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블랙아웃' 사태를 막기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시작한 강제절전이 힘없는 중소기업에 또다른 고통을 주고 있다.
'강제절전'이란 전력부족 사태에 대비해 가장 전력을 많이 쓰는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두 시간 동안 전기를 많이 쓰는 대규모 사업장에 대해 강제로 사용량을 줄이도록 하는 조치이다.
대규모 사업장의 기준은 전기를 최대 3천Kw 이상 사용하는 곳으로 전국에 6천여개가 존재한다.
이들 사업장은 오전 취약시간에 전력 사용량을 적게는 3~4%에서 많게는 10%까지 줄여야 한다.
지난 7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휴일을 제외하고 34일 동안 전력 사용 규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강제 조치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고통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공장들은 꼭 필요할 경우 자체 발전기를 돌릴 수도 있고, 강제 절전 시간을 생산 라인 점검 시간으로 활용하는 등 슬기롭게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반월, 시화공단 등에 있는 중소기업 공장들은 강제절전 때문에 생산량이 크게 줄어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기자가 취재했던 반월공단의 LED TV 인쇄회로 기판 제조업체는 강제절전 때문에 4개 생산라인 가운데 한개를 아예 가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밀제품을 생산하는 라인은 연속적으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두부 자르듯이 두 시간 동안만 기계를 세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일 가동 중에 두 시간만 라인을 세운다면 불량률이 크게 올라 정상적인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업체 대표는 설명했다.
꼼짝없이 1월, 2월 두달 동안은 생산라인 하나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니 매출 손실만 10억원 정도 예상된다고 하소연했다.
이 쯤 되니 4일 이상 강제절전을 지키지 않을 때 부과되는 과태료 하루 3백만원을 그냥 낼까 하는 고민이 생길 법 하다.
34일 동안 하루 3백만원씩 과태료를 내면 1억원 정도가 되지만 생산라인을 세워 두면 10억원 손실을 보니 납득이 가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업체 대표는 국가 시책에는 따라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손해를 감내하고 있었다.
야간에 공장을 돌려 월 2,3천만원 인건비가 더 들어도 다른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기자가 반월공단을 찾은 날은 한파가 한풀 꺾였다.
앞선 3, 4일 동안도 날이 많이 풀렸었다.
얼마나 추운지와 정비례하는 전력 사용량을 감안하면 비교적 포근한 날도 반드시 강제절전을 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식경제부에 문의했고 한전 지사도 찾았다.
기간을 딱 정해 놓고 강제절전을 할 것이 아니라 기온 봐 가며 신축적으로 할 수는 업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엉뚱하게도 기업이 기간 정해주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언제, 어떻게, 누구로부터 의견 수렴을 했는지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날짜와 기간을 박아 줘야 기업들이 대처하기 좋으며, 강제절전 여부를 신속하게 전달하기도 어렵지 않겠냐는 주관 섞인 대답이 이어졌다.
기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지금이 어느 시기인데 강제절전 시행하고 해제한다는 연락이 그렇게 어렵다는 것인가! 비상연락망 한개만 갖춰 놓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리포트에서 제안한 것처럼 비교적 여유가 있을 때는 공단별로 돌아가면서 절전을 시행하는 방법도 연구해 봄 직 하다.
자동차 10부제 같은 거라고 할까? 오랜 경기 침체 속에 중소기업은 힘들다.
대기업으로부터 단가를 낮추라는 끊임없는 압박을 받고, 엔저에 수출길도 가시밭길이다.
탁상에서 쉽게 생각해서 강제절전이지, 무거운 짐을 지고 비틀거리는 그들에게는 지게에 벽돌 몇개를 더 얹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다.
행정 편의주의라고 비판하지는 않겠다.
정부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것 알고 있다.
그러나 새 시대, 새 정부의 행정은 약자의 고충을 좀 더 어루만져 주는, 그런 아름다운 것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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