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가 세운 서울 서대문구의 보육원(고아원) '송죽원'의 법인 이사장이 수년간 시설 후원금 등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28일 서대문구와 경찰에 따르면 구 감사과는 작년 12월 송죽원에 대한 특별감사에서 이사장 유모(86)씨의 횡령 혐의를 포착해 이달 초 유씨를 경찰에 고발하고 서울시에 이사장직 해임을 건의했다.
서울시는 23일자로 유씨에게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유씨는 보육원 후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법인이사가 출연한 후원금인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등 최근 5년여간 후원금 4천500여만원을 횡령·유용하고 1억4천여만원의 수입·지출 증빙을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 결과, 유씨는 2008년 1월부터 최근까지 시설 아동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비지정 후원금 3천700여만원을 생필품 구입비 등 개인용도로 쓰거나 법인 이사들이 시설 운영을 위해 출연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에는 불법 사용으로 환수조치를 받은 직책 보조수당 1천350만원을 시설 후원금으로 대납하고 구에는 자신이 개인 비용으로 낸 것처럼 허위 보고했다.
2009년 11월부터 33개월 동안 '자리보전'을 대가로 보육원 원장에게 매달 30만원씩 총 990만원을 받았다가 구 감사가 시작되자 작년 11월 원장에게 반환하는 등 지위를 남용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밖에 3년여간 1천여만원의 국고보조금을 허위로 신청하고 120여건에 총 1억4천여만원의 수입·지출 증빙을 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는 현금 후원금의 경우 감사만으로 전체 입출 내역을 파악하기 어려워 계좌 압수 등 경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구 감사과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민원이 이어져 최근 5년간 장부만 확인했는데도 심각한 수준의 비리가 확인됐다"며 "수사권이 없는 구의 감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경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송죽원은 독립운동가 고(故) 박현숙 여사가 일제강점기 당시 이끌던 항일 비밀여성결사단체 '송죽회'의 이름을 따 1945년 10월 설립한 보육원이다.
투명한 운영과 따뜻한 분위기로 영부인 등 유명인사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으며, 1996년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방한했을 때 이곳을 찾아 아이들에게 2.5t 분량의 장난감을 선물하면서 큰 관심을 모으기도 하는 등 모범적인 보육원 이었다.
고발된 유씨는 1998년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유씨는 "이사장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악의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감사가 시작된 것"이라며 "15년간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단돈 10만원의 시설 후원금도 갖다 쓴 적 없으며 모든 횡령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송죽원에는 현재 만 3~18세 아동·청소년 52명이 생활하고 있다.
작년 기준 1년 예산은 후원금 2억1천여만원, 국고보조금 9억9천여만원 등 12억여원이다.
(서울=연합뉴스)
독립운동가가 세운 보육원 이사장 횡령 혐의 고발당해
서대문구, '송죽원' 특별감사…市, 이사장 직무정지 명령<br>모범시설로 알려져 영부인·마이클 잭슨 방문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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