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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특별사면, 그들의 합작품

[취재파일] 특별사면, 그들의 합작품
여당도 야당도, 일반 국민들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 '비리 측근' 특별사면을 이명박 대통령은 단행했습니다. 비리 혐의로 아마도 최소한의 형만 확정 받았을 그들을 위해서 이 대통령은 그들의 죄마저 사면해주었습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포함됐습니다. 가석방됐던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도 사면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설 특별사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 출범 시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고 재임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 사면은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면서 "이번 사면도 그 원칙에 입각해서 실시했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투명하고 법과 원칙에 맞는 사면을 위해 처음으로 민간 위원이 다수 포함된 사면심사위원회를 통하는 등 진일보한 절차를 거쳤다"면서 "우리 정부에서 사면은 민생사면을 위주로 하고 정치사면은 당초 약속대로 절제해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적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만하면 특별 사면을 정당하게 잘 한 것이다, 점수를 후하게 달라는 애원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올해 설에도 민생 관련 성수품이나 체불 임금, 교통, 재난재해 등에 잘 대처하고 임기 마지막까지 민생문제 철저히 챙겨달라"면서 "각 부처에서 복지시설을 방문하는 등 어려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도 계획대로 진행하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무엇으로 어떻게 위로하라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쌀로? 과자로? 옷으로? 무엇으로 위로하라는 말입니까? 권력의 주변을 맴돌면, 법원에서 확정된 죄로 사면 받는 세상이라는 걸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면서, 국민들 홧병만 키워놓고, 무엇으로 위로해주겠다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희망의 새시대를 열겠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던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 강행 소식에 부정부패자나 비리사범이 포함된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인수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특별사면에 부정부패자와 비리사범이 포함된 것에 대해 박 당선인은 큰 우려를 표시했다"며 "이번 특사강행 조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창중 대변인은 조금 더 강도 높은 비판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윤창중 대변인은 "부정부패와 비리 관련자들에 대해 사면을 강행한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면서 "이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할 것이다"라는 말이 애매모호합니다. 이제 임기를 30일도 안 남긴 대통령이 뭘 어떻게 책임을 지라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 이외의 사람들은 아무도 책임이 없다는 얘기로도 들립니다.

이런 애매모호한 발언에 대해 윤창중 대변인은 추가 설명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자신은 '당선인의 대변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부분도 헷갈리네요. 인수위 대변인과 당선인 대변인이 따로 있는데, 갑자기 당선인 대변인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무튼, 윤창중 대변인의 주장대로, 윤창중 대변인의 말과 조윤선 대변인의 말이 다, 박근혜 당선인의 뜻이라고 이해해야 맞는 상황입니다. 나중에 또 어떤 후일담이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박근혜 당선인은 이번 특별 사면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박 당선인은 '대통령은 한명이다'라는 말로 상징되듯이 현직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기 위해 매우 노력해왔다는 점입니다. 이번 특별 사면 문제도 '현직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부분 때문에 박 당선인측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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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청와대는, 인수위 측에서 나오는 '사전 경고'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우리가 하는 일에 욕을 같이 먹고 싶지 않다는 거 겠지' 라는 식으로 해석했습니다. 박 당선인 측도 그런 청와대 반응에 대해 이랬다 저랬다 했습니다. 처음에는 청와대는 그렇겠지 하는 식으로 청와대의 해석을 묵인해주는 듯 하더니, 며칠 뒤에는 청와대에 대해서 불편한 심기를 가감없이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와 적극적으로 조율해서 사면을 축소하도록 하거나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어떻게 그러느냐'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새누리당은 사면이 단행되자, 이상일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또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고, 사법정의에 어긋난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통령이 역풍만 초래할 무리수를 뒀다"고 평했습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역시 '당을 버린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원래 당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말들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 등에서 당에 불 역풍을 대통령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말까지 자신의 권한을 알뜰하게 사용했습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직인수위 윤창중 대변인 말대로 후에 퇴임한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책임지라고 외쳐야 하는 겁니까? 허무합니다. 고이 고이 감싸서 서로 물려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모르는 일'이라고 하다니... 여당도 청와대도 그토록 정권 이양기가 중요하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면서, 정권 이양기의 단점을 그토록 극대화 시켜서, 서로 나몰라라 할 수 있습니까? 당혹스럽습니다. 단지, 당혹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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