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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 핵실험, 방사능 한반도 영향은?

방사능 오염이라는 망령에 홀리지 않는 방법

[취재파일] 북한 핵실험, 방사능 한반도 영향은?
지난 12일 오전 11시 57분, 북한이 3번째 핵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주변국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핵실험이지만, 국내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주식 시장도 큰 요동 없이 평상시와 같은 흐름을 유지했고, 시민들도 동요하지 않고 일상 생활을 영위했습니다. 사재기나 혼잡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북 핵실험, 방사능 낙진은?' 같은 선정적인 제목의 '낚시글'을 올리는가 하면,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방사능 핵물질 오염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핵실험에서 나온 방사능이 정말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를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이번 핵실험의 본질은 '지하 핵실험'입니다. 깊은 땅 속에 갱도를 파고 밀폐된 방 안에서 핵폭탄을 터뜨리는 겁니다. 적대적인 주변국들에게 둘러싸인 북한으로서는 태평양 어느 섬에서 지상 핵실험을 할 수도 없고, 영토도 그리 넓지 않아 방사능 오염을 무릅쓰고 핵실험을 할 장소도 마땅치 않습니다. 필연적으로 지하 핵실험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서 선택된 곳이 2006년 1차 핵실험 때부터 세 차례나 핵실험이 벌어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입니다.

이곳은 지질구조가 충격과 열에 강한 화강암으로 구성돼 있고, 만약의 경우 핵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어도 편서풍을 타고 바다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동해안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또 수도 평양에서도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전이 건설된 곳들이 전남 영광을 제외하면 모두 영남해안에 몰려있는 이유와 같습니다.

이 만탑산 갱도에는 핵실험 장치에서부터 입구에 이르기까지 총 9개의 차단문과 3개의 콘크리트 격벽이
설치돼 있습니다. 따라서 폭발이 일어나도 대부분의 파편과 잔해는 갱도를 지나는 동안 가로막히고, 사방에는 견고한 화강암으로 둘러싸여 있어 핵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북한이 이곳에서 앞으로도 계속 핵실험을 하겠다면 오염을 막고, 외부에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갱도 구조는 당연한 것입니다. 이 핵실험장 갱도에서 외부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은 폭발로 생성된 기체 일부 뿐입니다. 바로 제논(Xe)과 크립톤(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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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지상이나 공중에서 핵폭발이 발생했을 때와 달리, 지하 핵실험으로 낙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봉쇄됩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핵실험장 바로 위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조차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은 낮다"며 환경적으로도 차단벽을 제외하고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산 농수산물이 오염될 가능성은 0에 수렴합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어제(13일) 새벽부터 동해상에서 이동식 제논 포집기 '사우나'를 선박에 탑재해 본격적인 제논 포집에 나섰습니다. 세슘과 루테늄 등의 방사성 핵종 탐지가 가능한 항공기도 띄웠지만, 이들 핵종이 탐지될 가능성은 앞서 말한 이유로 매우 낮습니다. 또 전국의 환경방사선 감시망을 가동해 육, 해, 공 삼면에서 전 방위 방사능 탐지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 탐지의 목적은 극미량에 불과한 제논이 인체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번 핵실험의 확인과 그 종류를 알아보기 위한 것입니다.

또, 배를 동해에 띄운 것은 길주 일대에 서풍이 불고 있어 국내보다는 동해상이 기체 포집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어제 8뉴스에서 보도한 것처럼,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대기 확산 모델에서도 만약 방사성 기체가 유출된다면 대부분 동해를 건너 일본 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오늘(14일) 오후 3시를 조금 넘어 어제 포집된 시료에 대한 1차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론은 '방사능 물질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이라고 하겠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갱도 자체가 '구중궁궐'처럼 겹겹이 차단된데다, 2차 핵실험에서도 제논을 탐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역시 가능성을 크게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검출 기술이 낮아서는 아닙니다.

다만, 극미량의 제논이 검출된다고 해도 크립톤의 양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제논의 양만으로는 핵실험에 사용된 폭탄의 종류를 알아낼 수 없습니다. 설령 극미량이 검출되더라도 인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제논과 크립톤은 모두 최외곽전자가 0인 불활성기체입니다. 매우 특별한 조건이 아니라면 다른 물질과 일체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역시 불활성기체인 네온(Ne)처럼 조명 등에 사용됩니다. 따라서 북한 핵실험장에서 나온 제논과 크립톤을 아무리 들이마셔도 내부 피복으로 장기가 손상되거나 할 염려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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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당분간 대기와 빗물 등의 포집과 분석을 계속해 그 결과를 속속 내놓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방사능 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보입니다. 제논의 반감기가 며칠 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검출은 더 어려워집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판단을 떠나 이번 핵실험처럼 그 성격과 한계가 분명한 사건에서마저 '방사능 오염 우려'를 들먹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때도 그랬습니다. 일본에서는 분명히 심각하고 광범위한 오염이 진행됐고, 그 중 일부는 분명히 기류를 타고 우리나라로 넘어왔습니다. 최소한 세 차례에 걸쳐 유입이 확인된 사실이 논문으로도 검증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양은 매우 극미량이고, 인체에는 사실상 영향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하지만 '빗물을 매일 20리터씩 500년을 마셔야 하는 양' 같은 표현으로도 잠재울 수 없는 것은 인간의 불안감입니다. 불안감에 맞서는 유일한 무기는 정확한 자료에 근거한 과학적 사실 판단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시간을 투자하면 불안은 해소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이 또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언젠가 다시 동해상에서 제논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더라도 이제는 '방사능 낙진'이나 '북한 명태 오염' 같은 유언비어가 인터넷 상에 떠돌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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