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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근혜, 쓴 사람만 또 쓸까?

[취재파일] 박근혜, 쓴 사람만 또 쓸까?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총리로 지명한 데 이어, 정홍원 전 공천위원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자, '박근혜 당선인은 쓴 사람만 또 쓴다'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자진사퇴한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경우는, 인수위원장에 임명됐을 때 예측 불허의 인사였습니다. 대선 때 공동선대위원장 중 한 사람이었지만 법치주의와 장애자 등 소수자 중시 등의 정신이 담긴 상징적 인사로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수위원장으로 임명되자, 당내에서는 인수위에 과도한 힘을 실어주지 않으려는 박 당선인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공동선대위원장 때와 마찬가지로, 인수위원장도 상징적인 자리의 의미가 크다는 해석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총리로 '김용준'을 선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단상에 앉은 김용준 후보자를 보고도 예측을 하지 못했습니다. 인수위원장 자격으로 나와 있는 줄만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대선 기간 동안 박 당선인은 헌법에 주어진 총리의 권한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총리의 역할이 예전 보다는 커질 것임을 강조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징적인 인물로서 실무에는 크게 관여 안 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김용준 위원장과 '총리'는 선뜻 연관되지 않은 '이미지'였던 것입니다.

그러자, 박 당선인 주변에서는 "박 당선인이 '책임 총리제'를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단지 헌법에 명시된 있는 그대로의 권한을 보장해주겠다고 한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총리가 아니라, 장관이다, 장관이 책임지고 일을 하도록 해야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일명 '책임 장관론'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선인과 인수위가 예측하지 못했던 '도덕성' 논란 끝에 김용준 후보가 스스로 사퇴를 결심하게 되고, 두 번째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게 됐습니다. 어떤 인물들을 총리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인수위에서는 거의 알려지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떠오른 이름이 있었습니다. 바로 정홍원 전 공천위원장이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물갈이 공천'을 묵묵히 했던 정홍원 전 공천위원장,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직은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법조계인사이고, 공천위원장이라는 자리를 맡아서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말과 행동을 보여줬던... 몇가지 점에서 박 당선인이 선호하는 조건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였습니다.

박 당선인은 오늘(8일) 정홍원 전 공천위원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얼마 전 "박 당선인은 사람을 영입할 때 그 자리 하나만을 보고 모셔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긴, 정치권과 상관없이 살아온 명망가를 정치권으로 영입할 때  한 때의 쓰임새를 위해서 영입을 한다면, 그건 그 명명가 입장에서 난처한 일이기도 하고, 서로 예의가 좀 부족한 상황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박 당선인이 지난 총선 전에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꾸린 비상대책위원회, 공천심사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에 영입했던 외부 인사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중책을 다시 맡을 수 있겠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같은 '쓴 사람을 또 쓴다' 법칙이, 친박계 정치인들에게 까지 적용될지는 미지숩니다. 박 당선인은 정치인과 비정치인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박 당선인이 현재 인수위원회에서 중용한 정치인들은 대부분 이번에 처음 국회의원이 돼서, 아직 자기의 전문성이 빛이 바래지 않은 분들입니다.  일반 국민들은 아마 그 들이 국회의원인지도 잘 모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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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당선인의 인사 법칙 '쓴 사람을 또 쓴다'를 조금 구체화할 필요는 있습니다. '써보니 '자기 정치'를 하지 않는 사람'을 쓴다. 이렇게 하면 조금더 정확해 보입니다. 어떤 하나의 가치관과 목표를 위해 일을 맡겼는데 자신의 앞날이나 자신의 주변을 위해 일을 하면서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은, 박 당선인이 아니라 그 어느 지도자라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박 당선인의 '자기 정치' 범주 안에는 '할 말은 하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난 선대위에서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의 경우가 비슷합니다. 당시 안 위원장은 정치쇄신특위 활동을 하다 박 당선인에게 소통 활성화를 촉구하는 뉘앙스의 기자회견을 한차례 했습니다. 그 직후 박 당선인과 매우 불편한 모습을 동석한 행사 때 보여주었고, 조금 더 뒤에는 안 위원장이 여러가지로 자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설 연휴 이후 본격적인 박근혜 정부 내각 인선이 이뤄질 것입니다. 본격적인 인선은 아직 시작도 안했습니다. 연휴가 끝나면 새정부 출범이 딱 2주 앞으로 다가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조속 처리 미션을 부여 받은 새누리당은 맘이 바쁩니다. 인사청문요청서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은 인선을 일찌감치 마치고 오늘 발표를 했습니다. 여당은 내각 후보자들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시간 여유는 없습니다.

박 당선인은 선거기간 통한 '인사'를 통해서도 '국민 대통합'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여성을 주요직에 중용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남은 인선 발표에서는 그런 의지를 십분 느끼게 되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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