘해도 사업비로 20~30%를 가져가는 구조여서 수익이 나기는 커녕 원금도 건지기 힘든 상황으로 변했습니다.  더구나 주식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변액보험 가입자들이 원성이 높아졌습니다. 요즘은 업계도 변액보험에 가입하라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주식, 채권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마땅히 돈을 굴려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정기보험 vs. 종신보험...어느 게 나을까?

최근 현대라이프에서 단순한 구조와 저렴한 보험료를 내세운 정기보험을 출시했습니다.  35세 남성, 20년납 기준으로 사망시 1억원을 보장해주는 이 보험은 월 보험료가 2만9천원 정도로 같은 보장의 종신보험료 18만6천원보다 6분의1정도로 저렴합니다.  물론 이 보험은 만기 환급금이 전혀 없는 순수보장형 상품이고 20년이 지나면 소멸된다는 점에서 죽을 때까지 보장받는 종신보험과는 구조가 다릅니다.  하지만 이런 단순 구조가 최근 30~4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종신보험은 죽을 때 보험금이 나오고 정기보험은 가입기간 중에만 나온다는 특성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인식의 차이가 숨어있습니다.  정기보험은 저렴한 보험료로 경제활동이 집중되는 시기에 가입하는 상품입니다.  즉, 40대에 가입하면 20년간 60세까지만 보장을 받고 60세 이후에는 그 때 필요한 다른 상품에 가입하면 된다는 점입니다.  대신 보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나머지 돈을 저축이나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려가는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2만9천원으로 사망금 1억원을 보장받고 나머지 16만원 정도를 저축이나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려나가는 방식인겁니다.  죽을 때까지 보장받는 종신보험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기보험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건 죽을 때 보장받는 것보다 내가 살아있는 기간에 보장받는다는 인식의 전환 때문입니다.  어느것이 더 좋을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사정이 다를겁니다.  종신보험의 경우 일정 납입기간이 지나면 연금보험으로도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저축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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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서두르지 말고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해야

보험은 우리 생애에 꼭 필요한 상품입니다.  하지만 각 가정에 불필요하게 가입한 보험이 많은게 현실입니다.  설계사로 일하는 친인척이나 동료 선후배들의 권유에 못이겨 가입해주는 경우도 아직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정에 이끌려 보험에 들어주는 것은 자칫 보험사 배만 불려줄 수있습니다.  결국 중도에 해약하면 그 손실은 계약자 본인이 떠안게 됩니다.  기자도 종신보험에 들었다 해약하고, 변액보험에 들었다 해약한 경험이 있습니다.  좀 더 신중하게 가입했으면 손실을 줄 일 수 있었을 텐데, 보험 가입할 때 이런 것들을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습니다.  매달 수십만 원을 지출하는데도 말이죠.  불필요하게 중복 가입한 보험이라면 지금이라도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보험을 리모델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무도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보험 계약자 스스로가 금융지식을 높이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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