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전직 대통령들은 대부분 별도의 사무실을 두지 않은 채 사저를 접견과 사무 공간으로 활용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만이 김대중 도서관에 별도 사무실을 두고 활용한 정도다. 별도 사무실을 두겠다는 것은 그만큼 퇴임 후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된다.
◈ 퇴임 후 사무실, 삼성동이 유력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사무실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전·현직 국가 정상급 인사나 기업인 등이 방문할 때 접견하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서울 논현동 사저와 가까운 삼성동 지역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소리나지 않게 활동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면서도 국가 정상으로서의 경험을 사장시키거나 초야에 묻혀 지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퇴임 후 1∼2개월 가량 휴식을 취한 뒤 국가 정상의 경험을 살려 국내외 특강과 민간외교 활동을 본격화할 것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경비는 '전직 대통령 예우법'에 따라 일부 지원을 받고 또 일부는 자비를 들여 충당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국가에서 지원되는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 외에 별도로 자신의 업무를 도와줄 보좌진들도 충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 퇴임 후 어떤 활동할까?
이명박 대통령이 구상 중인 퇴임 후 활동은 크게 녹색성장 전파와 4대강 사업 연구, 전직 대통령으로서 '민간외교' 모색 등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지난 2008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을 함께 이뤄내는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또 최근까지도 정권 차원을 넘어 지속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하는 등 남다른 애착을 보여왔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현재 반대 목소리가 높지만, 해마다 반복돼온 여름 집중호우와 홍수피해를 몇 해 더 견뎌내면 종국에는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최근 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2조 원 규모의 통합 물관리사업 수주전에서 한국이 4대강 사업의 경험을 앞세워 최종예비 후보로 선정된 것도 큰 성과로 간주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또 재임 중 맞닥뜨린 두 차례의 세계적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을 국내외 특강과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민간외교'를 통해 공유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서울 G20(세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자유무역 강화와 정부의 적극적 재정투입 등을 앞세우며 국제협력을 이끌었던 경험을 전파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재산을 털어 설립한 장학재단인 '청계 재단'과는 별도로 녹색성장 전략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전파하기 위해 이른바 '이명박 대통령 재단'을 신설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직 모두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이런 저런 활동 계획으로 볼 때 퇴임 후 활동에 대한 이 대통령의 왕성한 의욕을 엿볼 수 있다.
◈ 10번째 전직 대통령… 역할 재정립 필요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달 25일 퇴임하면 우리 나라는 10번째 전직 대통령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전직 대통령들은 대부분 집권 과정 혹은 그 이후 불법 행위나 부정 부패, 정책 실패 등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거나 국민적 무관심 속에 지내왔다. 물론 국익을 위한 대외 활동도 거의 없었다.
미국이 경우 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국제적 분쟁 해결에 특사를 맡거나 건축사업 등을 펼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지난 2009년 북한에 억류된 자국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특사로 활약하는 등 왕성한 대외 활동을 벌였다. 국가적으로 그들의 국정 경험과 대외 인맥을 최대한 활용한 결과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나라 전직 대통령들은 매년 억대 연봉과 비서관, 경호인력 등을 지원받으면서도 사실상 별다른 역할이 없다. 이는 우리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활용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물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특수한 경우로 이들에게 뭔가 역할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역할 전에 먼저 자숙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나올 전직 대통령들까지 이들과 같은 전철을 밟아선 곤란하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다. 그 평가에 따라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역할과 활동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 개인의 평가와 호불호를 떠나 우리 나라도 이제 민주 정권이 들어선지 26년째를 맡는 만큼 전직 국가 원수들을 국가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할 재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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