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시스템 회사와 대기오염 측정팀을 섭외해서 서울의 한 주상복합 주택을 찾아 갔습니다. 주상복합이라 창문을 활짝 여는게 불편한데다, 강변북로변에 있어 평소에 문을 열고 환기를 하기도 쉽지 않은 집이었습니다. 마침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들도 늘 코감기를 달고 산다고 불평하더군요.
2007년에 지은 주상복합 주택이었습니다. 환기시스템이 설치된 집은 외부 공기를 들여오는 급기구와 실내 공기를 배출하는 배기구가 벽이나 천정에 설치돼 있습니다. 2006년 말부터 지은 100세대 공동주택은 의무화 돼 있는 설비입니다.
먼저 급기구와 연결된 외부 필터 부분을 내시경 카메라로 들여다 봤습니다. 바깥 공기가 들어오는 부분이라서 육안으로 보기에는 생각보다 더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6년 가까이 그대로 둔 상태라서 여기저기 먼지가 고착돼 붙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필터는, 보는 순간...'아, 필터가 제 역할을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먼지로 꽉 막혀 있었습니다.
다른 주상복합 주택도 체크해 보기로 하고, 용산에 있는, 역시 2007년에 입주한 집을 섭외했습니다. 이 곳은 기자가 취재간다고 해서인지 깔끔히 청소를 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배기구 입구부터 먼지로 시작해서 안쪽은 여기저기 오물로 떡져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실내 공기가 몇년째 밖으로 나가면서 만든 흔적이었죠.
필터는 역시...흰색이 진한 회색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미세먼지와 실내 세균, 곰팡이도 측정해 봤습니다. 병원의 실내공기를 기준으로 한 권고 기준치보다는 낮게 나왔지만 꽤 많은 미세먼지와 세균, 곰팡이가 검출됐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전국 다세대 주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총부유세균과 곰팡이가 병원이나 보육시설 기준치의 각각 2.5배, 1.3배 높게 검출됐습니다.
대한산업보건협회 관계자의 말입니다. "미세먼지는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바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아요."
세균이나 곰팡이도 역시 면역력 약화나 알러지 등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들이죠.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대부분 가정에서 무심결에 지나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취재를 갔던 집의 주부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여기서 5년 살았는데, 필터를 교체한다거나 청소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청소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고, 동네 분들도 전혀 모르시더라고요"
실내 환기시스템의 필터는 가동 1천시간 또는 6개월에 한번씩은 갈아줘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신경을 더 써야 합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는 주상복합 뿐만 아니라 2006년 말부터 입주한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엔 모두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청소를 하기 어렵다면, 전문 업체에 의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엔 비용을 먼저 철저히 따져본 뒤에 청소를 하는게 좋을지 필터만 갈아도 될 지는 따로 판단해야겠죠.
참, 대기오염 측정을 의뢰했던 대한산업보건협회 관계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 정도면 괜찮은 거에요. 타***스 같은 지은지 오래된 고급 주상복합 주택은 공조시스템이 정말 문제예요. 손을 대거나 들어가는게 너무 어려워요. 학회에서도 그게 문제된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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