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난치병 환자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겠다'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나온 핵심 공약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만큼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 상상을 초월하고, 대책이 시급하다는 반증입니다.
현실은 과연 어떤지, 권애리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국에 큰 물난리가 났던 재작년 8월.
척수근위축증을 앓던 27살 청년이 숨졌습니다.
정전이 되면서 집에 설치한 인공호흡기 전원이 꺼진 겁니다.
[보건당국 관계자 : (인공호흡기가) 전기제품이니까 콘센트 꽂아서 쓰니까… 그때 정전이 돼서 기계가 멈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희귀 근육병 환자는 전국에 1만 9천 명 정도.
이중 당장 인공호흡기 없인 생명 유지가 어려운 환자 1천400여 명이 이 청년처럼 집에서 투병하고 있습니다.
왜일까.
어머니가 희귀 근육병 환자인 손두애 씨는 세 번 째 병원을 간신히 찾았습니다.
한 병원에서 고작해야 한두 달 버티기도 힘듭니다.
[손두애/근이영양증 환자 보호자 : 매달 저희는 떠돌아 다니는 거예요. 가다가다 엄마가 생명이 붙어 있는 한은 돌아다녀야 하는 거거든요. 이런 사람을 집에 가라면 죽으라는 얘기밖에 안돼요.]
장기 환자들이 찾는 요양병원도 마찬가지.
난치근육병 소견서를 내놓자,
[A 요양병원 접수처 : 환자를 (연계된 종합병원이) 협력 병원으로 보낸 다고 해서 저희가 다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저희는 재활환자 위주로 먼저 받고 있어요.]
입원 자체를 거부하거나 비싼 비급여 병실을 권합니다.
[B 요양병원 접수처 : 한 달에 150만 원 정도 생각해주시면 되고요. (그 럼 1대 1 간병인은 되나요?) 저희 병원은 그렇게는 안 됩니다.]
한 마디로 돈 안 되는 난치병 환자는 집으로 가란 식입니다.
[신경과 전문의 : 중증 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분들도 일정한 기간이 되면 저희로선 퇴원을 부득이하게 강요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선진국형 전문병원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정재남/한국근육장애인협회 사무국장 : 일본의 경우는 전국 국립병원 27곳에 근육병 환자들을 위한 전문병동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시스템만 도입해도 환자들이 떠도는 일 없이….]
환자와 가족이 원하는 건 거창한 장밋빛 공약이 아닙니다.
지역별 기존 병원을 활용한 전문병원 지정으로 효과를 본 치매 환자 대책이 난치병 환자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설민환, 영상편집 : 김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