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불륜현장을 목격한 충격으로 정신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팻(브래들리 쿠퍼 분)은 '더욱 더 높이'라는 뜻의 단어 '엑셀시어'(Excelsior)를 입에 달고 산다. 그는 구름 속 같은 달콤한 미래를 꿈꾸지만, 현실은 제자리걸음 아니면 후퇴 뿐이다.
팻은 엄마 돌로레스의 도움으로 8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에게 희망이라고는 접근 금지 명령이 떨어진 아내 니키를 다시 만나는 것 뿐이다. 팻은 행복한 삶을 꿈꾸며 운동도 하고, 아내가 가르치는 책을 읽으며 긍정의 힘을 키운다. 그러던 중 니키와 친분이 있는 티파니(제니퍼 로렌스 분)를 만나게 되고, 팻은 그녀를 통해 아내와 다시 만날 꿈을 꾼다.
그러나 티파니 역시 누구를 도와줄 입장이 못 된다. 그녀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외로움 때문에 회사 내 모든 직원들과 관계를 맺었고, 직장에서 쫓겨났다. 정신 병원만 안 갔을 뿐이지 티파니의 심신도 피폐해져있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Silver Linings Playbook)은 삶에서 큰 상처를 겪은 젊은 남녀가 만나 붕괴 직전의 멘탈을 회복시켜 나가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가 무심하게 그러나 적시적소에 배치돼 있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아기자기한 유머, 다양한 사건이 펼쳐지는 가운데 발견하게 되는 삶의 통찰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아우른다.
시종일관 삐걱거리던 두 남녀가 마음을 열기까지는 '춤'이 큰 역할을 한다. 티파니는 팻의 부탁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댄스 대회' 참가를 부탁하고, 두 사람은 댄스 연습을 하면서 교감을 나누게 된다. 영화 후반부 등장하는 두 사람의 댄스 장면들은 영화의 주요한 볼거리다.
이 영화에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팻과 티파니 외에도 흥미로운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미식축구 광팬이자 승리 징크스에 집착하는 팻의 아버지(로버트 드니로 분)와 상처 받은 '팻'을 따뜻하게 포용하는 엄마(재키 위버 분), 팻의 정신병원 룸메이트 대니(크리스 터커 분)는 유쾌발랄한 행동으로 끊임없이 웃음보를 자극한다.
배우들의 호연은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제니퍼 로렌스는 다소 거칠게 그러나 씩씩하게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티파니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영화를 빛낸다. 올해로 23살인 제니퍼 로렌스는 또래의 여배우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성숙한 연기력과 다양한 끼로 현재 할리우드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로렌스는 이 영화로 2011년에 이어 다시 한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도전한다.
로렌스와 호흡을 맞춘 브래들리 쿠퍼의 열연도 칭찬할 만하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백분 살려 아내에게 배신당한 루저 캐릭터를 흥미롭게 만들어냈다. 그 역시 내달 24일 열리는 제 85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관객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따뜻한 영화가 완성된 데는 데이비드 O. 레셀 감독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1994년 '스팽킹 더 멍키'로 데뷔한 러셀 감독은 1999년 '쓰리킹즈', 2010년 '더 파이터' 등 뛰어난 작품을 만들며 일급 감독의 대열에 올라섰다.
러셀 감독은 매튜 퀸의 원작 소설을 읽고 난 뒤 매료되었고, 각색을 거쳐 영화를 완성했다. 전작에서 그러했듯 이번 영화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또 관계에 대한 사려 깊은 태도 등을 중심에 놓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실버 라이닝'(Silver Linings)은 구름의 흰 가장자리를 일컫는다. 인생에 있어 상처를 경험한 두 주인공에게 실버 라이닝은 곧 한줄기 희망을 부르는 긍정의 단어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내달 24일 열리는 제 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등 주요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국내 개봉은 2월 14일이다. 런닝타임 122분. 청소년 관람불가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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