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탄탄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노희경 작가지만 시청률 복은 그 마니아층의 사랑만큼 따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라 보인다.
노희경 작가가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의 끝자락을 아련함으로 물들이는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들고 돌아왔다. 그녀의 곁에는 아름다운 영상미로 보는 이들의 눈길을 빼앗는 김규태 PD와 한국을 대표하는 남녀 배우 조인성, 송혜교가 든든히 지키고 있다.
지난 13이 첫 방송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방송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소외된 자들을 어루만지면서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주는 노희경 작가가 집필을 맡았고 군 제대 후 첫 복귀작이자 무려 8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조인성, 5년 만에 브라운관에 찾아온 송혜교가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라는 점 등 대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가 다양했다.
기대 속에 첫 방송이 됐다. 역시나 기대 이상의 빼어난 영상미와 함께 시각장애를 가진 오영(송혜교)을 둘러싼 인물들에 대한 세심한 표현으로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예고편이 나간 후 시각장애인이 하이힐을 신는다든가 주인공 송혜교가 너무나 곱게 화장을 하는 등은 현실에 기초하지 않은 너무나 눈에 띄는 옥에 티가 아니냐는 말을 들은 장면도 사실은 실제로 시각장애인 교본에 화장하는 법과 킬힐 신는 법 등이 나와 있을 정도로 시각장애인들도 자신의 외모를 꾸미는데 일반인 이상으로 신경을 쓴다는 것을 사전에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염두에 둔 것이라는 노희경 작가의 세심함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뻔한 멜로가 아니라 곳곳에 스릴러적인 요소, 예를 들면 오영의 곁에서 그녀를 돌보는 왕비서(배종옥)의 진의가 무엇인지, 대체 왜 오영이 눈이 멀게 됐는지 등 시청자들이 긴장감을 갖고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하면서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를 더 높이고 있다.
이렇게 노희경 작가는 뭔가 결핍이 있는 주인공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 과정에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위안을 얻는다.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꽃보다 아름다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특유의 깔끔한 대사와 속을 꿰뚫는 듯한 시선, 인간에 대한 연민과 통찰은 보는 이들을 열광케 하는 요소다. 하지만 늘 기대만큼의 시청률은 나오지 않는다.
노희경 작가의 이름만대면 누구나 다 알 정도로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이 없다는 것은 그녀를 이야기하며 늘 시청률을 거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2000년 ‘바보 같은 사랑’의 첫 회는 MBC ‘허준’을 상대로 1.8%라는 충격적인 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 1회 11.3%, 2회 12.8%, 3회 12.4%(AGB닐슨 집계)를 기록하며 다른 수목 드라마들과 팽팽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3회 방송에서는 소수점 차이이기는 하지만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방송이 될 때마다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도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는 이유다. 방송이 되고 나면 주인공 조인성, 송혜교의 이름은 항상 포털 사이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그들이 방송에서 입고 나온 의상은 이미 완판 행진을 하고 있다. 심지어 립스틱 컬러 등도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하니 그 체감 온도는 시청률 이상으로 뜨겁다.
이런 관심 속에 그 체감 온도가 시청률로 이어진다면 노희경 작가의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을 씻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작품을 쓰는 내내 아팠다. 인간이 살아갈 때 필요한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누가 누구 때문이라도 세상은 참 살아갈만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는 노희경 작가의 진심이 이번에는 과연 보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닿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happy@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