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속보가 뜨자 국민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진동을 직접 경험한 충청과 남부지방 주민들은 물론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당혹해 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 년에 40여 차례나 지진이 발생하지만 속보라는 자막으로 안내되기는 매우 드믄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이번 지진의 위력을 먼저 살펴보고 우리들의 대응체계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를 따져보려고 합니다. 대형 재난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야 국가나 언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지만 불필요한 공포를 막는 것도 꼭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니까요.
먼저 이번 지진이 얼마나 강한 것인가 하는 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어제 밤 9시 25분 경남 거창군 북동쪽 11KM 지점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의 규모는 3.5입니다. 규모란 지진의 절대 값으로 얼마나 강력한 가를 나타내는 단위라고 보면 됩니다. 우선 한마디로 정의하면 피해가 발생할 정도의 지진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에서 지진계로 감지된 지진은 모두 56차례 발생했습니다. 한 달에 평균 4회가 조금 넘는 정도니까 결코 적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특히 최근 들어 지진 발생 횟수가 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1990년대까지 연평균 지진 발생 수는 19.2회에 불과했지만 2000년 이후는 43.6회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 차이는 실제 지진 발생 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하기 보다는 지진을 확인하는 수단이 발달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지진 관측 망이 조밀해 진데다 지진계도 아날로그 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면서 지진을 관측하는 능력도 좋아진 결과죠. 실제로 몸으로 진동을 느끼는 유감지진은 큰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1999년 유감지진 회수가 22회로 정점을 찍은 이후에는 그 수가 절반으로 줄어 최근 몇 년 동안은 연 평균 10회 미만의 유감지진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거창 지진과 비슷한 지진인 규모 3에서 4 사이의 지진은 어떨까요?
이 정도 지진은 일 년에 평균 열 번 정도 발생한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해에는 8회, 2011년에는 13회 2010년에는 5회 2009년에는 7회 발생했습니다. 드믄 지진이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한데 그동안 지진으로 피해가 났다는 보도가 없었던 점에 미루어 보면 이번 지진도 그렇게 강한 지진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 보입니다.
사실 지진으로 강한 진동을 느끼려면 일반적으로 규모가 4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특히 규모 5이상이 되면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해 매우 조심해야 하는데요. 국내 지진 기록을 보면 규모 4이상의 지진은 연 평균 한 번 정도가 발생합니다. 규모 5이상의 강한 지진은 지난 78년 2회, 80년 1회 발생 이후 아직 기록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규모 5이상의 지진이 일 년에 백 번 정도 관측이 되고 있으니 지진의 공포가 얼마나 클까 상상이 갑니다.
규모 4의 지진은 규모 3의 지진에 비해 약 30배 가량 강한 에너지를 가집니다. 규모 3과 규모 5의 차이는 30×30배 이니까 900배 정도의 차이를 보입니다. 그러니까 규모가 6정도 되면 그 파괴력은 어마어마한데요.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 폭탄의 위력과 맞먹습니다.
지구상에서 발생한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진의 규모는 8.5이상인데요. 이 에너지는 10만 킬로와트 발생소가 약 백 년 동안 생산하는 전력에 해당합니다.
이야기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는데 분명한 것은 화요일 발생한 거창의 지진이 국민들에게 공포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지진은 사전에 예측할 수 없고 지진 발생을 알았을 때는 이미 파괴가 끝난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 지진의 위력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 자신한테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면 그만큼 안전한 곳에 있다는 것이죠. 진동이 느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연한 불안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지진으로 인한 재난은 발생 당시의 엄청난 파괴력도 그렇지만 2차 피해 그러니까 화재가 발생하거나 붕괴가 잇따르거나 하는 현상에서 비롯됩니다. 지진에 대한 대응방법도 이런 점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데요. 이미 상황이 종료된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조심하십시요”라고 외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냐 아니냐의 논란은 뒤로 하고 지진의 피해가 막대한 만큼 예방 차원의 노력은 언제나 유효합니다. 건축이나 도로 교량 등 시설물의 방진설계를 강화하는 것 등의 노력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대응방법에 더해 지진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알리고 지진발생시 행동 요령 등을 집중해 홍보하는 전략도 꼭 필요합니다. 괜한 불안감이 되풀이 될 경우 실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오히려 더욱 우왕좌왕하는 경우를 종종 봐 와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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