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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LTE '무제한' 요금제…"올 것이 왔다?"

[취재파일] LTE '무제한' 요금제…"올 것이 왔다?"
통신업계, 'LTE 치킨게임' 돌입

지난 주 금요일(25일)은 통신업계를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의외로 바쁜 하루였습니다. 과도한 보조금 지급으로 받은 영업정지 해제를 1주일 남기고 LG 유플러스가 '기습적'으로 4세대 이동통신 LTE(Long Term Evolution)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고, 이에 질세라 KT도 오후 늦게 LTE 무제한 요금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SK 텔레콤은 다음날인 토요일 오전에 LTE 무제한 요금제를 포함하는 '콸콸콸 2.0 선언'을 내놓아 LTE 무제한 요금 경쟁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집에서 유선으로 쓰는 '광랜' 급의 전송 속도를 자랑하는 LTE에 대해 업계는 그동안 '무제한 요금제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당장 LTE 망에 대한 투자가 직접적으로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면 몰리는 트래픽을 제대로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이런 판단에는 3G에서 단단히 쓴맛을 본 무제한 요금제에 대한 트라우마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가입자 가운데 극소수인 '헤비 유저'의 무제한 데이터 이용을 떠받치기 위해 적게 쓰는 가입자들이 요금을 내는 불공평한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도 끊임없이 있어 왔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LTE 무제한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한 것은 보조금으로 인한 영업정지 상황을 선제적으로 돌파해서 안정적인 LTE 가입자를 확보하려는 측면이 큽니다. LG 유플러스는 영업정지가 끝나는 1월 31일을 기해, KT는 중간에 영업정지 기간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2월부터 석 달 동안, 당장 1월 31일부터 영업정지에 들어가는 SK텔레콤도 당분간 신규 가입자 모집을 포기하더라도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각각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것입니다. 마치 '차륜전' 처럼 돌아가면서 치러지는 가입자 모집 경쟁에서 어느 한 업체도 타사에게 '눈 멀뚱히 뜨고' 가입자를 빼앗길 수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고육지책이 바로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입니다.

싸늘한 반응…"가격대 높은데, 진짜 '무제한' 맞아?"

그러나 이런 이동통신사들의 전투(?) 상황은 그들만의 사정이겠죠. 그러면 과연 LTE 무제한 요금제 경쟁은 이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용자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데이터 무제한' 보다 서비스의 '가격'입니다. 이동통신 3사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무제한 요금제 가운데 가장 싼 금액은 9만 5천원입니다. 부가세까지 합치면 1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이때문에 LTE 무제한 요금제가 발표됐을 때 제목만 보고 환호했던 일부 이용자들은 가격을 보고 '그러면 그렇지…'하면서 혀를 차는 분위기도 감지됐습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10만원이 넘는 높은 가격대에 '황당하다'는 반응부터 '7만 원 대에서 한 번 다시 붙어라'는 반응까지, 통신사 입장에서는 그리 환영할 수 없는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무제한의 유혹에 끌리면서도 집안의 유선 인터넷까지 모두 대체할 만한 동인이 된다고는 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LTE 무제한 요금제 가입하고 집안의 인터넷을 끊는다? 광랜급 LTE의 속도로만 보면 일리가 있습니다. 스마트 기기(전화, 태블릿)를 태더링으로 LTE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된 휴대전화와 연결하게 되면 이론상으로는 별도로 유선 인터넷을 굳이 쓰지 않아도 빠른 인터넷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선 인터넷 요금이 3~4만 원 정도 하고, LTE 휴대전화 요금이 6~7만 원 정도라면 둘을 합쳐도 그 금액이 그 금액인 경우가 나오겠죠.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텁니다. 통신사들이 발표한 LTE 무제한 요금제는 사실상 '무제한'이라기보다는 데이터 제공을 '상당히 많이' 하는 정도라서 휴대전화 외의 디바이스가 연결되면 제공받은 데이터양을 다 쓰고도 모자라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휴대전화로 쓰는 LTE 데이터에 PC나 스마트기기(패드)로 사용하는 데이터까지 모두 합산되기 때문입니다.

통신사들은 한 달 기본 제공 용량(9만 5천원 요금제의 경우 월 14GB, SK텔레콤은 10만 9천원에 18GB)을 다 쓰면 한 달이 다 될 때까지 하루 3GB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기는 쉽지 않겠지만) 하루 3GB를 다 쓰고 나면 전송속도를 좀 낮춰 2Mbps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무제한이라는 건데, 요즘 사람들이 간단하게 인터넷 정도가 된다고 해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쓰고 있다고 인식하기는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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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이용자는 또다시 '봉'?

문제는 또 있습니다. 통신사들의 LTE 무제한 요금제 경쟁이 3G 요금제가 나왔을 때처럼 이용자 가운데 극소수인 '헤비 유저'들 외에는 그다지 소구력이 없다는 겁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우리나라 LTE 가입자들의 한 달 평균 이용량을 대략 2GB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많이 써야 4~5GB 정도인 일반 가입자들의 이용 패턴에 비해 14GB는 엄청난 양이라는 겁니다. 이동하면서 계속 LTE로 동영상을 다운받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해도 14GB를 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SNS를 쓰고 RSS 서비스를 통해 업계 기사를 이동중에 늘 검색하는 저도 한 달 LTE 데이터 사용량은 3GB가 채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거점이 되는 회사 사무실과 집, 그리고 출입처에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LTE에 단말기가 계속 물려 있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습니다.

결국,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무제한 LTE 요금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경쟁을 위한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이동통신 3사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LTE 무제한 요금제를 석 달이라는 한정된 기간에만 판매하겠다는 '단서 조항'을 보면 더욱 이런 생각이 굳어집니다. 물론 통신사들은 가입자 추이와 트래픽 상태를 보고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들의 가입기간을 연장할지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영업정지로 인한 국지전이 소강상태가 될 4월 말에 또 어떤 식으로 입을 맞춰 나올지는 두고 봐야할 일입니다. 무제한 요금제를 보고 들어온 신규 요금 가입자들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려울테고, 행여 LTE 트래픽이 예전 3G 무제한 요금제처럼 소수의 '헤비 유저'들에게 몰리는 것으로 판가름이 나면 일반 가입자들의 비난을 피하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날이 어떻게 되든, 일단 한 업체가 먼저 치고 나가면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일종의 '치킨 게임'이 순환 영업정지 국면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정말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통신사들은 깊이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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