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전기료를 올렸지만 여전히 원가의 90% 밖에 안되니 어떤 식으로든 전기료를 더 걷는 쪽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논리다.
아직 결정된 바 없으나 정부는 현행 6단계로 구분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3∼5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구간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전기를 적게 쓰는 서민층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편에서는 지난 여름 에어컨 사용을 갑자기 늘렸다가 전기료 폭탄을 맞은 경우 구간 조정을 하는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계산하기도 복잡한 전기료 누진제 산출 체계.
전기료는 많이 걷어야 하고 더 내는 서민들은 없어야 하고, 애초부터 불가능한 계산을 정부가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을 취재하게 되면서 생긴 의문이다.
낮은 전기료로 인한 정부 재정 압박을 해소하는 길이 가정용 전기료의 인상과 누진제 조정 같은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여러가지 자료를 보니 전체 전력 사용량 가운데 가정용은 고작 14%선에 그치고 있어 시민들 주머니에서 전기료 조금 더 걷는다고 정부 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전기료는 기본 소비자 물가 수준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서 매우 민감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견임을 전제로 전기료 문제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 봤다.
작은 규모의 소비자인 가정용 전기는 크게 손대지 않고 산업용 전기료에 대해 매스를 대 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얘기를 들으면 당장 기업하시는 분들이 화들짝 놀라며 반대할 것이다.
물론 철강산업처럼 생산 원가의 절대적인 부분을 전기료가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전기로를 달궈 쇠를 녹이고 육중한 설비를 움직여야 하는 철강공장들은 그야말로 전기료가 얼마냐에 따라 생산단가가 결정된다고 한다.
얼마 전 취재를 갔던 현대체철 당진공장의 경우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전기료가 조금 더 인상되면 1년에 내는 전기료만 1조원에 달하는 시대가 곧 온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장들은 값싼 전기료의 혜택을 단단히 보고 있다는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세계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국가들에 비해 우리 전기료는 저렴하다.
또하나 이런 이유로 기업들의 생산비 구성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 보고에 따르면 우리는 물가안정과 경기진작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에너지 저가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력요금은 2010년 OECD 평균대비 55.7%, 가정용은 53.2%로 생산원가의 87.4%인데 비해, 총 에너지 소비 중 전력소비 비중은 2000년 13.7%에서 2010년 19.8%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지경부는 전기요금이 원가 수준으로 올라야 석유나 가스 등 1차 에너지를 사용하던 것을 전기로 대체하는 왜곡된 소비 행태가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문제는 단순히 한가지 기준으로 손질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가정용 전기료의 변동이 어떤 파장을 낳을 지 하는 문제에만 집착하지 말고 낮은 전기료로 인한 정부의 부담 문제와 전기요금 현실화가 이뤄졌을 때 가계와 기업의 영향, 누가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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