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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핵무장론, 어디까지가 진짜?

[취재파일] 핵무장론, 어디까지가 진짜?
북한이 지난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추가 핵실험을 공언하며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에는 유엔 산하 다자간 군축협상기구인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최근의 핵실험(3차 핵실험) 이후 2차, 3차 조치를 할 수 있다며 한국을 '최종 파괴'(final destruction) 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렇게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균형이 깨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지금과 같은 대북 제재로는 북한 핵을 억지할 수 없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자체 억지력, 즉 핵무기 보유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집권여당에서 터져나온 '핵무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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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론은 북한 핵실험 다음 날인 지난 13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 먼저 터져나왔다. 황우여 대표는 이제는 무엇보다 한반도 군사적 균형이 중요하게 되었다며 이런 때에 우리가 단순히 대화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대화는 하더라도 북한에게 오판의 기회를 주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장차 (북한 핵이) 몰고 올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은 물론 핵 도미노와 같은 상황까지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과거와 같은 외교적 노력으로는 북한 핵을 없앨 수 없다면서 핵무장론에 가세했다. 정 전 대표는 (북한을 통제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북한 핵을 없애는데 시늉만할 뿐 적극적이지 않다며 우리가 중국 움직이려면 먼저 (핵) 자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미국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면 핵 도미노 현상으로 일본이 핵무장을 촉발하게 되고 이는 중국 입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인 만큼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북한 핵 폐기에 적극 나서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정 전 대표는 특히 미국은 재래식 전력으로도 북한을 궤멸 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이는 전쟁을 전제로 한 것으로 우리 국토는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의 목표는 전쟁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 지키는 것이라며 그래서 (핵) 억지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핵무기 개발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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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핵무기 개발을 처음 주도한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77년 5월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 능력은 있다. (미국이) 핵을 거둬간다면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핵무기는 1940년대 개발된 것으로 기술적으로는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이 과학계의 설명이다. 원전 수출까지 하게 된 우리 나라 입장에서 기술 부족이 핵무기 개발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진짜 문제는 국제사회와의 관계다.

핵무기 개발을 위해선 먼저 핵무기확산금지조약, NPT를 탈퇴해야 한다. NPT는 미국과 구 소련이 주도해 지난 1970년에 발표된 조약으로 당시까지 핵무기를 갖지 못한 나라에 대해서는 핵무기 권리를 포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NPT가 인정한 핵무기 보유국은 이른바 'P5'로 통하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다섯 나라 밖에 없다.

이 조약은 분명 강대국 논리의 산물이었고 평화적 핵 이용까지 막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지난 1995년 무기한 연장됐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189개국이 가입하고 있는 사실상의 국제 규범이다. NPT탈퇴는 곧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NPT를 탈퇴해 불량국가로 분류될 경우 무역 1조달러, 세계 7대 무역 강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당장 먹고 살 길이 끊기게 된다. 모든 원부자재 수입과 반도체, 자동차 같은 대표 품목 수출도 타격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문명 국가로서의 정상적인 삶은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한·미 원자력협정도 걸림돌이다. 1974년 발효된 지금의 원자력 협정에 따라 한국은 원전 가동으로 생긴 핵물질을 재처리 하지 못하고 있다. 재처리 과정을 통해 생성되는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한 셈이다.

한국은 이 협정으로 인해 원자력 발전에 재활용하기 위한 핵연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하는 협정 개정을 추진해왔지만 미국은 지금도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붇 이 부분에 대한 개정을 추진중이다.) 만약 이 협정을 깨고 우리 나라가 핵무기에 쓸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 재처리 작업에 나선다면 원자력 협정은 물론 한·미 동맹이라는 우리 안보의 기본틀 자체를 무너뜨릴 각오를 해야 한다.

한마디로 지금 북한과 같은 경제적, 군사적 고립을 각오하지 않는다면 핵무기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 미군 핵무기 한반도 재배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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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단계의 핵무장론으로는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가 종종 거론된다. 미군은 6.25 전쟁 이후 남한 지역에 전술핵을 배치해 운용해오다 지난 1991년 12월 31일 남북한이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합의하면서 핵무기를 완전 철수했다.

미군의 핵무기 재배치는 앞서 언급한 NPT탈퇴나 한·미 원자력 협정과 무관한 만큼 국제적 제재는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핵없는 세상'을 주창하며 대폭적인 핵 감축을 추진 중인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용인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몇몇 미국 당국자들이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실 한반도에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문제는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하다. 미군 입장에서는 한반도에 핵이 있든 없든 언제, 어디서나 북한에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대륙간탄도탄이나 전투기 미사일, 함정 미사일 등 방법은 여러가지다.

핵잠수함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예를 들어 미군이 보유한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은 사거리 1만km 이상의 핵미사일을 24기나 장착하고 있다. 1기당 폭발력이 475kt인 W88를 4개나 탑재할 수 있다. 이번에 북한이 실험한 핵무기의 폭발력 추정치가 6~7kt인 점을 감안하면 폭발력이 3백배에 달한다.

한반도 핵무기 재배치는 정치적 행위에 불과하다고 보는 이유다.

◈ 핵무장론, 무의미한가?

그렇다면 핵무장론은 정치인들의 뻔한 헛구호에 불과한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기는 힘들다해도 한국의 핵무장론 자체가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가들에게 북한 핵을 막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핵무장론은 일본의 핵무장론을 자극해 핵도미노 현상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핵무장론을 통해 북한 '핵 폐기'를 포기하고 대신 '핵 관리' 체제로 전환하려는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논거다. 또 국내의 거센 핵무장 여론을 통해 한·미 원자력 협정에서도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북한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에게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의 핵무장은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인 만큼 북한 핵을 빌미로 한국이 핵무장론을 본격화할 경우 핵 도미노 현상이 일본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북한 핵 제재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 몰라도 '핵무장론' 자체는 국제 정치적으로 얼마든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반론도 있다. 당사자인 북한이 '죽기 살기'로 핵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전쟁을 불사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중국도 이를 막지는 못한다는 주장이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어차피 불가능한 핵무장론이 자칫 핵의 평화적 이용까지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미 당국자 간에 핵물질 재처리 허용여부을 놓고 원자력 협정 개정이 추진 중인 상황에서 한국이 핵무장론을 들고 나올 경우 자칫 평화적 목적을 위한 핵물질 재처리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뜩이나 미국이 핵무기 개발에 전용될 것을 우려해 한국의 핵물질 재처리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나라가 대놓고 핵무장론을 거론한다면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 핵무장론, 원점 재검토 필요

핵무장은 현실성이 없다해도 핵무장론을 이용하기에 따라 우리나라에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 같은 존재다. 특히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릴 만큼 복잡 미묘한 사안이다.

따라서 핵무장론에 대해 무조건 현실성이 없다거나 반대로 앞뒤 없이 밀어붙이기보다 현재 한반도 정세와 주변국들의 상황을 냉철히 판단해 우리의 외교·안보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핵무장론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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