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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연쇄 방화범의 고백 "술 한 잔 마시면 참을 수 없었어요"

"약물 치료라도 받고 싶어요"

[취재파일] 연쇄 방화범의 고백 "술 한 잔 마시면 참을 수 없었어요"
서울의 버스 차고지에서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가 일어난 날,
지난 15일이죠. 지방 신문에 재미있는 기사가 떴습니다.

-연쇄방화 용의자 '불을 보면 주인공이 된 기분'

광주 동부 경찰서가 검거한 연쇄방화 피의자 B 모씨의 말이라고 하더군요.

B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광주 동구의 주택가와
인쇄소 골목 쓰레기 더미, 차량 등에 불을 질러 2억 2천만원 이상의
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직접 광주로 날아갔습니다.

B 씨는 올해 44살,
가구점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남성이었습니다.
체격은 작은 편, 혼자 살고 있고, 말수는 많지 않았지만
기자의 질문에 자신의 행위와 생각을 또렷하게 말했습니다.

B 씨는 퇴근길에 술을 한 잔 걸치면 방화의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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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르고 싶은 마음이 평소엔 없는데도 술만 먹으면 그런 감정이 폭발해서,
기분이 나빠졌다고 해야 하나...술 기운에 그냥...저도 모르게 했던 것 같습니다."

놀라운 건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는 겁니다.

"(방화를) 해 놓고도 다음날 보면 다 잊어버리고 살기 때문에, 죄책감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B 씨는 97년부터 연쇄 방화죄로 두차례, 모두 9년을 복역하고 나온 뒤에도
또 같은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겁니다.

경찰은 B 씨같은 연쇄방화 용의자를 '방화광' 이라고 부르더군요.
B 씨를 수사하던 김선기 형사는 이런 방화광 검거는
생각보다 수월한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원한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방화범이 아니면, 방화는 상습성, 습관성이 있기 때문에
예전에 방화 이력이 있는 동종 전과자를 상대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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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심리 전문가들은 연쇄방화점의 심리를 어떤 식으로 볼까요.
연대 세브란스 병원의 남궁기 정신과 교수는 일단 '충동조절장애'라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불을 지르기 전에 그 긴장이 굉장히 증가했다가 불이 확 붙는 순간에,
그리고 그 직후에 긴장도가 급격히 감소할 때 희열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걸 반복해서 즐기게 되고, 그게 연쇄 방화로 이어지는 겁니다. 참을수 없는거죠.
일부에서는 성적 극치감에 가까운 희열을 느낀다는 얘기들도 합니다"

남궁 교수는 연쇄방화범의 심리를 보면,
어린 시절 학대 경험이 있거나, 주위 사람들과의 인간적 관계에서
보상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분노가 억압돼 있던 사람이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일을 벌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외톨이 생활을 하는 사람이 특히 위험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에 '연쇄'란 단어가 붙는 범죄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연쇄 살인, 연쇄 성폭행, 연쇄 방화...
연쇄 살인은 극형을 받고,
연쇄 성폭행은 중형은 물론 '화학적 거세'란 벌을 따로 받기도 합니다.
연쇄 방화는 징역형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는게 현실입니다.

남궁 교수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연쇄 방화범에게도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옥살이만으로 사회적 범죄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거죠.

혹시 지금 바라는 게 뭐냐는 질문에 B 씨가 남긴 말입니다.

"저도 형사님이랑 많은 얘기를 했는데요.
약물 치료라도 받고 싶어요. (교도소)안에서 받은 적은 없었지만
이번 계기로 가능하다면 받아볼 생각입니다. 정신과 치료도 받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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