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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사청문회 그리고 측은지심?

[취재파일] 인사청문회 그리고 측은지심?
요즘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소리가 새누리당에서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후보자의 신상과 관련된 사항,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공개적인 청문회에서는 업무 능력 등을 중점적으로 보자‘ 이런 내용의 얘기들입니다. 민주당은 이런 얘기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받아쳤습니다. 제도를 탓하지 말고 사람을 탓해라,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 개선을 위한 TF를 구성한다고 하고 치고 나가니까 민주당 신경민 의원인 아주 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냈습니다. 기본적으로 통장 내역서, 병적 의료 기록 등을 반드시 내고 위증하면 처벌하고 기간도 늘리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인사청문회의 제도 개선의 발단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한마디 말에서 시작됐습니다. 비공개된 발언이었는데, 어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한마디 했습니다. ‘인사청문회가 개인의 인격을 과도하게 상처내지 말아야 한다. 실질적 능력과 소신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 바로 이런 취지의 말이 나오면서 새누리당에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에 발동을 걸었고, 민주당이 받아쳤고,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도대체 인상청문회가 뭐 길래 이 난리법석이 벌어졌을까요?

일단 이동흡 후보자가 청문회 때문에 ‘괴물 이동흡’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면서 치를 떨었고, 김용준 총리 후보자도 언론의 혹독한 검증에 가정이 파탄날 지경이었다며 역시 치를 떨었습니다. 특히 이동흡 후보자가 한 말이 아마 청문회의 무서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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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이런 식으로 하는가. 모든 인생을 살아온 것 중에 뭐라도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부분은 변명을 다 해야되고”

이동흡 후보자는 청문회를 염라대왕 앞에 서는 것으로 비유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렇게 무시무시한 청문회 과연 누가 언제 만들었을까요?

바로 DJ 김대중 대통령입니다. 1997년 대선 당시 DJ는 공약으로 미국처럼 인사청문회를 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그리고 2년간 국회에서 논의해서 청문회 제가 탄생됐습니다. 2000년 6월입니다. 당시 청문회 대상자는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한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대법관 등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기에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들도 청문회 대상으로 포함시켰습니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되고 나서 인사 청문회는 고위공직자의 무덤이 됐습니다. 어떤 사람은 부동산 투기 문제 때문에, 어떤 사람은 위장 전입 문제 때문에, 또 어떤 사람은 논문을 표절한 것 때문에, 또 어떤 사람은 병역 면제 문제 때문에....

어쩌면 박근혜 당선인이 지적한 말이 틀린 말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낙마한 사람들을 보면 하나 같이 도덕성 문제였습니다. 업무 능력이나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적 자질! 점잖은 사람, 존경받는 사람,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이 높은 직에 올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은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만 그러는 걸까요? 아닙니다. 인사청문회 원조 나라인 미국인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왜 유독 우리나라 고위 공무원들이 도덕성 검증에서 우수수 떨어질까요?

사실 이 말의 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우리나라의 사회 발전상과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현재 높은 직에 올라갈 후보들의 연세는 대략 60대, 그들이 한창 나가던 시절은 70년대 80년대였습니다. 지금이야 사회적으로 도덕적 기준이 높아졌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깐깐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주소지 옮기는 거야 뭐 인지상정이고, 부동산 투기 못하고 돈 못 버는 사람, 특히 고급 정보를 가까이에서 듣고도 멍청하게 있으면 그 사람이 바보가 되고 그런 바보는 주류에 끼질 못하게 되죠. 젊은 시절 그 시절 관행처럼 용인됐던 것들이 정작 나이 들어서 높은 자리 갈 즈음되니 시대가 바뀐 거죠. 과거의 관행이 다 위법으로 바뀐 겁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도덕적 문제는 비공개로 하자로 하는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과거의 그 시절 관행이었는데 그걸 꼬투리 잡으면 누가 고위직 될 수 있겠나, 하는 측은지심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측은지심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인(仁)의 발로는 측은지심이라고 했는데....그리고 仁의 정치를 하라고 했는데, 과거의 관행을 덮어주고 눈감아주는 게 仁의 정치일까요? 맹자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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