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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NLL 대화록 열람…판도라 상자 열리나

검찰, NLL 대화록 열람…판도라 상자 열리나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NLL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함에 따라 두 정상이 실제로 어떤 대화를 했는지를 비롯해 의혹의 실체가 규명될지 주목된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파장이 일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수사과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화록은 '양날의 칼' = 문제의 대화록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논란거리로 떠올라 정치권에 격랑을 일으켰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비공개 대화록이 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남측은 앞으로 NLL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주장하자, 민주통합당 측이 발끈했다.

민주당은 정 의원 등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고 정 의원 측도 맞고소해 공이 검찰로 넘어왔다.

난해한 숙제를 떠안은 검찰은 사안의 정치적 휘발성을 고려해 초기부터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대선 국면에서 첨예한 공방에 휘말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지난달 17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화록 발췌본을 제출받고도 문건의 내용과 성격, 열람 가능성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사건 수사를 위해서는 문건을 봐야 하지만, 섣불리 잘못 열었다간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로서는 우선 대화록의 법적인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급했다.

문건이 대통령지정 기록물일 때는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 의결이나 관할 고등법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공기록물은 여야 합의 없이도 공공기관장이 열람을 허용할 수 있다.

검찰은 대통령 기록관과 국정원 실무진을 불러 한 달 가까이 자료의 성격 규명에 매달렸다.

◇`열긴 열었지만…' = 결국 검찰은 고심 끝에 대화록 발췌본은 공공기록물에 해당한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열람을 실행하게 됐다.

대화록 발췌본은 국정원에서 직접 작성해 자체 보유한 것이므로 대통령 기록물로 보긴 어렵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졌다.

일단 대화록을 열었지만 검찰의 부담은 여전하다.

남북 정상의 대화가 담긴 만큼 내용의 일부라도 외부에 알려진다면 정치적 논란은 물론 예기치 않은 파장까지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용을 공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부만 선별적으로 알려지면 전체 취지가 왜곡되거나 특정 세력이 악용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이 과연 'NLL 양보 발언'을 한 사실이 있는지가 핵심이다.

직접적인 발언의 존재 여부는 물론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있는지, 특정 발언을 맥락상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 복잡한 판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아울러 정상 대화록을 공개한 전례가 생길 경우 고위급 외교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로선 실체적 진실 규명에 나서면서도 수사가 끝날 때까지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사 전례는 있다 = 국가기록물이나 공공기록물이 정치적 공방이나 수사 대상이 된 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8년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업무관리 시스템인 'e지원'의 복사본을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노 전 대통령이 사저에 설치했다가 반납한 하드디스크에 든 일부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디스크에는 군사ㆍ외교기밀 등 최장 30년간 볼 수 없게 규정된 지정기록물 30만건 등 200만건이 넘는 자료가 담긴 것으로 추정됐다.

다행히 내용이 유출되는 사태는 없었다.

수사는 2009년 4월까지 진행됐지만 그다음 달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종결됐다.

그해 말에는 감사원이 28만명의 쌀 직불금 부당수령자 명단 자료를 공개해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조사에 나섰다.

역시 대통령 지정 기록물인 참여정부의 직불금 자료 공개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가 국회가 의결을 통해 대통령기록관에서 관련 기록물을 제출받는 절충형 조사가 이뤄졌다.

대화록이라는 '양날의 칼'을 쥔 검찰이 '판도라의 상자'를 얼마나 열었다가 닫게 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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