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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즈, 골프황제 복귀하려면 마음부터 다스려야

유럽골프대회서 규칙 위반 2벌타…컷 탈락 망신

[취재파일] 우즈, 골프황제 복귀하려면 마음부터 다스려야
지난 2009년 11월 성 추문이 불거지기 전까지 타이거 우즈는 어느 누구도 넘기 힘든 골프의 '지존'이요 '황제'였다. 우즈는 성 추문 이후 내리막 길을 걷다 지난해 PGA에서 3승을 거두며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리고 올시즌 다시 골프 황제 자리  복귀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새해 첫 달 부터 조짐이 좋지 않다. 세계 골프랭킹 2위인 우즈는 시즌 첫 대회로 PGA 투어가 아닌 유럽프로골프투어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을 택했다.세계랭킹 1위인 로리 매킬로이와 1,2라운드 맞대결로 관심을 끌면서 대회 총상금(270만 달러)과 맞먹는 250만 달러의 초청료를 챙겼다.

그런데 우즈는 '소문난 잔치'에서 망신만 당했다. 이 대회 2라운드 도중 규칙 위반으로 2벌타를 받고 컷 탈락하는 보기 드문 '사고'를 친 것이다.

상황은 파4인 5번홀에서 벌어졌다. 우즈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카트 도로 옆 덤불 쪽으로 떨어졌다. 볼이 떨어진 지역은 맨 땅인 모래와 잡초,덤불이 뒤섞인  곳이었는데 우즈는 이리 저리 볼의 위치를 살피더니 동반자인 독일의 마틴 카이머의 동의를 구하고 '지면에 박힌 볼'규정을 적용해 무벌타 드롭한 뒤 경기를 계속 진행했다.

이게 문제가 됐다. PGA 골프규칙 25조 2항에 따르면, "‘지면에 박힌 볼(Embedded ball)’은  '스루 더 그린’(through the green:플레이하는 홀의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해저드를 제외한 코스 전 구역) 가운데 잔디를 짧게 깎은 곳에서만 벌타 없이 원 위치에 가깝고 홀과 가깝지 않은 지점에 드롭할 수 있다." 고 규정되어 있다.

우즈의 볼이 박혀 있던 곳은 짧은 잔디가 아닌 모래 였고 ‘지면에 박힌 볼’ 규정을 적용할 수 없었다. 이 경우엔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1벌타 후 드롭을 하거나 그 자리에서 그냥 다음 샷을 쳐야한다.

드롭 장면을 옆에서 지켜본 갤러리들이 경기 위원에게 규칙 위반을 어필했고 경기 위원도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우즈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결국 우즈는 1-2라운드 합계 3오버파를 적어내 1타 차로 컷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렇다면 지난 20년가까이 골프 황제로 불렸던 천하의 타이거 우즈가 과연 이 무벌타 드롭 규정을 모르고 있었을까?   

우즈는 2라운드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4개홀에서 3개의 보기를 범했고 5번홀에서 또다시 티샷이 밀리자 평정심을 잃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룰을 적용하려는 욕심이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

우즈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동반자 카이머가 무벌타 드롭에 동의했다고는 하지만 공위 위치가 모래 위였는지 짧은 잔디 위였는지 자세히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누구보다 우즈 자신이 공이 모래 위에 놓여 있는 걸 직접 보았고 모래에 박힌 볼은 무벌타 드롭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우즈답지 않은 황당한 플레이를 한 것이다.

우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주 겸연쩍은 표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과거의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은 온데 간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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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는 당초 이 대회를 마치고 다음주 카타르로 이동해 23일부터 카타르 마스터스에 출전할 예정이었는데   대회 총상금(250만 달러)보다 더 비싼 300만 달러의 초청료 때문에 대회 주최측이 우즈의 초청을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며칠 뒤 미국의 대중지 '내셔널 인콰이어러'지는 "우즈가 전 처인 엘린 노르데그렌에게 다시 청혼했다"고 보도했다.

재결합의 조건으로 2천억원이 넘는 거액을 제시했다고 한다. 프로선수가 실력과 명성에 걸맞은 대우를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경기 외적인 이유로 돈이 필요해져서 초청료나 상금에서 과욕을 부리게 된다면 경기력이 망가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골프는 멘탈의 게임이다. 우즈는 과거 20년 동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한 정신력과 카리스마로 '공포의 붉은 셔츠'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며 세계골프계를 호령했다.

성 추문과 이혼 이후  우즈의 모습은  확실히 전성기 때와 달라졌다. 특히 경기중 과거엔 볼 수 없었던 '멘탈 붕괴'의 모습도 종종 보인다.

우즈가 골프 황제의 자리에 복귀하려면 마음부터 다스려야 한다. 오는 24일 시작되는 PGA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우즈가 PGA  첫 출전 대회를 어떤 모습으로 치러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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