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윈프리쇼’는 지난해 막을 내리기 전까지 20년 넘는 시간동안 최고의 토크쇼로 군림했다. ‘오프라윈프리쇼’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음날 스타가 되고 소개하는 책들마다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닐 정도였다. 이러한 ‘오프라윈프리쇼’의 힘은 스타MC 오프라윈프리의 존재뿐 아니라 이런 소재나 인물 속에서 삶을 관통하는 지혜와 감동을 찾으려는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초난강 편은 스타MC는 있었지만 걸맞은 진행이 없었다. 적어도 초난강이라는 인물에 대해 호기심과 애정어린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큰 실망을 줬다. MC 강호동을 비롯한 유세윤과 광희의 질문 가운데 초난강이라는 사람을 정확하게 꿰뚫어보려는 말은 없었다. 그저 초난강의 남다른 행적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이었다.
일본의 장수 그룹 스마프(S.M.A.P)의 멤버 초난강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기대했다. 2000년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요.’란 노랫말을 부르던 초난강이 도대체 왜 그렇게 한국을 사랑하게 됐는지, 또 친한파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고충은 무엇인지 최근 연극을 출연하게 된 진짜 이유가 궁금했다.
시청자들은 이런 숱한 질문들은 가슴 속에 간직하고 다음 만남을 기대할 수밖에 없어졌다.
초난강은 외국인 게스트임에도 한국어를 구사해 토크에 임했다. 하지만 초난강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했던 탓일까. MC 강호동이 초난강에게 한 질문을 지나치게 피상적이었다. 또 외국인 게스트에 대한 배려 없이 그동안 강호동이 보여줬던 개그 스타일과 윽박지르는 듯한 진행을 고수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모습은 지난 워쇼스키 감독 남매가 내한 했을 때 “영화 출연하고 싶다.”며 여러차례 농을 던져 시청자들을 실망케 했던 진행과 달라진 게 없었다. “차승원이 좋냐 송강호가 좋냐.”라는 질문은 워쇼스키 편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수준이었다.
또 지원사격차 방문한 차승원의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 주객이 전도된 느낌마저 줬다. 이는 1인 게스트를 중심으로 심도 깊은 토크를 하는 ‘무릎팍도사’의 관례에도 많이 벗어난 모습이었다. 인간 초난강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니 전체적으로 내용이 산만했다.
방송 말미 초난강은 외로움에 대해 얘기 하며 “사람은 원래 외로운 동물이다. 연기 등으로 그런 외로움도 잘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밝은 모습만 비쳐졌던 초난강의 인간적인 이면에 대한 궁금한은 더욱 커졌지만 ‘무릎팍도사’는 더 이상의 토크를 끌어내지 못하고 끝났다.
‘무릎팍도사’는 소문난 집에 먹을 것 없다는 옛 속담을 그대로 답습했다. 워쇼스키 편에 이어 두 번째 판단 실수라는 데 아쉬움을 남긴다.
‘황금어장’은 2006년 첫 방송됐다. 그 중 ‘무릎팍도사’는 ‘황금어장’의 대표 코너가 됐을 뿐 아니라 토크쇼 암흑기에 토크쇼를 부흥 시키는 중요한 프로그램이었다. ‘무릎팍도사’의 힘은 공감과 진정성이었다. 강호동이 불미스러운 일로 잠정 은퇴를 했지만 1년 여 만에 다시 찾아올 수 있었던 이유도 ‘무릎팍도사’가 가졌던 시청자들과의 공감의 힘이었다.
세계적인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쇼’와 ‘무릎팍도사’를 비교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오프라 윈프리쇼’의 기본 방향과 적을 함께 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무릎팍도사’의 최근 행보는 안타까움을 남긴다. 당장의 재미나 관심끌기 용이 아닌 보다 내밀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귀한 게스트를 귀하게 여기는 스타의 이름에 걸맞은 진행이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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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