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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비공개 청문회라면…김용준은 통과했을까?

[취재파일] 비공개 청문회라면…김용준은 통과했을까?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김 후보자의 사퇴 다음달인 1월 30일 서울 삼청동 청와대 안가로 강원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을 초대해 가진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박 당선인은 "정말로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청문회 과정 등을 지켜보며 오히려 나서는 것을 기피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일할 능력 검증보다 죄인 신문하듯 신상털기에 치중하는데, 이는 조금 잘못된 게 아니냐, 일부 국회의원들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방향으로 청문회를 진행하는게 도움이 안 될 것" 이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은 전했습니다.

이어 "박 당선인 자신이 밀실에서 후보를 정한다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을 잘 안다"며 "하지만 가령 후보군 2~3명의 이름이 알려지면 선정되지 않을 사람까지도 신상 털기로 피해를 볼 수 있지 않느냐. 그래서 물망에 누가 올랐는지 새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박 당선인은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당선인든 다음날 새누리당 경기 인천지역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인사청문이 시스템화돼서 신상에 대한 문제는 비공개 과정에서 검증하고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검증할 때는 정책능력이나 업무능력만을 검증하면 좋겠다"며 청문회 이원화 필요성도 거론했습니다. 후보자 검증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이른바 '신상털기'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박 당선인의 고민이 깊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당선 직후부터 인수위를 둘러싼 인사 잡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특정업무경비 유용논란으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돼 국회 인준이 사실상 불가능해 졌습니다.-이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했다고는 하지만 청와대는 박 당선인과 상의해 정한 인사인 만큼 이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박 당선인의 몫이라고 언급했던 만큼 박 당선인이 이동흡 후보자의 인선에서 결코 자유롭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서 박 당선인의 첫 인사였던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너무 강경보수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청년특위 인선에서도 `비리전력', `불공정 하도급' 으로 논란이 돼 부적절한 인사가 포함됐다는 지적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박 당선인 주변 뿐만이 아닙니다. 공직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잡음은 이명박 정부, 참여정부, 국민의 정부까지, 2000년 이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계속됐고 도덕성 논란으로 공직후보자의 낙마는 줄을 이었습니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병역문제 등을  최우선 검증순위에 올려놓고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을 추궁하는 단골메뉴로 자리잡았습니다. 부적격 후보자가 양산됐습니다. 후보자의 낙마는 정권의 리더십의 위기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청와대 민정을 비롯한 정부 사정기관의 주요 업무중의 하나는 부적격 공직후보자를 사전에 걸러내는 일이 되버렸습니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철저하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공직후보자의 도덕성은 사회 전반의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욱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선출직에 도전했던 정치인들도 검증의 벽에 고전하거나 낙마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안철수 현상'이라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지난해 대선 판도를 뒤흔들었던 안철수 전 대선후보, 4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야권의 단일후보가 유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룸살롱 출입 논란과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추석을 기점으로 점차 하락하게 됩니다.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고비를 넘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게 됩니다. 당시 부동산 딱지 매매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언론플레이는 극에 달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들을 역취재 하다보면 해당 지자체에서는 새누리당 모 의원실에서 안철수 전 후보와 관련한 자료들을 제출하라고 압박했다는 하소연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나꼼수' 진행자로 유명세를 탔던 김용준씨는 '막말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역구에서 고배를 마셨을 뿐만 아니라 이 논란 때문에 지난해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의 지지자들이 상당부분 이탈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아테네 올림픽의 영웅이었던 문대성 의원, '논문표절'논란에도 불구하고 당선은 됐지만 자진사퇴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거센 압박속에 결국 문 의원은 "물의를 일으켜 국민께 죄송하다"며 새누리당을 탈당했습니다. 특히 민주통합당이 문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이슈화에 성공했었습니다. 검증 국면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재미를톡톡히 봤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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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야 어찌됐든 박 당선인의 제안을 한 번 되새겨 보겠습니다. 후보자 검증을 이원화해 사생활 부분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청문회를 진행할 경우 실효성이 있을지 말입니다.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단연코 비현실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취지는 이해합니다만 공직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야권의 입장에서는 정부와 여당과의 힘싸움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설사 비공개로 청문회를 진행한다고 해도 후보자에 대한 신상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김용준 후보자와 같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다면 인사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해도 언론은 연일 대서특필 할 것이고 여론은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걷어내질 못할 것입니다. 김용준, 이동흡 후보자가 비공개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론의 저항은 여전히 남게 될 것이고 야당은 이를 빌미로 '밀실·불통인사'에 이어 '밀실·불통 청문회'라며 새정부 인선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강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사회 대통합이라는 국정기조를 선언한 박근혜 정부의 출발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 자명합니다.
 
공직후보자를 겨냥한 검증공세를 야권의 발목잡기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인사청문회가 공직후보자의 신상털기 양상으로 진행되는 부분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야당과 언론이 비판적인 여론을 조장한다는 인식보다는 공직후보자의 도덕성을 중요한 능력이자 검증대상으로 보고 있는 여론이 존재하기 때문에 언론의 기사와 야당의 공세가 호소력을 갖게 된다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만큼 공직자에 대해 국민들은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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