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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택견 접목한 스턴트 액션 만들 것"(2)

영화 '베를린' 정두홍 무술감독 인터뷰2

[취재파일] "택견 접목한 스턴트 액션 만들 것"(2)
정두홍 감독 인터뷰 2탄을 쓰기에 앞서, 어제 다녀온 재키찬! 배우 성룡 씨의 인터뷰 한 대목을 인용하려 합니다. 2월 28일 개봉작 ‘차이니즈 조디악’에서 국내 배우 권상우 씨와 호흡을 맞춘 성룡 씨의 내한 인터뷰였는데요, 정두홍 감독의 이야기와 맥이 같은 지점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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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본인이 액션 분야에서 어떤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되는가?

(성룡)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15년이라는 시간을 들였다. 나는 평범한 사람의 액션을 원했는데, 할리우드에서는 나보고 파워가 없다느니, 너무 인간적이라느니 늘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15년이 지나고, 전 세계가 이젠 나 재키찬의 스타일에 대해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배웠고, 그걸 뿌듯하게 생각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길을 따르지 않고 나의 역할에 충실했다. 사람들이 가지 않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요즘 액션 영화들을 보면  다들 카 체이싱, 폭발, 총격, 특수 효과... 부족한 게 없다. 그렇다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럴수록 재키 찬의 스타일로 돌아갔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나는 아직도 이만큼이나 점프할 수 있다. 특수 효과도 사용하지 않은 채. 사람들이 이런 나의 방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난 이런 방식으로 영화 53편을 찍었다. 기자 당신의 나이 두 배 정도 될 거다.(립서비스 해줘서 알면서도 기분 좋아 입이 째졌네요...)

기자: 최근 들어 한국 감독과 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한 사례가 늘고 있다. 당신은 이미 1~20년 전부터 할리우드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아시아 배우로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나. 한국 배우와 감독들에게 해 주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

(성룡) 할리우드는 수많은 연기자, 감독, 연예인들이 선망하는 곳이다. 당신이 스킬과 재능이 있다면, 환영받을 것이다. 재능이 없으면 퇴출당하고 만다. 그게 끝이다. 간단하다. 충고를 한다면, 우선, 자국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해라. 만약 내가 홍콩에서 잘하지 못했다면 할리우드에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미국 시장을 위해서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이제 내가 할리우드에 가는 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나를 필요로 하고 찾는다. 할리우드를 맹목적으로 보지 마라. 좋은 각본을 찾고, 적절한 타이밍을 찾고, 영어도 완벽하게 구사할 필요 없다. 당신만의 영어를 구사하면 된다. 내가 할리우드에 가서 “이게 나 재키찬의 영어다, 이해하지?”라고 말하면 다들 그렇다고 한다. 심지어 내 영어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당신의 나라에서 최대한 노력해라. 당신의 나라에서 유명해지면 할리우드에서 당신을 초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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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나라에서 유명해져라, 당신의 스타일을 찾아라. 성룡의 조언대로라면 정두홍 감독은 적절한 시기에 할리우드 진출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현대물과 사극 가릴 것 없이, 정두홍 감독은 이미 국내에서 상당한 발자취를 남긴 상황입니다. 그리고 우리 스턴트를 가지고 할리우드에 진출했습니다. 바로 배우 이병헌 씨의 대역이자 무술 어드바이저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건데요, 올해 개봉예정작 ‘지아이조2’와 ‘레드2’에서 액션 스턴트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정두홍 감독이 말하는 ‘우리만의 스턴트’, ‘우리만의 액션’은 사실 어떤 의미에선 막무가내요, 비체계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 스턴트맨들은 애초에 한 분야에만 특화되지 않습니다. 검과 총, 손으로 하는 아날로그 액션과 카 체이싱, 수중, 와이어까지. 일당백을 해내야 했던 과거 거친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이렇게 국내 스턴트맨들 모두 멀티플레이가 가능하게 만들었던 거겠죠. 몸으로 부딪치는, 시행착오로 다져진 경험의 총합이 유일한 교재였던 셈이죠.

그에 반해, 할리우드의 스턴트맨은 놀랍도록 분업화, 전문화 돼 있다고 합니다. 정 감독은 배우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작업한 경험을 예로 들었는데요, 브루스 윌리스의 부위 별(?) 그러니까 팔이면 팔, 뒷모습이면 뒷모습, 다리면 다리, 부분별로 스턴트맨이 따로 있다고 하고요. 거기다 총격, 카 체이싱, 와이어 액션 모두 따로 스턴트가 있다고 하니 도대체 브루스 윌리스 한 명당 몇 명의 스턴트맨이 달라붙는 걸까요.

그러다 보니, 각 부분별 스턴트맨의 전문성은 뛰어나다고 합니다. 총기 스턴트맨은 기가 막히게 총 잘 쏘겠죠, 와이어만 십 수년 탄 스턴트맨은 어떻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배우가 연속된 동작을 할 때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브루스 윌리스가 다리 위에서 총을 쏘다가 차에 옮겨타 카 체이싱을 벌이다가 갑자기 내려 다리 위에서 와이어를 달고 뛰어내려 물속으로 떨어졌다고 합시다, 도대체 몇 명의 스턴트맨이 필요한 동작들이죠? 그리고, 카메라는 모두 다른 스턴트맨 여러 명을 어떻게 한 명인 것처럼 속여서 보여줄 수 있을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스턴트맨의 멀티플레이 정신이 차별성을 갖는다고 합니다. 빠르고 현란할 수록 연속성이 중요하진까요, 모든 게 가능한 우리 스턴트맨에게는 기회인 셈이죠. 그래서인지 할리우드에선 정두홍 감독 이후 한국식 액션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한 명이 여러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 위험해 보이지만, 정 감독의 말로는 ‘몸을 움직여 감정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종류만 다를 뿐 결국 액션의 본질은 같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고 하네요. 고도로 분업화된 할리우드 스턴트 세계에서 정두홍 감독이 선보였을 우리 식의 스턴트, 액션 한류가 빛나는 대목입니다.

여러 모로 어제 배우 성룡의 인터뷰를 하면서 정두홍 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지점을 생각해 냈습니다. 특히 아날로그 액션의 기본은 ‘고통’ 이라는 감정이란 대목에서 역시나 고수들의 결론은 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화면 안에서 배우의 아픔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위해선 실제로 배우가 아픔을 흉내내지 않고 느낄 수 밖에 없다는 대목에선 숙연해졌습니다. 일부러 아픔을 느끼려는 사람들이라니, 아이러니하고 또 연민이 느껴집니다.

정두홍 감독은 앞으로 우리 무술 ‘택견’을 접목한 새로운 액션을 선보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부러질 듯 유연하고 가벼운, 하지만 상대의 급소를 찾아내 짚는 택견. 어쩌면 정두홍 감독, 나아가서 우리 스턴트맨들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네요. 앞으로도 몸을 아끼지 않는 국내 스턴트맨들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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