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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朴 사면 반대, 순전히 소신 때문일까?

[취재파일] 朴 사면 반대, 순전히 소신 때문일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6일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말 사면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윤창중 대변인은 "요즘 언론에 사면문제와 관련해 여러가지 보도가 있다"면서 "과거 (대통령의)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더구나 국민정서와 배치되는 특별사면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고,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 대변인은 "박근혜 당선인의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인수위 대변인으로서 충분히 상의했다"고 말해 사면 반대 발표가 사실상 박근혜 당선인의 뜻임을 나타냈다.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는 그동안 '2월 24일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한 사람'이라는 원칙하에 현 정부의 일에 관해서는 언급을 삼가해왔다. 아니 현 정부와 관련된 일은 물론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박 당선인이나 인수위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발언을 자제했다.

실제로 국회에서 쌍용차 국정조사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일부에서 사회 통합을 위해 박근혜 당선인이 쌍용차 사태 관련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인수위 관계자들은 현직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 상황에서 아무 권한도 없는 박 당선인이 나서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 원칙 VS 원칙… 이중 잣대 논란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사면권 남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몇가지 예를 살펴보자. 먼저 지난해 7월 16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박 당선인은 "우리는 법치국가가 돼야 한다"면서 "사면권을 남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무전유죄 유전무죄 이런 말이 회자되고, 돈 있고 힘 있으면 법(을 어겨도) 자기가 책임을 안 져도 된다는 이런 생각이 만연한 상황에서는 절대로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해도 와닿지 않을 것"이라며 법앞의 평등을 강조했다.

또 앞서 지난해 7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어떤 형을 구형을 하고 (선고) 받았는데도 그것이 지켜지지 않고 계속 뒤집히는 것은 법치를 바로 세우는데 악영향을 준다"며 "잘못한 사람도 돈 있으면 금새 (교도소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만연돼 있으니까 일반 국민은 '참 억울하다'. '돈, 힘있으면 다 되느냐'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불평등 사면은 안된다는 것이 박근혜 당선인의 오랜 소신인 셈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 문제가 있다. 바로 원칙의 충돌이다. 앞서 말했듯이 박근혜 당선인측은 '2월 24일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한 사람'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박근혜 당선인이 현안에 대해, 그것도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에 대해 비판하고자 한다면 먼저 이 원칙부터 깨지 않으면 안된다.

옳은 말 했는데 괜히 뒷다리 잡는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통치권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는 발언을 자제해왔던 박 당선인과 인수위측이 유독 사면 문제에 대해서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면 왜 그래야 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한의 유무를 핑계로 자신들이 필요할 때,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빠진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잇단 인명피해가 발생한 쌍용차 사태도 이번 사면 만큼이나 국민적 관심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두 사안 가운데 왜 사면에 대해서만 입장을 밝힌 것인지 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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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사면 반대를 외친 이유는?

그렇다면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측이 취임 전까지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면서까지 사면에 대해 입장을 밝힌 이유는 무엇인가?

인수위 관계자가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청와대가 특별사면 방침을 굳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사면을 할지 말지 불분명한 시점에서 목소리를 냈다가 만약 사면을 안하게 되면 자칫 입장만 난처해질 수 있어 그동안 침묵을 지키다 방침이 확정된 뒤 말을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른바 '선긋기'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큰 상황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경우 자칫 박 당선인이 청와대의 비리 연루자 사면에 암묵적으로 동의해줬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논거다.

이렇게 본다면 똑같이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라 하더라도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정책적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 쌍용차 사태와 현 정부의 실정에 얽히면 안되는 사면은 박 당선인 입장에서 확인히 다른 사안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또 하나 이번 사면에 대표적인 친박 원로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런 논거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친박 인사들이 사면·복권될 경우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측이 사면에 대한 원칙을 깨고 이를 묵과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 "이동흡·김용준 의혹 물타기용"…음모론도

어떤 일에나 그렇듯 음모론도 있다.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낙마 위기에 몰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최근 아들 병역 문제와 재산 문제로 의혹을 사고 있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쏠린 비판적 여론을 분산시키고자 사면 논란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인수위측은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결정적 하자는 발견되지 않은 만큼 임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걸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특정업무경비의 경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물론 다른 기관에서도 광범위하게 지적된 만큼 이동흡 후보자 개인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나 앞으로 줄줄이 인사청문회를 앞둔 상황에서 사실상 박근혜 정부 첫 인선이라고 할 수 있는 이동흡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정국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디까지나 정치권 주변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음모론에 가깝다.

하지만 원칙과 원칙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다른 현안에는 말을 아끼던 인수위가 왜 사면에 대해서만 분명한 입장을 밝혔는지 합당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선별적 입장을 밝힌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음모론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의 진의가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설명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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