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차 핵실험을 12일 끝내 강행함에 따라 한반도가 또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향후 지역 정세는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계 제로'의 형국이 됐다.
핵실험을 하면 중대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한 국제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조치, 이에 맞선 북한의 후속 도발이 악순환으로 이어질 경우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초긴장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긴장의 급격한 수위 고조 후 극적으로 대화의 물꼬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유동성이 큰 상황이다.
당장은 유엔 제재와 북한의 반발이 맞물리면서 대립이 격화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3차 실험을 강행한 직후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12일 오후 11시)에 긴급회의를 열었다.
국제사회는 이미 유엔 결의 2087호를 통해 북한의 추가도발시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조치 논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응해 채택된 이 결의는 중국도 동의했다.
핵실험은 장거리 로켓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도 이런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006년 당시 유엔은 북한의 핵실험 후 6일 만에 결의안을 채택했다.
2차 핵실험이 있었던 2009년에는 대북제재 수위가 올라가면서 결의안 채택에 19일이 걸렸다.
국제사회의 분위기로 볼 때 이번에는 제재 내용 역시 2009년보다 상당히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유엔 안보리는 이미 결의 2087호에서 추가제재를 취할 수 있는 여러 단초를 마련해둔 상태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 진전을 저지하기 위한 금융·해운 제재 등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기존 유엔 결의안에 포함된 주요한 임의조치를 강행규정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제ㆍ운송 등의 비무력 제재 외에 유엔헌장 7장의 42조(무력제재) 규정도 결의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중국 등의 변수로 실제 포함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부 소식통은 "로켓에 비해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는 국제사회 공감대 형성이 더 쉽다"면서 "제재 내용 역시 빠져 있던 부분을 채워넣으면 되므로 국제사회의 공감대만 있으면 시간이 걸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유엔 차원에서 제재 결의안을 조기에 채택키로 방침을 세우고 결의안 주요 내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북조치에 북한은 더욱 강경한 입장을 내면서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후 채택된 유엔 결의 2087호에 대해서 즉각 성명을 내고 "물리적 대응 조치"를 거론하면서 강경하게 대응한 바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조치에 말로 협박하는 수준을 넘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한반도 상황이 파국으로 빠질 수도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나 4차 핵실험 강행 등에 나설 경우 이에 맞물려 정밀 타격과 같은 대북 무력제재 카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을 빌미로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이 가속화되고 이에 맞물려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도 배가될 수 있다.
특히 우익 정권이 들어선 일본이 자위권 확대를 명분으로 군비 경쟁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우경화 경향이 상당히 있는 일본 내에서 북한을 이유로 핵개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일본과 영토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대응하면서 미국의 전력배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도미노식 긴장 격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남북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간 긴장도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위기가 높아지면 질수록 극적으로 대화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관측도 일부 있다.
1993년 1차 북핵위기 때도 영변폭격설이 나오는 등 전쟁 위기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은 제네바 합의로 상황이 정리됐다.
한미 양국이 정권 재편기에 있다는 점도 정세 변수다.
이번 북한의 핵 도발로 조성된 강경 여론이 계속될 경우 대북 정책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특히 이달 말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경우 대북정책이 강경한 방향으로 새로 짜여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새 정부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김장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는 이날 북한의 핵실험 후 향후 대북정책 기조와 관련, "핵실험이 확실하다면 옛날 같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당선인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6자회담 당사국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 기조로 재편될 경우 한반도에 긴장 상태가 계속되면서 2차 핵실험 때와 같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1차 핵실험 때인 2006년의 긴장 국면은 이듬해 2ㆍ13합의로 종료됐으나 2009년 핵실험 이후에는 대화의 모멘텀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결국 북한의 도발이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 이후에는 대화공세로 돌아설 수 있고 2기 오바마 정부나 박근혜 정부가 대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이유로 여기에 호응할 경우 한미의 대북정책도 이에 맞게 재정립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특히 2기 오바마 정부의 경우 외교안보팀이 대화파로 짜여져 있기도 하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과거 김정일은 핵실험을 하면 미국과 꼭 관계개선을 하고 싶어했다"면서 "만약 이번에도 그런 패턴으로 간다면 우리가 제재를 세게 하더라도 추후 대화를 위해 정책 기조 자체를 강경 기조로 바꿔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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