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취재파일]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이번 주에 나오기로 예정된 자료 가운데, 교육 기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사교육비 통계였습니다. 지난 2007년부터 매년 교육과학기술부가 통계청과 함께 내고 있는 통계자료인데요, 지난 한 해동안 우리 학부모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사교육에 들였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자료는 사교육비 총 규모가 전년 대비 1조 1천억 원이나 줄었다는 게 첫 줄에 강조돼 있더군요. 학생 1인당 한 달 평균 사교육비 역시 24만원에서 23만 6천원으로 1.7%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당장 아침 편집회의에서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습니다. 학부모들 입장에선 사교육비 부담이 줄었다는 걸 전혀 실감할 수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물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저로서도 사교육비 부담이 여전하다는데 동감했습니다.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니, 조금 의문이 풀렸습니다. 초등학생을 둔 가정에서 사교육비를 줄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1년 전보다 14%나 초등생 사교육비가 줄었습니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을 살펴봐도 초등생은 전년 대비 9% 줄었습니다. 교과부에서는 “방과후학교”를 활성화한 것이 초등학생들의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자평했습니다. 예체능 과목의 사교육 수요를 “방과후학교”가 흡수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경제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것도 반영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중고등학생의 사교육비였습니다.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든 반면 중고생의 사교육비 지출은 늘어난 겁니다. 고등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은 1년 전에 비해 2.8% 늘어났고, 중학생은 5.3%나 늘어났습니다. 과목별 사교육비 통계를 들여다보니 영어와 수학이 주범이었습니다. 수학은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여서, 중학생은 월평균 1만 1천원, 고등학생은 6천원씩 올랐습니다. 대학입시에 성공하기 위해선 수학에 올인해야 한다는 엄마들의 믿음이 통계상으로도 확인된 겁니다.
이미지

정부도 수학 사교육비의 약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사교육비 억제 정책 덕분에 지난 2009년 이후 사교육비 감소세가 뚜렷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중학교 수학 사교육을 잡는 것이 새 정부의 역점 과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교과부에서 보기에도, 수학이 사교육비를 끌어올리는 가장 거대한 힘이라는 걸 인정한 겁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중.고등학생을 위한 교과 방과후학교 활성화, EBS 수학 전문 서비스입니다. 사교육 의식 조사 결과, 선행학습이나 불안심리 때문에 사교육을 찾기 보다는 학교수업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면서, 교과 방과후학교나 EBS 수학채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사교육을 줄일 수 있을까요? 특히 학생들이 학교수업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다는데, “학교 수업의 질을 끌어올리고 확실한 수준별 수업을 하겠다” 처럼  학교를 중심으로 한 대책이 아니라 방과후학교나 EBS 같은 외부에서 답을 찾겠다는 태도에 저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분명히 학교와 교사가 존재하는데, 왜 자꾸 이들을 투명인간처럼 취급하는 걸까요?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알차게 만들어줘야지, 방과 후에 따로 공부해야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게 옳은 것일까요? 초등학생들처럼 예체능 사교육을 방과후학교가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학교 수업이 겉도는 문제를 방과후학교로 풀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약속은 이미 대다수 국민들에게 식상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대책에도 들어갈 수 없는 걸까요? 교육계에서는 학원이 아닌 학교에서 맞춤형 수업이 이뤄지기에는 아직까지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너무 많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지금처럼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사교육 억제 대책을 세우고 예산을 퍼부어야할까요. 새 정부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사교육 억제책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야할 것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