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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손 없는 날' 믿어야 하나?

[취재파일] '손 없는 날' 믿어야 하나?
2월은 이른바 '이사의 달'입니다. 봄철 새학기를 앞두고 이사 수요가 유난히 많기 때문입니다. 긴 겨울이 가고 슬슬 따뜻해지는데다, 자녀들 3월 개학 전엔 학군이나 학교 찾아 이사를 가야한다는 거죠.

그러다보니 2월엔 이사 예약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9일, 18일, 19일, 28일은 더 어렵습니다. 이른바 '손 없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28일은 웃돈까지 줘도 이사를 잡기 쉽지 않습니다. 집 면적과 이삿짐 양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포장이사비가 100만원 안팎인데요, 이 날은 2배인 200만 원을 줘도 예약을 잡기 쉽지 않을 정돕니다. 28일이 '손 없는 날'인데다 다음날 금요일이 3.1절, 그 다음날이 토, 일 연휴인 덕분이죠.

그렇다면 '손 없는 날'은 뭘까요?

막연하게 이사하기 좋은 날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취재를 하기 전엔 정확한 의미는 잘 몰랐습니다. 4,50대 이상은 알고 있지만 젊은 층, 특히 20대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손 없는 날'을 풀어 말하면 '귀신 없는 날'입니다. 여기서 '손'은 '손님'의 줄임말로, 동서남북 4방위로 다니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사람에게 해코지한다는 귀신을 뜻합니다. 이 귀신은 날짜에 따라 방향을 바꿔 옮겨다닌다고 하는데요, 그 날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음력 기준

초하루, 초이틀(끝수가 1 또는 2인 날) - 동쪽
초사을, 초나흘(끝수가 3 또는 4인 날) - 남쪽
초닷새, 초엿새(끝수가 5 또는 6인 날) - 서쪽
초이레, 초여드레(끝수가 7 또는 8인 날) - 북쪽

이미지


해당 날짜에 해당 방향에서는 이사를 피해야한다는 얘긴데, 결국 위 4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 음력으로 끝 수가 9와 0인 날은 어느 방향에서도 귀신이 하늘로 올라가고 없기 때문에 '손 없는 날'이 되는 겁니다. 이 '손 없는 날'은 어디서 유래된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민속 신앙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통을 지키는 의미에서 '손 없는 날'은 지켜야한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민속학 교수에 자문을 구한 결과 '손 없는 날'은 처음엔 인도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불교의 한 종파인 인도 밀교에서 천문학을 다뤘고, 그 영향으로 동서남북 4방향에 대한 악귀 설이 나왔는데, 이 믿음이 임진왜란 당시 불안한 사회 분위기를 틈타 널리 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불안한 상황에 뭔가를 믿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어떠신가요? 이사 같이 중요한 일을 치를 때 기왕이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손 없는 날'의 경우 꼭 지켜야 할까요? 그것도 두 배에 달하는 이사비 웃돈을 주고서도 말입니다. 저도 이사할 때마다 '손 없는 날'을 지켰는데, 유래를 알고나니 망설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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