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쪽 공해상에서 화재로 침몰한 갈치어선 '3005 황금호'의 생존 선원이 구명환 하나에 의지, 5시간 사투를 벌인 끝에 생환했다.
19일 서귀포해경에 따르면 생존 선원인 중국인 장 모(42)씨는 구조 당시까지 구명환을 착용하고 있었다.
장 씨는 어선에 불이 난 지난 18일 오전 3시40분 '불이야'라는 외침에 놀라 잠에서 깼다.
그는 선박에 비치된 구명환을 들고 무작정 바다로 뛰어내렸다.
동료도 마찬가지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장씨는 이날 오후 제주에 도착한 직후 "어선에서 잠을 자다가 불이 났다는 소리에 다들 급히 배에서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당시 기관실이나 조리실에서 처음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플라스틱 재질인 FRP 선박 전체로 삽시간에 번져 불을 끌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서귀포해경은 보고 있다.
1시간여가 지났을 때인 오전 4시55분께 사고해역 인근에서 조업을 준비하던 어선들이 불붙은 황금호를 발견했다.
이들은 황금호와 연락이 끊긴 점을 이상히 여겨 예의주시하던 터였다.
곧 구조가 시작됐다.
그러나 화재 3시간30분 만인 오전 7시20분께 황금호는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장씨는 그 사이 4m가 넘는 거센 파도가 일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사투를 벌였다.
의지할 수 있는 건 오직 구명환뿐이었다.
장장 5시간을 그렇게 버텼다.
장씨는 이날 오전 8시30분∼9시께 인근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파도가 거셌다"며 최악이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 선박 선원들이 이미 숨진 동료 4명을 잇달아 발견했다.
그들은 모두 구명환을 끼고 있지 않았다.
'구명환이라도 착용했으면 혹시…' 안타까웠다.
바다로 뛰어들 당시 구명환을 찾지 못했거나 착용했더라도 높고 거센 파도에 벗겨졌을 수도 있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생존자 장 씨는 "상황이 너무 급박해 다른 선원들이 구명환을 착용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봉훈 서귀포해양경찰서장은 "구조된 상태를 보니 급박한 당시 상황을 보여주듯 미처 구명의를 못 입은 선원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로 4명이 숨졌다.
다른 4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지금까지 구명환을 착용한 장 씨가 유일한 생존자다.
해경은 함정 4척과 항공기를 동원, 수색에 전력하고 있다.
민간어선 13척과 중국, 일본의 구조선 2척까지 나섰다.
그러나 아직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한편 구명환은 튜브 모양의 플라스틱 구명부표로 어선은 물론 물가 주변에도 비상용으로 비치돼 있다.
낚시어선법에 따라 선박과 여객선 등에는 정원의 120% 정도 비치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서귀포 마라도 선착장에서 일가족 3명이 파도에 휩쓸리는 사고가 난 당시에도 한 주민이 선착장 주변에 비치된 구명환을 던져 7살 어린이를 가까스로 구조하기도 했다.
(제주=연합뉴스)
침몰 '3005 황금호' 생존 선원 "구명환이 살렸다"
얼음장 물·거센 파도 악조건 망망대해…5시간 사투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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