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2기 행정부ㆍ백악관 인사 및 사회보장혜택 유지 등 좌파적 발언 대해 야당 공화당(하원 다수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지난 2008년과 2012년 대통령 선거에 연거푸 패한 정당으로서 승자(오바마)가 고유 권한(인사권)을 행사하고 앞으로 추진할 정책을 왈가왈부하는 게 구차스러워 잠자코 있었으나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었던 모양이다.
2012년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은 지난 27일 NBC 방송 대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정위기 등 국가 현안을 무시하고 공화당을 정치적으로 정복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라이언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4년 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오바마를 누르고 대통령이 됐다면 "지금쯤 재정위기는 해결됐을 것"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지난 24일 공화당 중도파 연구모임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를 겨냥해 오바마가 공화당을 전멸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외교ㆍ안보ㆍ경제를 책임질 국무ㆍ국방ㆍ재무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는 '오바마 친구 서클'이나 '예스맨 동아리(stacking yes-men)' 같고, 비서실장 등 백악관 비서진은 내부 승진과 자리 이동으로 새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는 '거기서 거기'라는 지적이 언론과 전문가 사이에서 많았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2기 취임사와 1기 마지막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회보장 예산 유지, 동성애자 권리 확대, 불법체류자 양성화를 위한 이민법 개혁 등 좌파 색채가 짙은 발언을 많이 해왔다.
이런 차에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유력지가 28일(현지시간) 일제히 오바마 인사와 좌파성 발언을 비판해 시선을 끈다.
미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WSJ는 오바마 대통령이 '뜻이 맞는 동지(liked-minded allies)'로만 2기 내각ㆍ비서팀을 만들어 공화당 측으로부터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공화당 관계자는 오바마가 자신의 2기 국정과제를 밀어붙이려고 공화당의 기분(감정)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충성심 높은 동지들로 팀을 꾸렸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팀 구축은 오바마가 지난 21일 취임사에서 밝힌 재정위기 타개, 기후변화 대책, 국제분쟁 해결 등 주요 사안을 민주당 이념대로 강행하기 위한 것으로, 합의보다 전투(combat)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분석됐다.
오바마가 집권 1기 때 JP모건체이스(투자은행)의 최고위 임원 출신인 윌리엄 데일리를 백악관 비서실장(2011년 1∼2012년 1월 재임)으로 기용해 공화당ㆍ재계와 가교 역할을 하도록 한 것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지난 25일 백악관 비서실장에 오른 데니스 맥도너 전(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주된 임무가 오바마 정책이 시행되도록 하는 것인데 이에 정작 필요한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전혀 없다.
재무장관으로 발탁된 잭 류(Jack Lew) 전 비서실장은 공화당이 꺼리는 인물로, 2011년 부채 한도 증액 협상 때 몇 시간 동안 설명하고도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출신인 척 헤이글 국방장관 지명자는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지지, 대(對) 이란 무력제재 반대 및 유대인 로비단체 비난 등으로 '가짜 공화당원'으로 낙인 찍혀 현재로선 상원 인준도 불투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곧 신임 환경보호청(EPA) 청장을 지명할 예정인데 기후변화 대책 차원에서 온실가스 규제를 강력히 추진할 인물이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가 지난 25일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국장에 리처드 코드레이 현(現) 국장을 다시 지명한 것도 공화당과의 타협보다는 싸움을 택한 것으로 풀이됐다.
오하이오 주(州)검찰총장 출신인 코드레이는 2011년 7월 지명됐으나 공화당은 CFPB가 과도한 규제기관이라며 인준에 반대했다.
오바마는 지난해 1월 '휴회 중 임명(상원 인준 없이 임명)'을 통해 국장으로 발령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2008년 오바마 정권인수팀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는 WSJ에 "첫 번째 임기 때 많은 입법이 이뤄진다.
두 번째 임기는 집행이 전부다"라며 "오바마는 확실한 전략이 있고,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이 전략을 실천할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WSJ는 오바마가 앞으로 4년 더 재임한다고 하지만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은 차기 의원 및 대통령 선거로 실제 정치력과 일할 기간이 제약받기 때문에 오바마는 2기 초반부터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WP는 집권 2기를 시작한 오바마가 2009년 대통령직에 올랐을 때보다 더 실용주의적이고 냉소적으로 변했다면서 오바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고 적어도 2기 초반엔 바라는 것을 얻으려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다고 보도했다.
NYT 칼럼니스트 존 하우드는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 등 사회보장혜택 약속 등을 보면 지난해 11월 대선 압승으로 더 자신감이 붙고 지난 2년간 공화당과의 대결로 더 강해진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에 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널드 레이건 2기 비서실장이었던 켄 더버스타인은 WSJ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광범위한 도전 과제에서 성공하려면 자기 손가락으로 남의 눈을 찔러서는 안 된다"며 대야(對野) 접근방식을 재검토하고 타협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오바마 인사ㆍ발언은 '야당과 싸우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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