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시민의 발, 지하철의 양심불량 문제를 짚어보고 해법을 찾는 연속 기획 보도입니다. 이른바 '쩍벌남', 많이 보셨죠. 눈살을 찌푸려지는 모습을 덜 볼 수 있는 아주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임태우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성인 남녀 700여 명이 뽑은 지하철 꼴불견 3위는 만취한 채 좌석에 드러눕거나 소란을 피우는 취객입니다.
꼴불견 2위는,
[막말남 : 내가 뭐 잘못했어? 잘못했냐고! 이 XX야.]
욕설을 퍼부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막말남.
그럼 1위는 누굴까?
[최수연/지하철 이용객 : 다리를 벌리시니까 옆자리 앉은 사람들이 많이 불편한 게 문제인 거 같아요.]
남의 불편 아랑곳 않는 이른바 '쩍벌남'이었습니다.
퇴근 시간대 전동차를 관찰해봤습니다.
두 다리를 쩍 벌린 '쩍벌남'뿐 아니라, 다리를 길게 쭉 펴고 앉아 통행을 방해하는 '쭉벌남'까지 전동차 한 칸에만 무려 25명이나 됩니다.
[쩍벌남 : 좁은 데선 (다리를) 오므려야겠는데 오므릴 수가 없더라고요. 자동적으로 벌어지더라고요.]
전동차 좌석의 폭은 46cm.
옆 좌석에 피해를 주지 않는 두 다리 사이의 각도는 53도로, 주먹 두 개가 들어갈 정도입니다.
반면, 쩍벌남의 두 다리 사이 각도는 무려 86도, 30도 이상 더 다리를 벌리는 겁니다.
옆 좌석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양발 간격은 15cm입니다.
이 발 모양 스티커를 좌석 아래 붙인 뒤 시민 반응을 지켜보겠습니다.
한 청년이 자리에 앉기 직전, 스티커를 발견하고는 발을 맞춥니다.
두 발을 벌렸던 승객들도 스티커를 눈치채자마자 바로 다리를 오므립니다.
두 시간 실험하는 동안 스티커를 무시한 쩍벌남은 단 두 명뿐이었습니다.
[최시문/스티커 좌석 이용객 : (스티커를) 붙여놓으니까 발을 여기다 맞추게 되고, 다리가 저절로 가요.]
[김종갑/건국대 몸문화연구소장 : 스티커를 붙여놓으면 발 모습이 타인이 나를 노려보는 시선처럼 느껴지고, 그게 일종의 명령 화법으로 다가오는 거죠.]
지하철의 에티켓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발 스티커는 한 서울 시민이 생각한 생활 속 작은 아이디어입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이승환, 영상편집 : 우기정, VJ : 정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