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가 관료 시절 성장을 중시해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경제민주화 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해명에도 논란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류성걸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경제민주화 논란이 불거지자 "모든 사항을 5대 국정목표에 나열할 수 없어 경제 파트 속에 들어갔다"며 "용어가 들어가지 않은 것과 경제민주화 의지나 실천 방향, 이행계획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강석훈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도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라는 표현이 경제민주화보다 더 광의의 개념"이라며 "향후 두 표현을 같이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 후퇴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사실 경제민주화는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선점한 시대적 화두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기간 내내 박근혜 후보 캠프 내에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나 박근혜 캠프의 경제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었던 김종인 국민행복특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를 놓고 번번히 충돌했다.
대선 전초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에도 이 원내대표가 "정치판이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와 포퓰리즘 경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보니 기업의 의욕이 떨어지고 국민이 불안해 한다"며 경제민주화를 대놓고 비판하자 김 위원장도 "자기 당 대선 후보가 한 얘기를 정체불명이라고 말하는 건 상식 밖"이라면서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고 원색적으로 맞받아치는 등 난타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너무 혼란스럽게 비치면 안되는 만큼 조만간 새누리당의 경제 민주화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정리해 말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로도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을 뿐 당시 문제가 됐던 쟁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인수위와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이 이번 국정목표 발표를 통해 사실상 자신의 오랜 경제 가정교사였던 이한구 원내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발표 내용 등을 종합해볼 때 이한구 원내대표의 판정승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수위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가 경제 민주화를 포괄한다고 했는데 그건 경제 민주화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의 결여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경제민주화는 재벌의 강한 저항이 불 보듯 뻔해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도 관철이 쉽지 않은 사안이다. 특히나 경제 민주화는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였다. 아무리 정책에 잘 녹아 있다 해도 용어 자체가 주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물론 인수위의 주장처럼 내용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행계획만 확실하면 굳이 용어야 무슨 소용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수위가 애초부터 그런 인식에 방점을 뒀다면 '행정안전부'를 굳이 '안전행정부'로 바꾼 데 대해서도 뭔가 설명이 필요하다.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안전행정부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자 "한마디 감히 말씀드리자면 정치는 레토릭(수사적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안전'에 방점을 찍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안전 인프라를 깔기 위한 메시지를 던지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렇게 해서 공직 사회가 안전을 위한 정책을 우선하고 강화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몇 천만원, 몇 억원보다 휠씬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아직 안전행정부의 내부를 세부적으로 보여주진 못하지만 그 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담긴 안전행정부를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간사의 말처럼 정치는 레토릭이다. 특히나 시대 정신으로까지 거론됐던 정치적 화두라면 더욱 그렇다. 단순한 부처 명칭을 갖고도 레토릭 운운하면서 정작 경제민주화 같은 정책의 큰 틀에 대해선 내용이 다 들어있으니 실천 의지가 약해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면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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