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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포위된 마을…주민 '암 공포' 신음

<앵커>

경기도 김포시의 한 마을주민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고 최근 5년 사이엔 7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게 다 인근 공장에서 내뿜는 오염물질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최재영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36가구 80여 명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

집 옥상이 온통 검은 먼지로 뒤덮여 있습니다.

손으로 살짝만 쓸어도 까맣게 묻어나옵니다.

[주물가루에 화공약품이 묻은 쇳가루입니다.]

주물공장에서 약 20m 정도 떨어진 가정집 옥상에는 이렇게 까만 먼지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 먼지에 자석을 한번 갖다 대봤습니다.

갖다 댔더니 옆에 철 가루로 의심되는 물질들이 자석에 한가득 붙었습니다.

장독대 뚜껑이나 계단 난간도 온통 검은 먼지투성입니다.

이 마을에 있는 공장만 150여 곳.

주민들은 밤마다 공장들이 정체 모를 분진을 내뿜고 있고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켰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5년 동안 마을 주민 7명이 폐암과 대장암 등 각종 암으로 사망했다며 분진과의 관련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대장암 투병 중인 주민 : (병원에서) 공기가 덜 좋고 그런 데서 오래 살다 보니까 그런 확률(암에 걸릴 확률)이 있다, 이런식으로.]

[김의균/마을 주민 : 폐 속에 이물질이 박힌 건 확실하고요. 목소리가 자꾸 이런 식으로 굵어지고 찢어집니다. 피가 나오고.]

이 마을에 공장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민선 지자체가 시작된 지난 1995년.

2008년에 공장 업종 제한이 풀리면서 공장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김포시청 관계자 : 예전에는 제한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런 규정이 없어요. 만약에 계획관리 지역에 허용하는 범위 내에 들면 (허가를) 해줄 수밖에 없는 거예요.]

4천 개에 달하는 오염물질 배출 관리업소를 공무원 3명이 관리해야 하는 현실.

[김포시청 관계 : 우리는 1인당 1400개소를 관리해야 하니까 무리가 있는 거죠. (1년에 한 번도 못 가보는 공장도 있겠네요?) 그렇죠. 그럴 수 있죠.]

실효성 없는 처벌 규정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9월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공장 3곳에 대해서는 사용금지 명령을, 22곳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사용금지 명령을 받은 공장들은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김포시청 관계자 : 공장을 가동을 해도 물리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저희도 머리가 아픕니다.]

지자체의 재정 확보라는 명분 속에 공장 허가를 마구 내주면서 마을은 공장에 포위됐고 주민은 암 확산 공포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설민환, 영상편집 : 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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