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한잔에 원두 10 내지 14그램이 들어가고, 이를 커피 원액으로 바꿀 경우 2잔 정도, 가격으로 따지면 123원 정도라는 내용입니다.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이 보통 3천원 내지 4천원 정도인 점으로 미뤄 원두 원가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싼 편이죠.) 덧붙여 국제 생두 평균 수입 가격이 지난 한해 동안 계속 내렸고, 작년 12월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9% 넘게 가격이 하락했으나, 커피 소매값은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도 보도했습니다.
보도가 나가자 커피전문점을 운영하시는 분들로부터 즉각 항의 이메일이 왔습니다. 요점인 즉 커피는 단순히 생두 10여그램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가게 임대료만 수백만원에 달하고, 커피머신 구입하는 데 천여만원, 전기요금 수십만원, 그밖에 아르바이트생 등 각종 인건비에 종이컵 비용까지 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거죠.
대부분 맞는 말씀입니다. 대형 커피프랜차이즈에서도 비슷한 항변을 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커피전문점은 목이 좋은 곳에 위치해야 장사가 잘되기 때문에 가게세가 비싸다"
"커피 가격에서 원두값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큰 영향을 못준다"
"안정적인 커피 공급을 위해 원두 수입에 대해 4,5년치 미리 계약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이 반영안됐다"
"커피를 만드는 데 업체마다 고비용을 들여 고유 비법으로 로스팅해 특유의 맛과 향을 내는 거다"
"커피를 마시는 건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게 아니라 분위기 좋은 인테리어 매장 안에 자리잡고 앉아 수다도 떨며 문화를 소비하는 거다"
역시 모두 일리가 있는 항변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원가에 비해 소매가가 비싼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아메리카노 한잔에 들어가는 건 결국 원두 원액과 끓인 물입니다.
종이컵, 인건비, 매장 인테리어비, 가게세...다른 어떤 음식점, 다른 어떤 업종에는 이런 게 안 들어갈까요? 어디나 다 마찬가집니다.
물론 아메리카노 한잔에 2천원이 안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도 많이 있지만, 한잔에 4천원이 넘는 곳들은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할까요?(해당 업체들 주장에 따르면 마진율이 30% 정도라고 하니, 순수 마진만 다른 커피숍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커피 원가에서 원두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작아, 원두 가격 변동이 소매가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주장도 납득이 잘 안됩니다. 지금까지 원두값이 오른 적도 있고 내린 적도 있지만, 원두값이 올랐을 경우엔 거의 항상 커피 소매가도 올린 반면, 커피 소매가를 내린 적은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단, 커피 원두를 대량으로 4,5년치 미리 계약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바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선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4, 5년 뒤 경과를 봐야겠죠?
끝으로 이번 취재의 대상이 커피값을 비싸게 받는 대형 커피제조업체나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을 받고 있는 영세한 소규모 커피전문점은 예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