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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부조직개편안 '이상한 협상' 베스트!

[취재파일] 정부조직개편안 '이상한 협상' 베스트!
'정부조직개편'을 놓고 여야가 협상을 벌이는 걸 보면, 이상하다. 여야 협상이라는 것이 늘 조금은 이상하게 진행되곤 했지만, 이번 것은 꽤 이상한 협상 베스트 순위, 상위권이다.

정부조직개편안은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만들었다. 즉,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기본 바탕으로 해서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철학'을 잘 안다는 사람들이 만들었다. 유민봉 옥동석 강석훈 세 사람이 주축이다.

그러나 정부조직법과 각 부처와 관련된 법들을 고쳐야만 정부조직은 바뀔 수 있으므로, 법안 개정을 맡고 있는 국회 논의는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선거에 의해 다수결로 어느 한 정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그들의 '판'이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법안 제출 형태가 좀 이상하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을 위한 관련 법안 개정안을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의원 대표 발의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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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원내 사령탑이다. 이렇게 대표발의를 하는 이유는 적어도 여당은 '인수위가 낸 안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아니 그런 뜻을 보여주기 위한 방식이다. 그러나 법안 발의 당시 새누리당은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진 의원들이 있었다.

그러나 여당이 되었는데, 야당의 비판 여론에 힘 보태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던 새누리당은, 100% 모든 의원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안이 아니라 일부 의견이면 좀 양보를 해달라는 주문으로 당내 '일부 의견'을 무마시킨다.

그리고 야당과 협상을 시작한다. 형식은 각 상임위 법안을 수정하는 것이지만, 지난 MB정권 출범 때도 그랬다면서 별도의 협상기구를 설치한다. 일명 3+3 협의체. 그런데 협의체 구성원의 역할이 헷갈린다.  양당의 정책위의장과 수석부대표, 그리고 한 명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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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진 영 정책위의장과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그리고 강석훈 의원을 내세운다. 민주당은 첫 회의에서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새누리당과 협상하는 건지, 인수위원회와 협상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럴 만했다. 진 영 의장은 인수위 부위원장으로서, 상징적인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대신해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고, 강석훈 의원은 정부조직개편안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에 개편안을 더 잘 설명하기 위해 강석훈 의원을 넣었다고 했다.

잠시 논쟁을 하더니, 양당은 행안위 간사 등을 더 넣어 5+5로 협의체를 확대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이 부분도 이상하다. 숫자가 늘어나면 그 어중간한 협상 상황이 해소될 수 있는 걸까?

그렇게 이상한 협상체를 운영하더니, 3번쯤 만난 뒤에는 더이상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다면서 양측이 공식 협상을 접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협상 대표들이 실질적인 협상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방송 진흥, 규제 부분에서 협상장에 나온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인수위 개편안에 우호적이었지만, 당내 강경파들의 반대에 그 소신을 펴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 협상단이 여야 협의에서는 야당의 주장을 일부 수용할 듯 하다가도, 박근혜 당선인의 원안고수 메시지만 나오면 태도가 돌변해 강경하게 원안고수 주장만 한다며 협의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결국 양측이 서로 합의해서 구성한 협상 대표단을 못 믿겠다며 협의를 중단한 것이다. 그러나 협의 중단은 또 표면적인 얘기일 뿐이고, 여야 협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밑 협상'이라고  부르는 형태이다. 국회의 협상이라는 것은 거의 대부분 알맹이는 협상단이 결정하지 못한다. 여당은 야당을 탓하고 야당은 여당을 탓하지만, 그건 늘 피차 마찬가지로 보인다.

이제 새 정부의 시작은 2월 25일이고, 국회 본회의는 18일과 26일로 잡혀있다. 18일 전까지 합의를 이뤄서 정부조직개편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비교적 성공적이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어떤 지정된 날짜에 구애 받는 것을 참으로 싫어한다. 예산안을 처리할 때도 그렇고, 헌재소장 등 임기가 있는 공직자의 임명동의안 등을 처리할 때도 그렇고. 몇월 몇일까지 법에 하도록 돼 있다거나, 그 날이면 전임자 임기가 끝나 공석이 된다거나 하는 부분을 지적하면 '뭐 00 정권때는 몇달도 공석이었어~' 라면서 최악의 상황을 끄집어내 본받으려 한다.

참으로 이상하다. 법정기일 같은 것에 부담 갖는 국회의원은 거의 없다. 단체로 똘똘 뭉쳐서 '괜찮아~'만 외칠뿐. 다 같이 하는 일이니까 300백명이 같이 하는 일이니까, 어디서 개개인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으니까.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날도 뭐가 그리 중요하겠나, 여당은 여당이고 야당은 야당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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