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결정한 택시법 재의요구안에 서명하기에 앞서 간단히 결정 이유를 밝혔다.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왜 (국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되었다고 본다"면서 "다음 정부를 위해서라도 바른 길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거부권 행사 이유는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594362 참조)
또 "글로벌 시대에 국제 규범에 맞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을 할 수는 없다"며 "택시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택시법 말고도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여야가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대통령이 임기 말에 거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무엇인가?
◈ 임기말 '지지율' 뒤집기 한판?
몇몇 언론사들은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발빠른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먼저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2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여론조사에서는 거부권 행사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5.2%로 '반대한다'는 응답 23.9%보다 휠씬 많았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같은 날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62.5%로 '잘못된 결정'이라는 답변 23.4%의 약 2.7배에 달했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7%p)
이렇듯 이명박 대통령이 여야 합의로 넘어온 택시법을 전격 거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택시법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택시는 대중교통에 범주에 포함될 수 없다'는 법 체계상의 당위성과 전세버스·여객선 등 다른 교통수단과의 형평성, 재정 부담을 떠앉아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대 등 온갖 명분이 갖춰졌다 해도 비판 여론이 거세다면 선뜻 거부권을 행사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에서 이번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임기 말 20%대로 추락한 국정 수행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국익을 위해 결단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한마디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일거양득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특히나 정권 출범 초부터 지금까지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4대강 사업 등으로 거의 임기 5년 내내 비우호적인 여론과 씨름해온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은 정책 결정이 결코 싫지만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 "퇴임 때까지 할 일은 한다"
'임기 말까지 할 일은 하겠다'고 천명해 온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사람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런 저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까지 각종 사업을 추진해온 이 대통령의 평소 업무 스타일이 이번 결정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다음 정부를 위해서라도 바른 길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사실 청와대 내에서도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자칫 임기 말 정권의 몽니로 비칠 수 있다며 우려가 없지 않았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임기 처음이자 사실상 마지막 거부권 행사가 나름의 결단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 "사면 물타기용"… '음모론'도
또 하나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음모론이다. 이번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설을 즈음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특별사면'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다.
이번 특별사면에는 대통령의 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포함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청와대 주요 인사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사면설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공교롭게도 '특별사면'과 택시법 재의결 표결이 비슷한 시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음모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다음달 25일 새벽 0시를 기해 만료되는 만큼 적어도 그전, 그러니까 대체적으로는 설을 즈음해 특사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국회의 택시법 재의결도 정부 대책과 택시업계 반응, 국민 여론을 좀 더 두고 보고 처리하자는 여당과 즉각 재의결 해야한다는 야당 사이에 입장차가 없지 않아 이번 달에 재의결을 시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여야 협상 과정 등을 고려할 때 다음 달로 처리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처리 시기가 겹칠 수 있다는 얘기다.
◈ 택시법 거부 이유야 어떻든…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야 어떻든 이제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무마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택시 업계는 국회가 택시법을 재의결하지 않으면 오는 30일 부산을 시작으로 지역별로 하루씩 운행을 중단하는데 이어 다음 달 20일부터는 무기한 운행중단에 나서겠다고 결의한 상태다.
정부가 택시법 대신 택시산업의 경쟁력과 근로여건,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택시지원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택시업계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입에 다 들어왔던 사탕을 빼앗긴 상황에서 다른 게 눈에 들어올리 없다.
택시법 문제는 재정 부담을 져야하는 지방자치단체(더 본질적으로는 국민)와 전체적인 법 체계와 다른 교통수단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 그리고 이해 당사자인 택시업계가 맞물린 복잡한 문제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진의를 따져보는 건 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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