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김정은 시대 北 문학, '친근함'으로 구별짓기"

김성수 교수 '민족문학사연구' 기고<br>"홍대용, 북학파에서 분리해야" 박희병 교수 논문도 수록

"김정은 시대 北 문학, '친근함'으로 구별짓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시대의 북한 문학은 '친근한 지도자' 이미지를 내세워 선대와 구별짓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성수 성균관대 교수는 민족문학사연구소의 기관지 '민족문학사연구'에 기고한 논문 '김정은 시대 초의 북한문학 동향'에서 "새 지도자 김정은의 '수령형상'은 친근함의 이미지와 청년·아이들을 향한 미래 담론에서 아버지의 선군담론이나 민생담론과 차별화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 말부터 1년간 북한 주간지 '문학신문'과 월간지 '조선문학'에 발표된 시와 소설, 비평, 수필 등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김 교수는 지도자를 그리는 북한의 '수령형상' 문학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추모와 권력 승계 합리화에 주력하다가 김정은의 통치가 본격화하면서는 친근한 지도자상 부각으로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작가 김하늘이 지난해 3월 '조선문학'에 발표한 소설 '영원한 품'을 보면 김정일 사망 후 추위 속에 추모하러 나온 군중에게 김정은이 '더운물을 끓여주고 솜옷을 따뜻하게 입게 하라'고 했다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이 같은 미담을 문학작품 곳곳에 배치해 김정은의 친근하고 자상한 이미지를 내세웠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또 김 교수는 김정일 시대 중반까지 문학작품에 선군(先軍) 담론이 지배적이었던 것과 달리 김정일 시대 말기부터 김정은 시대 초기에 인민생활 향상 담론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김정은의 연령을 고려해 '청년미래 담론'이 추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호로 통권 50호를 맞은 '민족문학사연구'에는 홍대용(1731-1783)을 북학파에서 분리해 이해해야 한다는 박희병 서울대 교수의 논문도 함께 실렸다.

박 교수는 홍대용이 수천년간 동아시아를 규율해온 세계관인 '화이론'을 부수고 새로운 대안적 세계관 구축에 나섰다고 지적하면서 북학파인 박지원이나 박제가는 중화주의나 화이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홍대용이 북학 내부에서 북학을 수정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고 북학과는 다른 경로로 자신의 사유를 발전시켜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물질의 효용과 편리를 중심으로 문명을 바라본 북학파와는 달리 홍대용은 절약과 검소함을 중시하면서 원리적이고 생태주의적인 관점을 견지했고 사회적·인민적 평등의 향상에 대한 인식이 뚜렷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북학론이 당대의 보수적 학자들로부터는 비난받았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 사유방식과 사유틀이 유가 밖으로 나가거나 체제 밖으로 나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홍대용 사상의 지향성은 체제와의 관계에 있어서나 그 혁신성에 있어서나 북학론과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