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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되돌림 화장실' 세계 최초 100% 재활용 건물

쓰레기가 변해 건축물로...

[취재파일] '되돌림 화장실' 세계 최초 100% 재활용 건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입장휴게소에 묘한 건물이 생겼다. 외벽은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냈다. 용도는 화장실인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화장실로 쓰기엔 왠지 사치스럽다. 홍보용 냄새가 물씬 풍긴다. 사실이 그렇다. 홍보용이다.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한 모래와 자갈, 즉 순환골재를 선전하기 위한 것이다. 순환골재를 100% 사용해 지은 화장실인 것이다. 환경부 자체 공모를 통해 ‘되돌림 화장실’ 이라고 이름 지었다. 자원의 순환을 강조했다. 되돌림 화장실이 반세기 정도 지난 뒤 수명을 다하면 다시 순환골재로 만들어 질 예정이다. 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면 순환골재 홍보관이 먼저 보인다. 준공식을 마치고 개장하자마자 홍보관은 발디딜 틈이 없다. 건축물을 부순 뒤 나오는 쓰레기를 재활용해 건물을 지었으니 그 방법이나 안전 여부가 궁금할 법도 하다. 특히 성수대교와 삼풍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세대에게는...

아무튼 우리나라 건설폐기물 재활용률은 98%라고 환경부는 밝혔다. 과장이 없진 않겠지만 대단한 수치다. 순환골재 100%를 이용해 만든 이번 건축물도 세계 최초라고 한다. 아직 건설현장에서 활발하게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적극 홍보에 나서면서 재활용을 강조한다면 건설폐기물 처리에 관한 한 분명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시간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기획취재부에서 고발뉴스를 제작했다. "SBS 표언굽니다” 대신 “기동취재 2천입니다”라고 클로징으로 하던 때다. 제보자로 인선이란 건설폐기물 재활용업체의 오종택 사장을 만났다. 그때 만해도 재활용 초기 때다. 아니 전무(全無)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냥 묻거나 버리면 간단하게 처리되는 것을 뭐 하러 돈을 주면서 재활용업자에게 맡기느냐는 생각이 대세일 때다. 당시 오 사장은 재활용할 건설폐기물이 없었다. 다 버리거나 묻기 때문이다. 순환골재를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 일정량 의무 사용하게 한 ‘건설폐기물 재활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도 당시에는 없었다. 파주 산속에 있는 그의 재활용 공장에 찾아가서 취재했다. 건설폐기물과의 만남은 그때부터다. 불법 매립 하거나 그냥 쌓아놓거나...하는 현장을 자주 다녔다. 오 사장의 제보 덕이었다. 오종택 사장은 지금은 성공한 기업인으로 장학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점퍼차림의 열혈 남자였다. 인터뷰도 거침이 없었고 건폐물 재활용을 위해서 몸을 바치는 흥분 잘하는 벤처기업인이었다. 이후로도 선.후배들이 하는 건설폐기물 관련 리포트를 볼 때마다 오 사장과 같이 큰크리트 덩이조차 소중히 여기던 때를 생각하곤 했다.

되돌림 화장실을 통해 다시 건설폐기물을 만났다.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그동안 연락이 끊겼던 오종택 사장의 근황을 들었다. 그의 성장만큼이나 건폐물 재활용은 궤도에 오른 느낌이다. 기술 발전도 놀랍다. 폐기물을 물로 닦고 거르는 작업이 이제는 바람과 열을 이용한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에 취재한 대형환경의 경우다. 이 회사 강희권 사장은 파쇄한 폐기물을 바람을 통해 자갈과 모레로 걸러낸다. 그리고 열을 이용해 고부가치의 미세한 골재까지 생산한다. 건설폐기물에 섞여있는 목재나 폐비닐 등을 태운 고열을 이용한다. 고부가치 골재 중에는 시멘트를 대용하는 미분도 포함된다. 공주대 김진만 교수팀의 시험결과 시멘트에 15%까지 섞어도 성능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시멘트까지 어느 정도는 재활용을 통해 생산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김진만 교수에 대해서는 따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재활용 골재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는 분이다.

돈 얘기는 아직도 논란이다..건설폐기물을 현장에서 부순 뒤 묻자는 주장이 아직 존재한다. 개발을 중시하는 국토해양부측에서 많이 나오는 말이다. 옛날 많이 하던 수법이다. 건설 현장에는 철거한 폐기물을 파쇄하는 기계가 있었다. 부숴서 바로 기층재로 쓰면 비용이 별로 들지 않는다. 지금은 재활용업자에게 넘기며 돈을 줘야하고 또 돈을 주면서 순환골재를 사와야 한다. 개발업자들에게는 이중부담인 것이다. 하지만 천연골재를 만들기 위해 파헤쳐지는 산하와 환경 파괴를 고려한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은 친환경적인 방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언제 또 옛날식의 간단처리가 주류를 이룰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재활용업체 스스로 연구와 혁신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한번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열악한 작업환경은 개선돼야 한다. 대부분 노인들이 먼지와 악취 속에서 건설폐기물을 고르는 모습은 친환경사업체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일부 업체들의 폐수, 토분 처리 문제도 관계 당국과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적은 문제지만 놓아 두면 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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