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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근로자 '퇴직연금'…잘 운용되고 있는 걸까?

[취재파일] 근로자 '퇴직연금'…잘 운용되고 있는 걸까?
<‘퇴직연금’ 운용의 허와 실>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근로자들이 가입한 퇴직연금의 가입률과 적립금 규모 등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2005년 12월 말에 도입된 퇴직연금은 근로자들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기존에 일시금으로 받던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받게 한 제도를 말합니다.  수치로만 따지면 퇴직연금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2012년 12월말 기준 적립금액이 67조3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7조4천억 원이 늘었습니다.  퇴직연금 가입률도 전체 상용근로자 952만명 가운데 438만명이 가입해 46%를 기록했습니다.  근로자 2명중 1명이 퇴직연금에 가입한 셈입니다.  하지만 양적으로 성장한 퇴직연금은 면밀히 살펴보면 보완해야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대기업들이 주로 가입…중소기업은 아직 먼 일>

사업장 규모별 퇴직연금 도입률을 보면 5백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도입률이 86.5%에 달합니다.  300~499명 사업장은 61.3%, 100~299명 사업장은 48.9% 정도지만 100명 미만 사업장은 아직 낮은 상황입니다. 특히 3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도입률이 12%에 불과해 중소업체 10곳중 9곳은 아직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불황에 급여도 제때 못주는 마당에 퇴직연금까지 회사가 적립해주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입니다.  노후대비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퇴직연금 도입사업장 수는 총 20만개소로 모든 사업장 152만개 대비 도입률은 13.4%로 낮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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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적립금은 잘 운용되고 있나?>

퇴직연금은 크게 회사가 일정금액을 적립해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와 근로자가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 근로자가 이직이나 퇴직 때 퇴직급여를 적립해 55세 이후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타갈 수 있는 개인형 IRP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비율로 보면 전체 적립금의 73.8%인 50조원 가량이 DB형에, 나머지 18%인 12조원 가량이 DC형에 가입돼 있습니다.  나머지 5조원 가량은 개인형 IRP로 운용됩니다.  퇴직연금 운용방법은 전체 적립금의 93%인 62조7천억원이 원리금보장형으로 실적배당형은 5%로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DB에 있든 DC에 있든 퇴직연금의 원리금을 안전한 자산에 투자해 원금 손실을 막는 보수적인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안정적인 운용방식이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맞을까?  최근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경험을 떠올리면 아마 원금손실 우려가 있는 위험한 주식에 퇴직연금을 투자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대부분 하실겁니다.  기자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몰린 퇴직연금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항의성 메일을 여러 통 받았습니다.  “퇴직연금을 주식투자로 날리란 말이냐?”에서부터 “최후의 보루인 퇴직금을 당연히 안전한 곳에 투자해야지 왜 근로자들을 선동하느냐?” 이런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근로자들의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우리의 경우 보수적, 공격적 성향과는 상관없이 퇴직연금의 운용을 회사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 근로자가 실적배당형을 선택할 수 있지만 대기업들은 원리금이 보장되는 확정급여형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향에 기대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은행, 보험,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자산운용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은행 예적금에 35조원, 금리확정형 보험상품에 22조원, 기타 원금이 보장되는 ELS나 국공채에 5조원 가량이 적립돼 있습니다.  위험자산인 주식에는 고작 2~3%만이 투자되고 있을 뿐입니다. 

<선진국의 퇴직연금은 40% 이상 ‘주식’에 투자>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13개 선진국의 평균 주식투자 비중은 46%에 달합니다. 보수적인 일본도 퇴직연금 적립금의 36%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스위스, 네덜란드의 주식비중이 26~27%로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2~3%만이 주식에 투자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어떨까요?  전체 적립금 387조 가운데 386조가 금융부문에 투자되는데 이 가운데 주식비중이 26% 정도로 100조원에 달합니다.  나머지 65%는 채권, 기타 8%는 국내외 대체 자산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을 주식에 꼭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운용 수익률만 놓고 보면 지금의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퇴직연금의 자산을 불리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해 은행과 보험 등 국내 퇴직연금 운용기관들이 직장의 퇴직연금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연 4% 중후반 대의 높은 금리를 제시했습니다.  과열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이들 금융기관에 금리 경쟁을 하지 말것을 권고해 올해는 금리 수준이 3% 후반이나 4%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이상 금융기관들이 역마진을 각오하고 직장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해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퇴직연금 운용은 ‘근로자’ 스스로가 해야…>

퇴직연금은 말 그대로 퇴직해서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노후의 안전판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저금리로는 물가상승률을 제외하고 나면 연간 실질 수익률은 1% 이하에 머물 수 밖에 없습니다.  2012년 3분기 55세 이상 퇴직자 2만8천여 명 가운데 일시금으로 타간 수급자는 96.8%인 2만7천여 명으로 연금으로 수령한 근로자는 3%에 불과했습니다. 그만큼 퇴직연금이 연금 취지와는 무관하게 기존의 퇴직금 방식에 불과하다는 얘기입니다.  선진국처럼 퇴직연금의 운용을 근로자 스스로가 선택하게 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30~40대 직장이라면 주식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50대 이상 은퇴를 앞둔 근로자들은 주식비중을 줄여 안전한 곳에 투자하는 운용전략을 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금 선진국들도 이런 운용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1~2년 운용하고 마는 것이 아닌 적어도 10년 이상 장기로 운용됩니다.  따라서 국내 주식 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이나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해야 수익률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안정적 운용에 집착하면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은 쥐꼬리만한 원금만 타가는 구조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운용방식으로는 노후대비를 충분히 할 수 없습니다.  금융기관들이 퇴직연금의 운용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자산 배분과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도 적립금의 일정부분을 국내 주식이나 해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줄 것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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