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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미디 같았던 대한야구협회장 선거

[취재파일] 코미디 같았던 대한야구협회장 선거
대한야구협회장 선거에는 무려 4명이 출마했다. 강승규 전 회장(50세)과 이병석 국회부의장(61세), 이형진 안양시야구협회장(59세), 그리고 사상 첫 여성후보인 기업인 김은영씨(44세)까지 도전장을 던졌다. 야구협회 출범 이후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후보가 난립한 건 처음이다. 그 만큼 아마야구계의 의견이 분산돼 있다는 의미다. 그 만큼 말도 많았고 흥미진진한 선거였다.

대한야구협회장은 전국 16개 시도 연맹 회장과 여자야구연맹, 리틀야구연맹 회장으로 구성된 18명의 대의원이 총회에서 투표로 뽑는다. 대한체육회 정관에 의거해 출석의원의 과반수 지지를 얻어야 회장에 당선된다. 지난 2월 1일 회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총회가 열렸다.

“누가 정관을 바꿨어?“ "오타였습니다."
회장 선거 직전 대의원 총회에서는 정관을 수정하는 의결을 했다. ‘재적의원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 회장에 당선된다‘는 문구에서 ’재적의원‘을 ’출석의원‘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어리둥절했다. 체육회 정관에 분명히 ’출석의원 과반수‘로 돼 있는데 왜 대한야구협회 정관에는 왜 ’재적의원‘으로 돼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도 선거 직전에 그 예민한 문구를 바꿔야 하다니? 의아하기만 했다. 대한야구협회 사무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해명했다. "오타였습니다"
투표 직전 각 후보자들은 정견 발표를 5분 동안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후보자가 정견 발표하기 전에 버럭 화를 내면서 “선거 직전에 정관을 바꾸는게 말이 되느냐?”며 소리를 질렀다. “이런 선거에서 정견발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여기 법을 다루는 국회부의장께서 와 계신데 어떻게 이런 불법적인 행태를 할 수 있느냐?“며 기존 집행부를 우렁차게 성토했다. 그러자 협회 사무처에서 다시 한 번 해명했다. ”오타때문이었습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사태를 파악하고 정견발표를 했다. 역시 목소리는 우렁찼다.

“김은영이 누구야?“ ”인터넷으로 봤다.“
이번 회장 선거에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 후보가 출마했다. 인천에서 컨테이너 관련사업을 하는 김은영 대표다.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성이라는 점과 파격적인 공약으로 선거전부터 나름 화제 됐던 인물이다.
회장 선거 직전 한 지역연맹의 신임 회장이 “선거를 이런 식으로 하면 되느냐?” “후보가 출마했으면 지역 연맹에 공약집이라도 나눠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또 집행부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러자 부랴부랴 대한야구협회 사무처에서는 후보 프로필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조금 전 그 지역연맹 회장은 계속 불만을 터뜨렸다. ”나는 김은영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아침에 여기 오다가 차 안에서 인터넷으로 확인했다.“며 또 다시 질타를 했다.

당선자만 발표하는 이상한 선거
앞서 말했지만 회장은 출석위원의 과반수 득표로 결정된다. 이날 대의원 총회에는 18명의 대의원 가운데 16명이 참가했다. 그러니까 9표를 얻으면 회장으로 당선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가 나오지 않으면 두 명이 결선 투표에 나서게 된다.
투표에 앞서 대의원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총회장을 나왔다. 투표는 15분 정도 진행됐다. 그리고 이병석 후보가 신임회장에 당선됐다. 현직 국회부의장이니 어느정도 예견됐던 결과였다. 그런데 과반수의 지지를 받았다고만 밝혔을 뿐 몇 표를 얻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들에게 물어 봤는데, 대답이 가관이다. “과반수 넘으면 당선자만 발표하기로 했다.” 또 어떤이는 “9표 이상은 얻었겠지”라고 하는 것이다. 이 무슨 궤변일까? 과반수 못 넘는 회장도 있을까? 9표가 과반수인건 누가 모를까? 또 민주주의 모든 선거에서..그것도 후보가 4명이나 나왔는데 득표수를 공개하지않는다는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회장선거에서 발생한 일련의 코미디 같은 상황을 보면서 요즘 코미디 코너인 ‘멘붕스쿨’의 유행어가 떠올랐다. ”다들 왜이래? 다들 왜이래?“
아무튼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고, 예상대로 법을 다루시는 국회부의장께서 한국 아마추어 야구를 4년간 이끌게 됐다.

프로야구는 7백만을 넘어 1천만 관중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이제 10구단 시대가 멀지 않았다. 한국 프로야구는 이제 세계에 내놔도 손색 없는 실력과 저변을 갖추게 됐다. 그런데, 그 뿌리인 아마야구의 회장 선거를 보면서 씁쓸한 뒷맛을 지우기 어려웠다. 모쪼록 이병석 신임 회장이 분열된 아마야구계를 하나로 묶고, 허술한 아마추어 행정의 기틀을 잡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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