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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후기

인사 검증의 기본은 자료에서 출발

[취재파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후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후기-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생각하며

- 인사 검증의 기본은 자료에서 출발

지난 1월 7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그 임명동의안에는 후보자 자신과 배우자, 자녀들의 재산 기록과 병역 기록 등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70여쪽 되는 자료, 이동흡 후보자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때부터 검증 작업은 시작이었습니다. 바로 자료 검토. 야당의원실의 보좌관들은 물론 기자들도 특종을 잡기 위해 눈에 불을 키고 자료 하나 하나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하는 거죠.

먼저 지난 5년간의 재산을 살펴봤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전체 재산이 15억원 정도인데 아파트 말고도 예금액이 5억 9천여만원이나 되더군요. 직장인인 저로서는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많은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 졌습니다. 그러나 관보에 게재된 재산 신고 내역만으로는 상식적인 의문에 대한 상식적인  답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헌재재판관으로 지낸 시절 연말소득공제내역서가 있더군요. 연봉을 봤더니 대략 평균 1억원 정도였습니다.

‘음~~ 평균 연봉 1억원 정도인데 매년 재산이 꾸준히 늘었더군요. 재테크 능력이 뛰어나신 분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 방법을 알 도리는 없었습니다.

흥미가 생기더군요. 계속 자료를 들여 다 봤습니다. 매년 8-9백만원의 기부도 하셨고, 정치후원금도 내셨고.... 순간, 제 머릿속은 의문의 의문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정치후원금, 헌법재판관이면 공무원인데 정치후원금을 낼 수 있나? 지난 번에 전교조 교사들이 민주노동당에 당비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면으로까지 이어졌는데...흠....이상한데’

바로 국가공무원법을 살펴봤습니다. 인터넷 세상은 참 편리합니다. 인터넷에 공무원 정치후원금을 치니까 바로 나오더군요. 어느 분이 국가공무원법을 살펴보고 법제처의 해석을 잘 정리해 놓으셨더군요. 그래도 다시 법제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국가공무원법 제65조를 읽고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법제처에 전화를 걸어 공무원이 정치후원금을 낼 수 있는 지 물어봤습니다. 답은 낼 수 없다는 겁니다. 혹시 몰라서 또 선관위에게도 물어봤습니다. 공무원이 정치후원금을 낼 수 있는 한 가지 경우는 있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금 형식으로 내는 겁니다. 기탁금 형식이라는 것은 선관위에 정치후원금을 내면 선관위가 그렇게 모인 돈을 모아서 각 정당에 배분해 주는 방식입니다. 즉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직접 후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선관위에게 맡기면 선관위가 알아서 해 주는 방식이죠. 이 경우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동흡 후보자가 낸 정치후원금은 약 10만원으로 추정됐습니다. 왜냐하면 연말소득공제내역서에는 9만 여 원으로 찍혀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정치후원금이 기탁금 형식인지 아니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직접 준 후원금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후원금을 낸 영수증이 자료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자료 검증은 거기서 막혔습니다. 재산 증식 방식도 알 길이 없었고, 기부금 영수증도 없어서 매년 천 만원 가까운 큰 돈을 어디에 기부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정치후원금은 어떻게 기부된 건지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의문만 가졌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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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출을 요구해서 살펴보고 싶었지만 기자에게는 후보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건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나 다름없습니다. 자료 제출을 요구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상 개인정보보호 및 사생활의 비밀 보호 등의 이유로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이런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한 사례가 많아서 지난 18대 국회 때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사청문회 취재 과정에서 느낀 첫 번째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사항이었습니다. 형식적 자료가 아니라 구체적 자료가 제출되어야 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자료에 대해서 요구하면 일단 제출해야 하는 의무조항이 있어야 실질적인 검증이 되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후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동흡 후보자의 재산 증식은 이 후보자의 아킬레스건이 됐습니다. 정치후원금은 대학동기인 한나라당 모 의원에게 기부한 것으로 밝혀져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천만원 가까운 기부금은 이 후보자가 사찰에 시주한 것으로 해명했지만 기부 영수증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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