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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진열대엔 한우, 팔 땐 수입육…못 믿을 직판장

[취재파일] 진열대엔 한우, 팔 땐 수입육…못 믿을 직판장
 요즘 동네마다 한우 직판장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다른 곳보다 가격이 싸서 소비자에게 인기죠. 대부분 한우라고 표시돼 있어서 그동안 믿고 샀는데, 정말 다 믿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의심 또 의심해 봐야겠습니다. 인천의 한 한우 직판장에 다녀왔습니다. 월 매출이 많을 때는 천만 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입소문이 난 가게입니다. 넓은 대로변에 자리 잡은 이곳은 간판에서부터 ‘값싼 한우’를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6백 그램에 만 원 안팎으로 시중가의 절반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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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한우불고기를 사봤습니다. 가게 주인은 “9천9백 원짜리 다리살 불고기 보다 만5천 원짜리 등심 불고기가 훨씬 맛있다”며 둘 중 비싼 고기를 추천했습니다. 한우 등심을 달라고 하자, 진열된 고기 대신 냉동고에서 고기를 꺼내왔습니다. 다른 취재팀원이 이번에는 9천9백 원짜리 한우 불고기를 사봤습니다. 역시 진열된 고기 대신 냉동고에서 고기를 꺼내왔습니다.

"한우맞죠?"
"네."
 
 대기하고 있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단속 반장에게 사 온 소고기를 보여줬습니다. 수년 동안 가짜 한우 판매 업체를 적발해온 단속반도 한눈에 진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안동윤 단속반장은 “힘줄 색깔과 고기결을 보니 수입산으로 의심이 된다”며 “직접 조사를 해봐야 확실히 알겠다”고 말했습니다.

 가게를 단속반원과 다시 찾아 갔습니다. 직원들은 가짜 한우를 판 적이 없다고 딱 잡아뗍니다. 취재기자가 불과 30분 전에 고기를 사갔는데도 말입니다. 가게 직원은 또  “수입소고기를 한우로 속여서 팔았다면 구속도 감수하겠다”며 오히려 배짱을 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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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동고 안을 살펴봤습니다. 냉동고는 한우직판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온통 미국산 소고기 뿐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팔다 남은 고기 한 덩어리를 발견했습니다. 단속반원이 이 고기 덩어리를 조금 전 취재팀이 사간 고기와 마주 대며 추궁하자 그 때서야 잘못을 시인합니다.

 이 한우직판장은 진열대에는 진짜 한우 놔두고 손님에게 팔 때는 냉동고에서 수입육을 꺼내 팔았습니다. 원산지 표시 단속이 강화되자 꼼수를 부렸습니다. 이 경우 단속반이 수입육을 판 현장을 잡지 못하면 발뺌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입니다. 또 이곳은 가짜 사골 국물도 불법으로 팔고 있었습니다. 무늬만 사골 국물일뿐 실제 돼지뼈로 우려낸 국물입니다. 소비자들이 육안으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품목들만 골라서 거짓 장사를 해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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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 앞두고 수입산 소고기를 한우로 둔갑해 판매하는 가게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시세보다 싼 값에 나온 한우는 의심해 봐야 합니다. 너도나도 한우직판장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이에 비해 실제 한우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원산지 표시가 잘 된 진열대 쇠고기를 사는 게 그나마 가짜 한우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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