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을 갖다 바치자 아들 친구는 주변에 재력가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58살 아주머니는 동네에서 30년동안 알고 지낸 친한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세 딸이 장성해 수십, 수백 억 원의 자산가로 알려진 65살 이웃이 떠오른 것이지요. 아들 친구는 “이 자산가에게 신통한 분의 문자 메시지를 전달해주면 아주머니에게 복이 오는 것은 물론 돈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억 6천만 원이나 갖다 바친 상태에서 솔깃한 제안이었습니다. 앞 뒤 가리지 않고 자산가 친구에게 ‘신통한 분’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본격적인 사기극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60대 자산가는 7개월 동안 3천 700건이 넘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관할 경찰서장의 치료비를 내지 않으면 집 안에 화가 온다.”, “서장의 아내와 장인의 병원비도 필요하다.”, “악귀가 다른 사람에게 가도록 도와야 한다.” 하루 평균 15통 넘게 메시지를 보내는 신통한 분은 자산가의 사정을 훤히 알고 있었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 외국을 나갈 일이 있는데 비행기가 떨어질 수 있다. 입금해야 한다.” 결국 자산가는 세뇌 당했습니다. 10억 원을 송금했지요. 가족이 화를 면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계속 큰돈이 빠져나가는 걸 수상히 여긴 자산가 딸의 신고로 황당한 사기극이 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경찰의 수사 대상은 58살 아주머니였습니다. 자산가에게 접근해 황당한 말로 10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이때까지는 맨 처음 문자 메시지를 전달한 35살 아들의 친구는 참고인으로서 수사만 받았습니다. ‘신통한 분’의 정체는 아무도 알지 못했지요. 얼굴 한 번 본 사람이 없는, 그저 영험한 존재로만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참고인이었던 35살 가정주부가 중요한 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계좌추적, 통화내역 조회, 문자메시지 복원 작업 끝에 이 가정주부는 범행을 시인했습니다. “신통한 분은 바로 저였습니다.” 58살 아주머니의 아들을 통해 집 안 사정을 들어 사기극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척하며 신통하게 시시콜콜한 집 안 사정을 하나하나 들먹이며 속인 것이지요. 게다가 피해자였던 아주머니는 나중에는 소중한 정보원이 됐습니다. 60대 자산가의 집 사정을 가져다 줬지요. 출장을 자주 가는 딸의 얘기를 해 줘 “가족 중 누군가 해외에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10억 원을 뜯긴 60대 자산가가 아직도 ‘신통한 분’의 존재를 부정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정의 불행을 면하기 위해 남편조차 모르게 송금을 계속한 이유였지요. 집요하게 전송되는 문자 메시지,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신통한 분. 게다가 믿을만하다고 옆에서 말해주는 30년 지기 친구까지. 말 그대로 비판 기능을 깨끗이 상실한, 세뇌당한 상태였던 겁니다.
명품을 즐기며 호화스러운 생활을 즐기던 35살 ‘똑똑한 가정주부’는 결국 구속기소 됐습니다. 확인해 보니 사기 전과로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난 적도 있었지요. 과거에도 지금에도 속인 사람은 지인이었습니다. 아는 사람에게 허황된 말을 전해 사기극을 벌인 것이지요. 이번 사기로 뜯어낸 10억 원이 넘는 돈도 이미 명품 쇼핑 등으로 다 써버린 상태라고 합니다. 피해자가 다시 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황당했던 한 바탕 난리는 사기를 친 사람이나 당한 사람 모두를 나락으로 빠지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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