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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종교인, 그들만의 특별한 납세의무

[취재파일] 종교인, 그들만의 특별한 납세의무
이번에도 빈 수레가 요란했습니다. 지난 해 초부터 종교인들의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할 것처럼 바람을 잡던 정부의 결론은 또 다시 종교인들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불교계와 기독교계에서조차 이번 기회에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 보자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당연히 할 일을 해야 할 기획재정부는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의 의무를 진다’ 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는 국민개세주의는 우리 세법의 기본 틀입니다. 그런데 종교인에 대해선 아무런 법적인 근거 없이 정부가 근로소득세를 추징하지 않고 있습니다. 매달 일정한 돈을 월급 형태로 받는 종교인들이지만, 소득신고를 하지 않아도 국세청이 문제삼지 않습니다. 다른 근로자들의 경우 소득신고가 정확한 지 낸 세금 액수는 맞는지 등을 따져서 추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특별대우입니다.
  
종교계 내부에서도 소득신고를 하고 싶으면 하고 원치 않으면 하지 않는 ‘그들만의 특별한 납세 의무’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94년부터 천주교는 소득신고를 하고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지난 해부터는 성공회가 소득신고를 하고 있습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20여개 교회가 현재 스스로 소득신고를 하고 있고,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대형 교회들도 동참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부터 다시 불거진 종교인 과세 문제가 주목을 받자 불교계 최대 종단인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2012년 1월 16일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근로소득세라는 단어가 수행활동을 하는 스님들의 신념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으니 정부가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종교계 조차 이번에는 제대로 애매한 특혜를 정리해 보자고 나서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바람만 잡던 정부는 슬쩍 다시 없던 일로 덮었습니다.

2012년 종교자유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국민 가운데 68%, 기독교는 물론 불교 신자 중에서도 10명 중 6,7명이 성직자의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에 찬성하는 등 사회적 여론은 우호적입니다. 실제 취재 중 만난 소득신고를 하고 있는 종교인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소득 자체가 국세청 4인 가족 면세 기준인 1천832만원 밑에 해당되는 경우가 성직자의 70% 정도는 소득신고를 해도 낼 세금이 없습니다. 반면 소득 신고 덕분에 4대 보험 등 복지혜택은 받을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일부 대형 종교 단체 소속을 제외한다면 대다수 종교인들이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사회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정당한 납세의무 부과를 하지 않다 보니 무속인 10만명도 소득신고를 하지 않고 있어 무려 33만명에 대해 국가가 헌법에서 정한 납세의무를 부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사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이미 21년 전 서울대 손봉호 교수의 문제제기로 공론화가 시작되면서 많은 쟁점들이 정리가 된 측면이 있습니다. 초기 제기됐던 이중과세 여부에 대해선 법적으로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쪽의 근거가 타당하다는 것으로 일단락이 됐습니다. 남은 쟁점은 근로소득세에 포함된 ‘근로’ 라는 단어와 ‘성직’을 수행한다는 신념에서 오는 괴리감입니다. 이 부분은 명칭을 바꾸든 지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처럼 종교법인 법을 만들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종교법인 법을 만들 경우 대형 종교 단체들이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지정 받아 세제 혜택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영리사업을 해서 문제가 되는 일들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외부 감사를 통해 재정 운영상태가 투명해 질 수 있어 종교 사유화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종교인들이 신자들은 물론 비신자인 나머지 국민들에게도 신뢰를 한층 더 얻을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성직자와 세금, 그들만의 특별한 납세의무’ 라는 방송을 하면서 취재 중 다양한 종교인과 단체들을 만나 입장을 들었습니다. 그들을 만난 뒤 든 판단은 “이 문제를 논의할 여건이 충분히 성숙됐다” 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또 무책임하게 종교인 과세 문제를 미뤄버린 정부의 태도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다수의 종교인들에게 도움이 되지도, 그렇다고 바라지도 않는 ‘특별한 납세 의무’ 를 과연 누구를 위해 유지하고 싶은 건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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