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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배구 코트의 '칼바람'이 아쉬운 이유

[취재파일] 배구 코트의 '칼바람'이 아쉬운 이유
올겨울 날씨처럼 이번 시즌 배구 코트에는 유난히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어제(14일) 프로배구 LIG손해보험 이경석 감독이 전격 경질됐습니다. 이유는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과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팀 분위기 쇄신'이었습니다.

걸출한 토종 공격수 김요한-이경수를 보유한 LIG는 시즌을 앞두고 쿠바 출신 특급용병 까메호까지 영입하면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습니다. 그렇지만 전반기를 2위로 마친뒤 후반으로 갈수록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현재 6개팀 가운데 4위에 머물러 2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할 위기입니다.

이번 시즌 개막과 함께 LIG손해보험 구자준 회장이 한국배구연맹 신임 총재를 맡으면서 '총재사(社)'가 된 LIG구단으로서는 '탈락'은 상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일테고 결국 시즌 도중 감독 경질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올시즌 남자 프로배구에서는 신영철 대한항공 전 감독과 신춘삼 KEPCO 전 감독에 이어 세번째로 감독이 바뀌었습니다. 6개 구단 가운데 절반이 시즌 도중 감독을 갈아치운 초유의 사태입니다.

대한항공은 감독 교체 후 최근 6연승을 달리며 2위까지 뛰어올라 일단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20연패에 빠져있는 KEPCO는 워낙 팀 자체가 총체적 난국인 가운데 LIG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프로야구에서도 한화 한대화 감독과 넥센 김시진 감독이 시즌 도중 경질된 사례가 있습니다. 성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프로 스포츠의 속성상 감독은 언제 해고 통지를 받을지 모르는 불안한 자리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는 해도 사령탑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은 팀에도, 그리고 팬들을 생각해서도 바람직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지난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LIG손해보험과 대한항공은 벌써 네차례나 감독을 교체했습니다. 평균 2년마다 한번씩 감독을 바꾼 셈입니다. 두 구단 모두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 밀려 한번도 챔피언전 우승을 못해본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승, 그리고 성적에 목마른 두 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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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화재는 프로 출범 이후는 따질 것도 없이 1995년 팀 창단때부터 무려 19년째 줄곧 신치용 감독이 지휘하고 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2011년 5월 김호철 감독을 경질한 것이 유일합니다. 그것도 시즌 도중 경질은 아니었습니다.

보통 프로팀 감독들이 3년 계약을 많이 합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팀을 만들어가기위해서는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많은 감독들이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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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로농구 인삼공사가 챔피언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리빌딩(rebuilding)'이라는 단어가 국내 스포츠계의 큰 화두가 됐습니다. 3년에 걸쳐 젊고 능력있는 선수들로 팀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성적은 바닥을 맴돌았지만 이상범 감독과 구단의 믿음은 결국 창단 첫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물론 팀마다 처한 상황은 다릅니다. 시즌 도중 감독을 바꿨다고 해서 무턱대고 비난받을 일만은 아닙니다.
고육책이 '악수'가 될지 '신의 한 수'가 될지는 모를 일입니다.

다만 국내 프로 스포츠 구단들 사이에 인삼공사의 사례처럼 감독에게 팀 운영의 전권을 주고 충분한 시간과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문화가 좀더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올겨울 배구코트의 칼바람이 아쉬운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나 프로야구 김응용 감독(해태에서만 18년), 프로농구 유재학 감독(모비스에서 10년째)같은 '프랜차이즈 스타 감독'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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