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거노인 1년 생활 지원비"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주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새정부가 지향하는 것이 경제부흥이고 또 일자리 창출인데 지금 ('행정안전부'와 '안전행정부'의)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행정부로) 이름만 바꾼다고 하는 것은 행정적인 소비만 가져온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간편 교체 등으로 이름을 바꾸는 데) 6천만원 정도 든다고 하자. 우리 나라에 보호자가 없는 독거 노인에게 한달에 50만원씩 지원하면 1년에 6백만원이다. 10년이면 6천만원이다. 독거노인에게 10년동안 지원할 수 있는 돈을 그냥 내용 차이도 없는데 이름만 바꾸는데 쓰는 것이 옳은가"라며 정부조직개편을 담당했던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몰아붙였다.
이 의원은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하는데 있어서 너무 탁상공론하는 것 아니냐"며 "의욕은 좋은데 실제적으로, 현실적으로 이것이 정착하기에는 많은 문제점 있지 않나 하는 이런 의문들을 많은 여야 의원들이 갖고 있다는 것을 인수위에서 잘 이해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 "정치는 수사(修辭)… '안전'에 방점찍는 메시지"
유민봉 간사는 다음 날인 6일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에게 인수위 활동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이 의원의 지적을 정면 반박했다. 유 간사는 행정안전부 개명에 대해 "정말 왜 이렇게 쓸데 없는 일을 하느냐는 말씀이 있는 것도 잘 안다"고 운을 뗐다.
유 간사는 이어 "한마디 감히 말씀드리자면 정치는 레토릭(수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안전'에 방점을 찍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안전 인프라를 깔기 위한 메시지를 던지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렇게 해서 공직 사회가 안전을 위한 정책을 우선하고 강화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몇 천만원, 몇 억원보다 휠씬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아직 안전행정부의 내부를 세부적으로 보여주진 못하지만 그 작업 하고 있다",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담긴 안전행정부를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 '행정안전부' VS '안전행정부' 얼마나 다를까?
새 정부는 '안전행정부'를 재난안전관리 총괄 부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범정부 차원의 통합지원과 총괄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행안부에 설치되는 비상대책기구다.) 유민봉 간사의 말처럼 이름만 바꾸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인수위는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안전행정부에서 '안전'을 강조할 구체적 내용을 담지 못했지만, 안전관리업무를 안전행정부에서 어떻게 총괄할 수 있을지 로드맵에 담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간사도 "앞으로 소방방재청이나 기존의 재난관리 업무를 안전행정부에서 어떤 형태로 총괄할 수 있을지 기구적 접근을 로드맵에 담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조직 개편은 어차피 행정안전부 내부의 기능 조정일 뿐이다. 설사 여기에 치안 업무가 덧붙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경찰청도 행정안전부 산하기구다. 유 간사는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담긴 안전행정부를 설계하겠다"고 말했지만 현재 행정안전부의 조직과 기능을 감안할 때 내부 설계 변경을 수준을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 국민에게 필요한 건 '행동'
한마디로 이 정도 개편을 위해서 굳이 이름까지 바꿀 이유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다만 새 정부가 '안전'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그것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 그러니까 정치적 수사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 부처 명칭에 이미 '안전'이라는 단어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앞으로 당기는 것이 그런 정치적 수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대통령의 지속적인 관심이 공직 사회로 하여금 안전을 위한 정책을 더 우선하고 강조하게 만드는 직접적인 동력이라는 평가다. 부처 이름을 바꿔 대국민 홍보 효과를 노리는 목적이라면 모를까 공무원들의 인식 전환을 꾀한다는 건 솔직히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트위터 상에 올라온 반응을 보면 대국민 효과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꿈으로써 소요되는 CI 변경 비용, 각종 간판, 공무원의 명함변경 비용 등이 얼마가 들지 궁금하다. 내가 낸 세금인데 저런데 쓰이다니 ㅠㅠ"라든가 "기상청과 기상기후청의 차이는 뭐지? 행정안전부와 안전행정부의 차인가?"라는 등의 비판적 글들이 적지 않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주는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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