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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형광고에 개인 사진 무단 도용…항의해도 배짱

[취재파일] 성형광고에 개인 사진 무단 도용…항의해도 배짱
지하철 역사나 지하상가를 지나다 보면 성형 광고가 넘쳐흐릅니다. 대부분 수술 전후를 비교한 사진이 있죠. 그런데 본인 동의도 없이 자신의 수술 전후 사진이 광고에 올라 있다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요. 병원에 항의해도 억울하면 소송하란 식이라면 더욱 화가 나겠죠.

처음 피해자를 만난 때는 지난해 10월 중순이었습니다. 취업 준비생이었던 23살 이모 씨는 면접을 앞두고 평소 콤플렉스였던 코를 시술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콧등이 울퉁불퉁했고, 매번 면접을 볼 때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큰 각오를 하고 찾았던 성형외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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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며칠 뒤 친구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병원 홈페이지에 이 씨의 코의 수술 전후 사진이 광고용으로 올라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나 마음에 병원 홈페이지를 확인해 본 이 씨는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정말 친구의 말 대로 본인의 코 부위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올라 온 것입니다.

이 씨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병원 측의 태도였습니다. 본인의 사진을 내려달라고 전화를 하자 돌아온 대답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사진이니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 기가 찼던 이 씨는 본인의 사진과 비교해보자고 했고 그 때서야 이 씨의 사진이라고 실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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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가 바랐던 것은 진심어린 사과였습니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는 ‘월 5만원 씩 모델료 쳐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주변에 말하거나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협박도 했습니다.

피해자는 이 씨만이 아니었습니다. 28살 직장인 김모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얼굴의 일부를 떼서 올린 사진도 아니었습니다. 얼굴 정면 사진을 눈동자만 모자이크해서 올렸던 것입니다.

병원 측의 대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 씨가 항의하자 병원 관계자는 “연예인도 아니면서 뭐 이런 것 가지고 따지느냐”며 “소송해도 30만 원 밖에 받지 못하니 그 돈만 챙기라”고 배짱을 부렸습니다. 피해자 김 씨에 따르면 병원은 법무팀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소송을 할테면 하라고까지 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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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병원을 찾아가봤습니다. 병원에서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환자가 동의를 했다’고 뻔한 거짓말을 했습니다. 본인 동의 없이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명예와 초상권 침해입니다. 게다가 환자의 비밀을 누설한 의료법 위반행위입니다. 현행 의료법(제19조)에서는 의료인은 의료행위를 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속은 쉽지 않습니다. 성형 전후 사진도 의료 자료에 포함되는데 정부 당국에서 방대한 자료를 일일이 점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일단 환자 동의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피해자가 먼저 형사 고소를 해야 제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현재 병원의 개별 홈페이지는 사전심의 대상이 아니라 병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상황입니다.

피해자 두 분 모두 소송을 하려다 마음을 돌렸습니다. 일반인이 거대 병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년 가까이 법률 자문을 받고 판례도 찾아봤다던 피해자 이 씨는 “시간과 비용을 계산해 봐도 차라리 빨리 잊어버리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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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전공 의사까지 너도나도 돈 되는 외과로 뛰어든 기이한 의료현실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법은 물론 상식까지 무시하는 일부 일그러진 외과의 횡포에 환자들의 피해가 이중삼중으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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