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검찰의 업보인데, 누구를 탓하겠나.”
“중수부 사건이란 게 꼭 정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더라도 수사로 인해 정치 바람을 탈 수 있는, 지배권자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중수부를 없앤다고 해도 다른 곳에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서 장난을 하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능은 어떻게든 유지가 될 겁니다. 중수부가 없다고 수사가 안 되겠습니까? 중앙지검 특수부를 보강해서 하려면 할 수도 있을 테죠. 이게 무슨 법 개정사항도 아니고, 총장이 규칙 만들어서 하려고 하면 대체할 수 있는 조직은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봅니다.
중수부 폐지 논의는 결국 중수부가 가지는 상징성의 문제입니다. 중수부를 없애면 검찰총장의 힘이 약해지고, 그러면 중앙지검장이 힘을 갖게 돼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라는 말도 나오는데요.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럼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는" 검찰총장이 모두 정치적인 휘둘림 없이 제대로 했나요? 그것도 아니잖습니까? 그러니까 그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 것 같고요. 결국 사람의 문제입니다. 검찰총장과 대통령이 항상 검찰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지고 실천한다면야 중수부 같은 조직은 필요하지요. 하지만 그게 아니잖습니까. 그러니까 악용될 바에야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중수부가 검찰에서 굉장한 상징성을 갖는 조직이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그것을 손보자는 것이죠. 그렇게 되기까지는 검찰 스스로 기여한 바가 많고요. 세밀히 들여다보면 중수부 사람들이 억울해 하는 부분도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지금 상황은 중수부가 잘못해서 검찰이 혼나는 것이라기보다, 검찰이 잘못한 것 때문에 중수부가 혼나는 꼴이니까요. 하지만 대검 중수부, 지검 특수부를 구별하기 전에 검찰 전체로 놓고 보면 검찰이 할 말이 있을까요? 그런 효율적이고 훌륭한 조직을 살리려면 조직 차원에서 제대로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일종의 검찰의 업보인 셈인데, 저는 조금 억울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중수부와 검찰 조직의 기능적인 측면에 대한 답변이 아니었습니다. 검찰이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지금 조직의 기능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주장.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됐습니다. 결국은 검찰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라는 건데, 책임이 본인에게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논지였습니다. 특히 시스템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이 깊이 공감이 됐습니다. 세상 어느 곳에도 결점 없이 완벽한 제도는 없는 법이니까요.
"중수부 폐지를 많이 주장하던데, 사실 중수부를 없앤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부패전담부에서 재판을 해보니 대검 중수부가 정말 실력이 있더라고요. 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수사했으면 무죄가 나왔을 법한 사건이 대검 중수부로 가면 못 빠져 나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부패전담부에 오기 전에는 몰랐는데 재판을 직접 해보니 중수부 실력이 탁월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탁월하단 건가요?)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증거수집이나 진술, 자백 받는 요령, 조서 받는 요령, 수사 진행하는 요령. 이런 것들이 상당히 정교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수사 받고 재판에 넘어와서 어물쩍 무죄를 주장할 수 없도록 수사를 하는 거죠.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아마 중수부를 없애고 각 지검에서 알아서 수사를 하도록 두면, 헛손질 하다 끝나는 사건들이 늘어날 겁니다. 수사를 시작했다가 기소하지 못한 다거나, 실체를 밝혀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는 사건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그럼 결국 그 과정에서 수사받은 사람들만 힘들어 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죄 지은 사람들은 좋겠지만요. 결국 검찰 입장에서는 믿을만한 수사 조직을 잃는 것인데요, 검찰의 수사력이 약화되는 거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검찰의 권한을 약화시키려고 중수부를 없앤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검찰의 수사력을 약화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 수사력부터 약화시키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제껏 검찰이 보여 온 행보 때문에 감정이 좋지 않은 것과, 국가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구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검찰권이 약화돼서 좋은 사람들은 죄짓는 사람들 아닌가요. 대검 중수부 사건은 대부분 국회의원 이상 사건인데……. 중수부 없어지면 재벌이나 국회의원들은 좋겠네요. 허허.
(고검에 TF 만드는 방안은 어떻습니까?)
대검 아닌 다른 곳에 같은 기능의 조직을 만들면 수사력 약화되는 걸 막을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러면 그게 지금의 중수부와 뭐가 다르지요? 어차피 검찰 내부에 있는 조직이라면 결국 총장의 지휘를 받게 될 텐데... 그건 중수부의 이름만 바꾼 거 아닌가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던데, 외국에 그런 예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형 사건을 할 수 있는 조직을 외부에 만들어 놓으면 운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권력형 비리라는 게 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런 사건들은 대개 재벌수사를 하다가 가지처럼 뻗어나가 거든요. 사건이 안 터질 때는 월급을 뭐하러 주느냐는 문제부터, 뭔가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무리한 수사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죠. 실무적으로는 그 사람들의 신분을 어떻게 정하느냐의 문제도 그렇고요. 아마 외국에 사례가 없다면 그에 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효율적이었다면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조직이 존재하는 게 상식적이죠.
(중수부 대신 각 지검 특수부를 보강하면요?)
중앙지검에 중수부와 맞먹을 정도의 조직을 만들면 되는데요, 그럼 총장이 가진 힘이 지검장으로 넘어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람직한 지는 따져봐야 하겠죠. 결국 검찰은 행정 권력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정권의 뜻에 맞추는 경향은 늘 보일 겁니다. 그것을 완전히 차단하는 기구나 조직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검찰의 전통이나, 법률가의 양심으로 통제를 해야지 조직이나 시스템을 만들어서 정치적 편향성을 막아보겠다는 생각은 올바른 해결책이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실제적인 고민이 묻어나는 대답이었습니다. 검찰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검찰에 호감을 가질 이유도, 그런 인맥도 없는 분들이니 내용 그대로 받아들이셔도 무방합니다.(개인적으로 오래 봐온 분들이라 감히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왜 꼭 완벽하게 수사를 해야 하느냐는 주장도 합니다. 검찰의 수사력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혹시 생질 지도 모르는 억울한 피해자들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지요. 일리 있는 말입니다만, 자연인이 아닌 재벌권력이나 부패한 의회권력을 그대로 둬도 되느냐는 질문이 떠나질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고민이 깊습니다.
이상으로 여러 분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봤습니다. 어떠십니까? 중수부는 없어져야 할까요? 중수부 폐지가 가지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보고 선택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다만 생각해보지 않은 채 덮어놓고 휘둘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민한 내용은 다음 편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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