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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위험천만 '셀프 수유'…보도 이후 달라진 것들

[취재파일] 위험천만 '셀프 수유'…보도 이후 달라진 것들
'셀프수유' 방송을 본 많은 예비 엄마들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또 그런 몰상식한 조리원이 어디냐고. 방송에서 셀프 수유를 당했던 아기가 마치 자기 아기인양 아파했습니다.

셀프 수유, 정말 위험합니다. 특히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들에겐 더욱 그렇습니다. 방송에선 분량 제한 탓에 많은 내용을 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전문의사의 설명을 상세히 설명코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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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몸 속엔 위와 식도 사이에 괄약근이란 근육이 있습니다. 신생아들은 이 괄약근이 약해서 위에 들어있던 분유가 식도를 타고 역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물이 폐와 연결된 기도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덮개 역할을 하는 후두개도 약합니다. 때문에 식도로 역류한 분유가 기도로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셀프 수유'처럼 아기가 꼼짝없이 누워있는 상태에서 젖병을 물고 있는 자세라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거죠. 결국 폐에 분유가 차고, 흡인성 폐렴을 일으키게 됩니다.

셀프 수유는 중이염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신생아는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이 발달하지 않아서 중이에 분유가 들어가기 쉽습니다. 중이에 있는 관은 넓은 편인데, 여기에 분유가 들어가면 중이염으로 발전한다는 게 전문의사의 설명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셀프 수유에 의한 질식사, 즉 '영아 돌연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생후 1~2주 밖에 안 된 신생아들은 자기 스스로 젖병을 잡고 분유를 먹는 양이나 들어오는 속도를 조절할 수 없습니다. 바로 곁에서 부모가 지켜보면서 아기가 힘들어하면 젖병을 빼고, 트림을 시키거나 입안에 있는 이물질을 빼낼 수 있습니다. 또, 건강한 아기라면 사래 걸렸을 경우 스스로 반사 신경을 움직여서 살기 위해서 기침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아기와 조산아들은 반사 신경이 낮다보니 위험한 순간을 놓쳐 최악의 경우 돌연사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과 2002년에 셀프 수유로 신생하가 숨지는 사고들이 있었습니다. 너무 먼 과거라고요? 만에 하나라도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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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수유 이후 조리원은 달라졌을까요?

먼저, 방송에서 보도된 조리원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취재진이 몰래 잠입했을 때도 대놓고 셀프 수유하던 곳이었습니다. 이미 육아 카페에선 셀프 수유로 악명이 높았던 곳이기도 했고요. 그런데도 신생아실엔 아기들이 참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일대에서 비용이 제일 쌌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셀프 수유를 왜 하냐고 조리원 측에 따졌을 때 원장의 첫 반응은 '우린 그런거 안 한다. 증거 가지고 있느냐'였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제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원장은 참 당당했습니다.

취재진이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니 원장은 그제서야 어쩔 수 없었다며 꼬리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셀프 수유가 불법이냐고, 조리원 뿐만 아니라 대학 병원에서도 다 하는 행동이라며 억울해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잘못을 인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보도 이후 그 산후조리원은 몇몇 산모들이 방송에 나왔던 조리원이란 걸 눈치채고 줄줄이 퇴원했다고 합니다. 소문은 금세 퍼지게 마련이니까요. 가격할인 이벤트를 내세워 떠나는 손님을 유치하려고 하는 중이지만, 한번 깨진 믿음을 돌릴 순 없나 봅니다.

육아 카페를 중심으로 셀프 수유하는 조리원들을 고발하고 퇴출시키려는 움직임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산모들은 조리원에 상담받으러 갔을 때 반드시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셀프 수유를 하는지 여부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산후조리원은 산모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아기도 함께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셀프 수유를 목격한 산모들이 많은데도 정작 대놓고 항의를 못하시더군요. 왜냐고 물으니 괜히 항의했다가 나중에 자기 아기한테 해코지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참았다고들 했습니다. 아마도 이번 방송을 통해 산모들이 부당한 셀프 수유에 대해 당당하게 항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산후조리원은 산모와 아기 모두를 위한 곳입니다.    

1/19일 방송 보러 가기 ▶ 혼자 젖병 무는 신생아…보는 부모들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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