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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할 수 없는 땀과 노력…누가 '정글의 법칙'을 의심하는가?

연출할 수 없는 땀과 노력…누가 '정글의 법칙'을 의심하는가?
방송의 힘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연출이 도달할 수 있는 범위에도 한계가 있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연출의 힘이 미칠 수 있는 범위가 극히 좁다. 특히 방송이 촬영되는 공간이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공간이라면 또 그 일반인이 타인의 통제를 쉬이 받아들이지 않는 원시 부족 사람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SBS '정글의 법칙'이 때아닌 조작 논란에 시달리며 홍역을 치렀다. 뉴질랜드 편에 동행한 박보영의 소속사 대표가 올린 취중 글이 불씨가 됐다. 앞뒤 맥락이 없는 다분히 감정적인 글이었음에도 파장은 엄청났다. 결국, 소속사 대표의 해명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리고 논란 후 처음으로 '정글의 법칙'이 전파를 탔다.

'정글의 법칙'이 진정성 논란을 타계한 방식은 방송을 통한 정면돌파였다. 8일 오후 방송된 '정글의 법칙 in 아마존' 편은 왜 이 프로그램이 조작 논란 자체가 불가능한 것인가를 보여줬다.

이날 방송에서는 와오라니 부족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육식 물고기 피라니아를 맛보는 병만족의 모습이 그려졌다. 김병만은 언제나 그러하듯 미지의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뜻하게 않게 펼쳐지는 난관도 적극 헤쳐나갔다.

김병만은 리더로서 새 멤버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새롭게 합류한 멤버 미르가 자신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안해하자 리더로서 다독이는 모습도 보여줬다.

와오라니 족장 손자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병만족은 정글 돼지 사냥에 나섰다. 돼지 사냥을 위해 늪지대를 건너고 아찔한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여정 속에 노우진과 카메라 감독은 추락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아찔한 높이의 다리 위에서 떨어졌음에도 카메라맨은 끝까지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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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만족은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돼지를 찾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김병만의 발이 퉁퉁 부어오를 때까지 정글을 돌아다녀도 돼지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결국 김병만은 "지금 돌아가서 다른 선물을 준비하자"며 철수를 결정했다. 돼지 사냥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병만족의 땀과 노력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이날 방송은 우리가 늘 봐 왔던 '있는 그대로'의 병만족이었다. 그들은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고, 그저 주어진 상황에 온 힘을 다해 대응할 뿐이었다. 정글이라는 미지의 공간에서 조작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거듭된 실패의 과정을 보여주지 않고, 더욱 더 드라마틱한 결말을 보여줬을 것이다. 

땀 흘리며 노력하는 멤버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정글의 법칙'의 진정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모든 상황에 최대한 의연하게 대처하며 팀을 이끄는 김병만의 모습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상황이 낯설기만 할 박솔미와 미르는 팀의 막내로서 김병만을 의지해 상황을 헤쳐나갔다.

링 위에서 무적의 위용을 자랑하는 추성훈도 예측 불허한 정글이라는 공간에서는 그저 초보 탐험가일 뿐이었다. 정글에서는 자신의 힘을 자랑하기보다는 2세를 위해 배웠다는 베이비 마시지를 원주민 아기에게 해주는 따뜻한 모습이었다.

병만족이 정글에서 마주하는 상황은 모두 다 맞닥뜨려지는 것들이다.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것은 그 여정 속에서 흘리는 꾸밈없는 땀과 눈물이다. 이것을 연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상상이다.

우리는 적어도 '정글의 법칙'의 진정성만큼은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 그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모험에 직접 동참한 멤버가 아닌 저 멀리서 지켜본 관찰자에 의해 불거졌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오랜기간 세계 오지를 돌며 모험과 도전을 해오고 있는 김병만 그리고 병만족 멤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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